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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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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이 두려운 사람들에게 권하는 그림책

기억 조회수 : 4,346
작성일 : 2016-04-21 17:37:20


저도 추천을 받아서 본 책인데, 아마 각 지역 도서관에 다 비치되어 있을 겁니다.

전미영 작가의 달려라 오토바이라는 책이예요..
막 노동을 하면서 살아가는 세 아이를 둔 맞벌이 부부의 이야기예요.

가장 큰 보물은 오토바이이고 어딜가나 아빠는 이 오토바이에 온 식구들을 태우고 다녀요.

일하러 갈때나 놀러갈때나. 늘 언제나.

힘든 상황이지만 이 식구들의 표정이 살아있어요.

아름답고 희망찬 미래를 꿈꾸는 것도 아닌데 식구들이 즐겁습니다.

구태의연하고 평범한 내용인 것 같아서 뻔한 이야이겠거니 했는데, 의외였어요.

이 가족은 참 행복하겠다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저 역시 가난한 가정에서 자라서 부자가 되고 싶은 욕망이 강한 사람인데,
제 기억을 지배하고 있는 즐거웠거나 행복했던 기억은, 친구들과 산에 올라가서 귀신머리땋기, 고무줄놀이,

그 엎드려서 등뒤에 타는 게임, 아빠와 함께 엄마 마중나갔던 일, 엄마 일하고 들어오기전에 아빠랑 마루 청소한일..등등,

아주 사소하고 작은 일들.

엄마와 아빠와 함께 했던, 아니면 친구와 함께 했던 그런 기억들이더라구요.

일찍 아빠가 돌아가신 집의 장녀여서 가난했고 쪼들리면서 살았는데,

이상하게 불행하다는 생각을 해보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먹고 싶은 것이 많았는데 못먹어서 아쉽고, 입고 싶은 옷도 많았는데 입을 수 없으니 서운했지만,

그런 것들 때문에 엄마가 밉거나 우리 가족이 싫거나 하지 않았어요.

아 그냥 나는 가난하게 태어났나보다 생각 했던것 같아요.

크리스마스 선물이 새우깡 한봉지였던 것이 (4남매 전부에게) 슬픔이지 않았고,

장난감이 필요하면 달력을 오려서 인형놀이를 하고,티비가 보고싶으면 주인집 창호문을 살짝 손가락으로 구멍뚫어서

동생이랑 그 작은 구멍으로 보던 기억이 아프지 않았던 것 보면,

이런 기억들이 행복하게 나를 지배하고 있었나 봐요..

그렇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알았어요.

제가 나이가 많냐면,, 아직 30대 중반이예요.


작년에 대기업을 다니다가 육아를 도와줄 곳이 없어 어쩔 수없이 집 가까운 이곳으로 이직했는데,

가정 경제며, 제 경력이며, 저를 중심으로 많은 것들을 생각하다보니 동기부여가 안되서 일하기가 힘들었어요.
이곳은 작은 공기업이라 급여가 반토막도 더 난 상태였거든요. 일도 단순업무구요..


그런데,어느날 문득,,

아침마다 자전거로 아이들을 태워다주며 같이 부르는 동요,

소리 질러 보는 나와 아이의 이름,

점심시간에 서로 잠깐 나와 같이 공원에서 먹는 도시락,

쉬는시간에 얼굴 보며 급하게 먹는 아이스크림,

하원길에 주워보는 벗꽃, 개나리 잎들.

원 도시락안에 넣어주는 작은 편지를 쓰는 시간들, 같이 읽어보는 시간.

그 흔한 터닝메카드나 또봇들을 사줄때보다,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정말 시간만큼 사람에게 큰 선물은 없구나 하는 큰 깨달음을 이제서야 얻고 있답니다.

올해 하반기에 휴직을 하면 태권도를 보내고 싶은 엄마와 가기 싫은 딸의 절충안으로,

집안 가까운 산을 정해 등산을 매일 조금씩 해보기로 했는데요.
그건 또 얼마나 서로에게 많은 추억거리를 남겨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요..

전 부자가 되고 싶은 어린시절이 가난했던 사람이라 이런 정신적인 풍요로움? 쳇! 흥! 했떤 사람이었고,

늘 뭔가에 쫒겨서 성취지향적으로 살았던 사람이었는데,

요즘 그러한 정신적인 풍요가 내가 나를 외적으로 꾸미지 않아도,

다른 사람에게 굳이 신경쓰지 않아도 빛나게 해주는 것들이구나 하는..

원초적인 깨달음을 얻고 있답니다.

저는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아이들을 통해서 얻는 것들이 많아서 그렇구요,


사람은 참 어리석은 것 같아요.... 당장 저만봐도 말이죠.

사실 요즘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그런데 제가 걱정하고 우울해하고 있다고 해서 나아지는 것이 없더라구요.

그럴바에는 그냥 이 시간을 견디면서, 즐겨보자 마음먹으니 같은 일상인데도 축복으로 다가옵니다.

그냥 지나가는 시간은 없는 것 같아요.

