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는 대통령병에 걸린 또다른 인물을 돕다가 바깥으로 밀려난 사람이다. 그래서 대통령병 진단에 능숙하다는 자부심이 있을지도 모른다. 안철수가 대통령병인지 아닌지 그건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대통령병이 총선의 이슈일 필요는 전혀 없었다는 점,
그런 방식으로 선거운동 내내 국민의 당에 쏟아진 더불어민주당의 십자포화는 화력낭비였다는 점,
공천과 독선과 아집으로 크게 흠집이 난 새누리당은 팔짱끼고 표정관리했다는 점,
이 세가지다.
무엇보다 대통령병이 정말 정치를 갉아먹는 중병일까?
의심할 필요없이 김대중과 김영삼 두 인물은 그 병의 감염자였고, 끝내 대통령이 됨으로써 그 병의 유효성을 입증해 보였다.
어쩌면 노무현은 그 병과 무관하게 대통령에 올랐던 첫번째 인물일지도 모른다.
두 사람의 포기할 수 없는 욕심으로 어부지리 노태우 대통령이 탄생되던 날,
지인은 TV 세트를 마당에 던졌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두 사람을 가리켜 역사의 죄인이라고 까지 부르진 않았다.
요즘은 개나 소나 안철수를 가리켜 서슴없이 역사의 죄인이라 부른다.
MB나 현 청와대 주인에게 투표했던 유권자들은 웃긴다는 시선으로 그런 행태를 지켜본다.
그런 표현은 함부로 쓰는게 아니다.
대통령병과 애초에는 거리가 매우 멀었던 두사람,
안철수와 문재인은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고, 어차피 총선 후 협력과 타협과 대화를 나눠야 할 양당은 더욱 철저히 어색해졌다. 박근혜를 향해야 할 칼끝이 서로를 겨누면서 빚어진 일이었으며, 정의당의 몇몇 인사들의 부추김은 솔직히 양당에도 그리고 정의당 자체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경제야 라는 말은 제대로 먹혀들었을까?
그게 제대로 먹혀들었다면 더불어민주당의 현 지지율로 답하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가 경제인지 모르는 유권자는 별로 없다. 진짜 문제는 그동안 야당이, 그것도 꽤 큰 거대 야당이 그 경제 문제를 타개하는데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다는 의구심일 것이다.
그러므로 진짜 문제는 야당 자체에 있었던 것이다. 그건 신뢰감의 문제다.
지난 19대의 경제 문제나 이번 20대의 경제 문제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필리버스터의 말문을 막아 잠그고, 칼끝은 중도층을 겨냥한다는 약세의 국민의 당을 향하고, 지난 십수년간 가장 약세에 몰린 정부여당을 공략하지 못한 채 선거 날이 밝았다.
진보언론 미디어오늘은 어제 이런 타이틀의 기사를 썼다.
- 무시하고 깔봤지만, 안철수는 이미 이겼다
그 기사에서 호남의 한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는 이렇게 털어놓는다.
자신의 명분만 중요하고 , 상대의 의견은 불의로 치부하는 오만과 독선이 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