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누가 한분계세요.
결혼하고나니 시어머니보다 더 시어머니 같은 시누셨거든요.
집안 대소사를 다 챙기시고, 동생들 마음을 두루두루 살피시고,
가까운데 살았는데 과일박스로 사면 꼭 한두개씩이라도 나눠먹으려고 하시고,
그때 조카들이 초등 고학년이어서 돈 들어갈 일 많았을텐데,
제 생일도 가끔 챙겨주시고, 말이라도 참 예쁘게 하시는..
많이 마르시고 여린분이신데 열정은 많으셔서 무엇이든 꾸준히 공부하시더라구요..
제 기준에서는 크게 경제적인것에 도움이 안되는 걸텐데 뭘 저리 열심히 하시나 하는 생각이 들기고..하는
그리고 과일 한두개, 현미쌀 한봉지씩 나누는걸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요.
저희 친정이 시골이어서 엄마가 박스채 챙겨주시고, 포대채 보내주시고 하는 것들이 쌓여있었어서,, 아니 그냥 드시지 이걸 뭘 보내시나.. 하는 마음이 들었거든요.
그게 어려운 일이구나 하는걸 정말 몰랐던 거죠.
전업으로 계시면서 아마 가정경제적으로는 많이 힘드셨을꺼예요.
그러면서 아들 둘. 정말 반듯하게 키우셨어요.
공부를 잘하지는 못하지만, 12살 차이나는 조카(제아이들) 만나면
저보고 밥 편하게 드시라고 자기 무릎에 앉혀서 밥먹이고,
최선을 다해서 놀아주고, 엄마없으면 밥해서 동생 챙기고, 엄마에게 늘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여기서보면 중2병 중2병하는데, 그 조카가 올해 중3되는데,
어쩜 그리 말을 이쁘게 하는지,
둘째 아들도 그래요.
밥도 주는대로 다 먹고, 청소며 분리수거며 엄마가 할까싶어 지들이 하고..
엄마랑 만났을때 헤어질때 늘 엄마 안아주며 사랑한다고..
고모부님이 굉장히 가부장적이신 분이신데 한번도 험담한는걸 들어보지 못했어요.
저희 시어머니가 큰 딸사랑이 대단하신 분이라, 고모부님을 많이 싫어하시는데(굉장히 쳐지는 결혼이셨다고)
늘 아이들 앞에서도 아빠체면을 세워주시고.. 아빠가 아이들을 말도 안되는 걸로 혼내셔도 옆에서 그냥 듣고만 계시다가 저녁때 두분이서 따로 말씀하시고.
제가 다 짜증날만한 일에도 그 흔하게 말한번 틱틱대는걸 못들어봤어요..
제가 아이낳고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전전긍긍하자,
저에게 직장 그만둘 생각없냐고 물어보셨어요.
저는 일 안하면 못살것같아요 형님.. 이라고 대답하자 알았다고 하시고선, 집에 돌아가셔서 문자가 왔어요.
아이와 직장을 선택하라는 것이 아니라 우선순위를 두고 결정해야 할텐데 올케 생각이 직장으로 우선순위가 기운다면,
그리고 아이를 누군가가 맡아서 키워줘야 한다면, 내가 하겠다고..
대신, 아이 혼자만 보내지 말고 올케가 같이 들어와서 살으라고..
방하나는 기꺼이 내어주겠다고...
해서 제가 형님 집으로 아이와 함께 들어가서 1년 반을 살았지요.
제가 직장이 서울이고 형님댁이 용인이라 출퇴근 시간도 길었고 바쁜일이라서 퇴근도 늦어 집안일도 못도우고,
장도 자주 못보고 했는데도 한번도 입을 대신 적이 없으셨어요.
직장에서 유축하는 올케 아침밥. 꼭 챙겨주시고..
육아선배님이시니, 늘 조언 많이 해주시고...
아마 지금에서야 생각하는데 아마 자식두고 그렇게 출근하는 올케가 조금은 이해안되셨을꺼예요.
저희 형님 입장에서는요..
그때 조카들이 초등 고학년이었는데 지금도 늘,
그때 저희아이가 형님집에서 같이 커줘서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늘 말씀해주세요.
그때 저는 생활비도 드리고, 돌봄비도 드리고 나올때 김치냉장고 사드렸으면 됬어.. 라고 가볍게 생각했던 철 없는 올케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초등 아들 둘 키우면서 갓낸쟁이 조카까지 키우는게 얼마나 힘든일이셨을까,,
새삼 죄송한 생각이 들어요..
올해 형님 나이 50..
여기와는 너무나도 멀리 떨어진 부산으로 고모부님이 발령받으셔서, 그리로 내려가신지 벌써 2년이 넘었는데,
오랫동안 준비하시던 일이 결실을 맺으셔서, 어제 형님이 취업했다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얼마나 원하셨던 일인지 저도 잘 알기에 너무나도 기쁘더군요.
아직 계약직이지만 비전도 좋고, 그리고 누구보다 그 일을 잘해내실 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취업선물을 뭘 해드릴까 고민하다가 형님에게 잘 어울릴 것 같은 원피스를 사서 안방 옷장에 걸어놓았어요.
이번주에 형님을 만나러 가려구요.
강의하실때 멋지게 입고 당당하게 시작하시길 바래요..
형님! 혹시 보고 계실까요?
정말 정말 진심으로 취업 축하드려요!
누구보다 정말 잘해내실꺼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