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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귀가 없다
귀가 없어 울음은 짧지만 다짜고짜 들이덤벼
주위엔 아무도 얼씬하지 않는다
이 고독은 징징거리는 아우성이다 아가의 발버둥이다
후려치면 손가락 마디에 피멍이 들고
아침에 일어나면 손가락 관절이 뻣뻣하다
만성 염증이라 항생제에서 빠져나올 수 없고
여름엔 가려워서 긁다가 딱지가 앉는다
없는 귀를 만들어 달아도 고독은 완강하다
번역이 안 되는 문장들이 발뒤꿈치를 잡는다
깃털 같은 청세포들이 귓바퀴로 돌아나가서
슬픔은 오늘도 귀를 잡고 토끼뜀을 뛴다
낼 수 있는 소리는 콧소리뿐이라
사물은 콧김으로 익히고 단맛으로 고독을 달랜다
자신을 몰라주면 슬픔은 장난감 트럭을 집어던지고
마룻바닥이 패일 때마다 엉덩이를 한 대 맞은 다음
캐러멜을 하나 얻어먹고 나서야 잠깐 조용해진다
귀가 없으니 자꾸 이빨만 썩는다
그 고독을 달래려면 사탕수수 줄기밖에 길이 없다
도넛 같은 고독에 갇혀 그는 파란 색연필로 동그라미만 자꾸 그린다
슬픔은 그렇게 완벽한 구(球)다
햇살이 통과하지 않는 입체를 굴리며 그는 해시시 웃는다
가장 좋아하는 놀이는 공놀이,
혼자서도 신나게 가지고 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웃음만은 어째 길어 햇살, 햇살, 낭랑하게 웃는다
귀가 하나뿐인 짐승은 없어
슬픔은 늘 두 배로 흘러넘치고
식구들이 둘러앉는 식탁에는
미역 줄기 시금치 잎사귀 눌어붙어
나머지 귀가 자라기를 하얗게 염원하고 있다
- 노미영, ≪슬픔은 귀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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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20일 경향그림마당
http://img.khan.co.kr/news/2016/04/19/201604209229292929.jpg
2016년 4월 20일 경향장도리
http://img.khan.co.kr/news/2016/04/19/201604205252525252.jpg
2016년 4월 20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740407.html
2016년 4월 20일 한국일보
http://www.hankookilbo.com/v/e6bba1111f4a4e4b94fb5cec5ba5d320
도구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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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란 내일이 아니라 바로 오늘이다.
- 오슬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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