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발상의 전환은 가까운 데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정치학자니, 정치부 기자니, 정치 평론가니 하는 평생 정치나 선거와 관련된 일은 해본 경험도, 해볼 의지도 없는 여의도 건달들의 말은 들을 필요가 없는 까닭이다. 왜냐? 이 여의도 건달들은 늘 문제의 해결책을 멀고 추상적인 곳에서만 찾으려고 광분하기 마련이고, 따라서 흙 덮고 잘 때까지 한 하나의 새로운 발상과 창의적 생각도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역시나 이들은 이번에도 호남을 보라고 하고, 낙동강 벨트를 보라고 한다. 그리고 그곳의 선거 결과를 갖고 서로 치고받느라 바쁘다.
그러나 나는 아주 가깝고 구체적 장소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 집에서 마을버스 타고서 10분이면 갈 수 있는 상계동에서 일어날 일이다. 선관위에서는 여기를 노원병이라고 부르더라.
내가 인간이 만든 최대의 정신병원이라고 할 수 있는 트위터에 며칠 동안 자발적으로 재입원하면서 굉장히 엽기적인 광경을 목격했다. 트위터에 접속하면서 중간에 거쳐야 하는 메인 화면에 노원병에 출마한 문재인당 후보와 관련된 소식이 뻔질나게 떴던 것이다. 트위터만 보면 마치 대통령이라도 될 기세였다.
그런데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과 오마이뉴스 등의 일방적 응원을 득템한 데 이어,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의 SNS 공간을 평정하는 데도 성공해온 문재인당이 야심차게 내보낸 노원병 후보자의 실제 득표율은 겨우 13.9퍼센트였다. 문재인당의 프랜차이즈 정당이라고 할 정의당 후보의 득표율까지 합산해봐야 16프로가 채 되지 않는 수치다. 세계적인 법학자와 직업이 시민인 세계적인 영화배우까지 총출동해 거둔 성적표 치고는 너무나 초라한 결과물이다.
우리가 착목해야 할 지점은 바로 16프로다. 사실 안철수가 전국의 주요 격전지로 지원 유세를 다니지 않고 상계동의 자기 선거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면 더민주정의당(더물어민주당 정의당)의 합산 득표율을 15퍼센트 밑으로 묶어두었을 확률이 크다.
이 15퍼센트는 매우 의미심장한 숫자다. 부산경남이 우리나라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이 정도일 테고,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이 전체 신문시장에서 점유하는 비중 역시 이와 비슷하리라.
이 15퍼센트의 집요하고 노골적인 비토에도 불구하고 안철수는 노원에서 과반수 득표를 훌쩍 넘는 52.3퍼센트의 지지를 얻었다. 새누리당의 이준석군은 31.3퍼센트에 그쳤으므로 무려 21퍼센트를 이긴 셈이다. 안철수와 국민의당에게 우호적인 내로라하는 언론매체가 단 한 군데도 없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는 어마어마한 격차이자 압도적인 대승이다.
그렇다. 안철수든, 손학규든, 김부겸이든 누가 나와도 친노 후보만 아니면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새누리당을 30프로 전후로 묶어두면서 자신은 50퍼센트의 득표율을 올릴 수 있다. 그러자면 소리만 요란했지 표도 별로 없는 15퍼센트의 친노세력과 완벽하게 결별하는 과감한 발상의 전환과 담대한 결단이 필요하다.
왜냐? 친노가 한국정치에서 장악하고 있는 본질적 몫의 크기는 노원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처럼 15퍼센트 내외에 지나는 않는 이유에서다. 안철수가 위기에 빠진 동지들을 구원하러 나간 틈을 이용해 친노세력이 총력을 기울여 빈집털이를 시도했음에도 그들을 편들어준 유권자들은 100명 중에서 고작 14명도 되지 않았다. 그러니 그 15퍼센트가 트위터를 점거하든, 페이스북을 싹쓸이하든,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의 만평에 실리는 정치적 춘화(포르노)들을 끊임없이 퍼 나르든 일절 신경 쓰지 말고 이제 묵묵히 우리의 길을 가자. 물론 이 15퍼센트는 조만간 내각제 개헌을 위해 박근혜와 손잡을 가능성이 크지만 그거야 그들의 정해진 운명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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