어떻게든 나를 세우고, 긍정의 마음으로, 어떤 것이든 노력하면서 지내다보면 결국은,

내 시간들이 살이 되고 피가 된다는 것을.. 이제서야 느끼네요..


지금이 조금 힘든 분들이 계실지도 몰라, 오지랍 한번 부려봤어요..

이 그림책, 참으로 힐링되는 좋은 책인것 같아 권해봅니다. 아이들 책이라 부담도 없답니다.


비온 뒤에 오늘이 너무 화창해요.

즐거운 저녁시간들 되세요!

IP : 211.253.xxx.159
2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6.4.21 5:43 PM (116.125.xxx.34)

    고마워요. 밑에 위로받고싶다고 글 올리 사람인데
    제 글에 대한 댓글은 아니지만 참 위로가 되는 글이네요...^^

  • 2. 원글
    '16.4.21 5:49 PM (211.253.xxx.159)

    윗님, 위로가 되신다니, 제가 더 감사해요...

  • 3. 고맙습니다.
    '16.4.21 5:50 PM (118.41.xxx.191)

    제 일에 대해 고민하던 중이었는데
    많은 위로가 되었어요.

    가족들과 더 행복한 삶의 주인공 되시길 바랍니다.

  • 4. ....
    '16.4.21 6:00 PM (221.162.xxx.14)

    죽을때가져가는거 조은추억이겠죠

  • 5. ㅅㅅ
    '16.4.21 6:20 PM (211.215.xxx.146)

    원글님 지혜로운 분이시네요.
    아이들도 원글님처럼 행복한 기억이 많은 사람으로 클 것 같아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6. ㅇㅇ
    '16.4.21 6:22 PM (14.33.xxx.206)

    저에게 정말 도움되는글입니다.
    보석같은...아기키우면서 알뜰함이 습관이 되어
    지쳐버린 요즘.. 감사해요.

  • 7. ...
    '16.4.21 6:29 PM (203.234.xxx.53)

    전미영 작가의 달려라 오토바이 한번 봐야겠네요

    원글님 글도 잘 봤습니다 ㅎ

  • 8. ㅇㅇ
    '16.4.21 6:31 PM (219.240.xxx.37)

    좋은 그림책 추천 고맙습니다.

  • 9. ㄱㄱ
    '16.4.21 6:58 PM (223.33.xxx.25)

    너무 슬픈 자기애에 머물지 마시길 그시절엔 가난한 사람들이 더 많았어요

  • 10. 저도
    '16.4.21 7:29 PM (1.225.xxx.254)

    느끼는 바가 많은 글을 주셔서 감사해요.

  • 11. 아웅
    '16.4.21 8:21 PM (1.251.xxx.41)

    달려라 오토바이 꼭 읽어볼께요.
    눈물 나려고 할만큼 좋은 글이었어요.

  • 12. 흙수저의 삶
    '16.4.21 9:46 PM (14.45.xxx.112)

    고민이 많았는데 글만 읽어도 눈물날만큼
    제 어릴적이 생각나네요 행복해요

  • 13. ...
    '16.4.21 9:49 PM (122.34.xxx.208)

    달려라 오토바이 추천 감사합니다

  • 14. 명랑스
    '16.4.21 9:53 PM (119.71.xxx.135)

    가난이 두려운 사람에게

  • 15. 그림책 추천 고맙슴니다.
    '16.4.22 12:52 AM (39.7.xxx.47)

    달려라 오토바이 전미영저

  • 16. 룰루
    '16.4.22 1:06 AM (221.138.xxx.80)

    달려라 오토바이 전미영저 고맙습니다

  • 17. 소피친구
    '16.4.22 1:12 AM (115.140.xxx.29)

    따뜻한 글, 좋은 그림책 추천 감사해요. 님을 보니 살아가는 힘이 있는 분이구나~ 생각합니다.

  • 18. 이 새벽에
    '16.4.22 4:55 AM (222.113.xxx.166)

    요즘 걱정이 많아 잠도 안오고 거의 매일 밤새우는 일상였는데 이렇게 좋은 글을 보면 제 자신이 부끄럽고 반성과 함께 용기도 얻게 되네요. 진심어린 글에 큰 위로 받고 갑니다. 글도 참 잘쓰시네요.

  • 19. **
    '16.4.22 11:37 AM (27.123.xxx.107)

    댓글 달려고 로그인했습니다. 좀더 많은 82분이 이 글을 읽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저도 아이와 이번 주말에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 20. 그라시아
    '16.4.22 2:59 PM (218.237.xxx.200)

    고맙습니다, 따뜻한 마음을 나누어주셔서
    좋은 분이시네요,,
    행복하세요,사랑합니다^^

  • 21. 다인
    '16.4.22 3:05 PM (183.100.xxx.113)

    아 원글님...참으로 소중한 독후감이셔요^^ 글 읽는 내내 가슴 뭉클했어요 저도 두 아이 맞벌이 엄마로 요새 지쳐 있었거든요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지금 주어진 시간이라는 말 잘 간직하겠습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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