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형님. 정말 축하해요...

2것이야말로♥ 조회수 : 3,418
작성일 : 2016-04-11 13:50:38

시누가 한분계세요.
결혼하고나니 시어머니보다 더 시어머니 같은 시누셨거든요.
집안 대소사를 다 챙기시고, 동생들 마음을 두루두루 살피시고,
가까운데 살았는데 과일박스로 사면 꼭 한두개씩이라도 나눠먹으려고 하시고,

그때 조카들이 초등 고학년이어서 돈 들어갈 일 많았을텐데,
제 생일도 가끔 챙겨주시고, 말이라도 참 예쁘게 하시는..

많이 마르시고 여린분이신데 열정은 많으셔서 무엇이든 꾸준히 공부하시더라구요..

제 기준에서는 크게 경제적인것에 도움이 안되는 걸텐데 뭘 저리 열심히 하시나 하는 생각이 들기고..하는
그리고 과일 한두개, 현미쌀 한봉지씩 나누는걸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요.

저희 친정이 시골이어서 엄마가 박스채 챙겨주시고, 포대채 보내주시고 하는 것들이 쌓여있었어서,, 아니 그냥 드시지 이걸 뭘 보내시나.. 하는 마음이 들었거든요.
그게 어려운 일이구나 하는걸 정말 몰랐던 거죠.

전업으로 계시면서 아마 가정경제적으로는 많이 힘드셨을꺼예요.
그러면서 아들 둘. 정말 반듯하게 키우셨어요.
공부를 잘하지는 못하지만, 12살 차이나는 조카(제아이들) 만나면
저보고 밥 편하게 드시라고 자기 무릎에 앉혀서 밥먹이고,
최선을 다해서 놀아주고, 엄마없으면 밥해서 동생 챙기고, 엄마에게 늘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여기서보면 중2병 중2병하는데, 그 조카가 올해 중3되는데,
어쩜 그리 말을 이쁘게 하는지,
둘째 아들도 그래요.
밥도 주는대로 다 먹고, 청소며 분리수거며 엄마가 할까싶어 지들이 하고..

엄마랑 만났을때 헤어질때 늘 엄마 안아주며 사랑한다고..
 
고모부님이 굉장히 가부장적이신 분이신데 한번도 험담한는걸 들어보지 못했어요.

저희 시어머니가 큰 딸사랑이 대단하신 분이라, 고모부님을 많이 싫어하시는데(굉장히 쳐지는 결혼이셨다고)

늘 아이들 앞에서도 아빠체면을 세워주시고.. 아빠가 아이들을 말도 안되는 걸로 혼내셔도 옆에서 그냥 듣고만 계시다가 저녁때 두분이서 따로 말씀하시고.
제가 다 짜증날만한 일에도 그 흔하게 말한번 틱틱대는걸 못들어봤어요..


제가 아이낳고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전전긍긍하자,
저에게 직장 그만둘 생각없냐고 물어보셨어요.
저는 일 안하면 못살것같아요 형님.. 이라고 대답하자 알았다고 하시고선, 집에 돌아가셔서 문자가 왔어요.
아이와 직장을 선택하라는 것이 아니라 우선순위를 두고 결정해야 할텐데 올케 생각이 직장으로 우선순위가 기운다면,

그리고 아이를 누군가가 맡아서 키워줘야 한다면, 내가 하겠다고..
대신, 아이 혼자만 보내지 말고 올케가 같이 들어와서 살으라고..
방하나는 기꺼이 내어주겠다고...
해서 제가 형님 집으로 아이와 함께 들어가서 1년 반을 살았지요.
제가 직장이 서울이고 형님댁이 용인이라 출퇴근 시간도 길었고 바쁜일이라서 퇴근도 늦어 집안일도 못도우고,

장도 자주 못보고 했는데도 한번도 입을 대신 적이 없으셨어요.
직장에서 유축하는 올케 아침밥. 꼭 챙겨주시고..

육아선배님이시니, 늘 조언 많이 해주시고...
아마 지금에서야 생각하는데 아마 자식두고 그렇게 출근하는 올케가 조금은 이해안되셨을꺼예요.

저희 형님 입장에서는요..
그때 조카들이 초등 고학년이었는데 지금도 늘,

그때 저희아이가 형님집에서 같이 커줘서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늘 말씀해주세요.

그때 저는 생활비도 드리고, 돌봄비도 드리고 나올때 김치냉장고 사드렸으면 됬어.. 라고 가볍게 생각했던 철 없는 올케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초등 아들 둘 키우면서 갓낸쟁이 조카까지 키우는게 얼마나 힘든일이셨을까,,

새삼 죄송한 생각이 들어요..


올해 형님 나이 50..
여기와는 너무나도 멀리 떨어진 부산으로 고모부님이 발령받으셔서, 그리로 내려가신지 벌써 2년이 넘었는데,

오랫동안 준비하시던 일이 결실을 맺으셔서, 어제 형님이 취업했다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얼마나 원하셨던 일인지 저도 잘 알기에 너무나도 기쁘더군요.
아직 계약직이지만 비전도 좋고, 그리고 누구보다 그 일을 잘해내실 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취업선물을 뭘 해드릴까 고민하다가 형님에게 잘 어울릴 것 같은 원피스를 사서 안방 옷장에 걸어놓았어요.
이번주에 형님을 만나러 가려구요.
강의하실때 멋지게 입고 당당하게 시작하시길 바래요..


형님! 혹시 보고 계실까요?
정말 정말 진심으로 취업 축하드려요!
누구보다 정말 잘해내실꺼예요!!

IP : 211.253.xxx.159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정말
    '16.4.11 2:01 PM (182.209.xxx.121)

    가슴 따뜻하네요
    제게도 그런 시누형님(전 언니라고 부르지만)이
    계세요
    제가 수술하게 됐을때 포항에서 용인까지
    두말없이 올라오셔서 일주일동안 저희집살림
    애들건사 해주셨네요
    제맘 하나도 안불편하게,눈치 하나도 안보이게
    정말 따뜻하게 해주셨어요
    천성이 착하신 분이고..
    제가 지금까지 살면서 만나본 가장 좋은 분이에요
    원글님 시누형님
    저도 취업 축하 드리고 복많이 받으세요
    원글님도요~

  • 2. 제 나이도 50인데
    '16.4.11 2:03 PM (1.251.xxx.228)

    님 시누님 존경할만하네요
    친 언니도 저렇게 하기 힘들거든요

    취업하신것도 축하드리고
    그 고마움을 알고 표현할술 아는 원글님도 고맙네요
    두 분다 복 많이 받으시라고 기원합니다.

  • 3. 원글
    '16.4.11 2:08 PM (211.253.xxx.159)

    정말 따듯하신 분이세요..
    저 역시 제가 만났던 분들 중에 가장 좋으신 분이세요.
    저는 욕심도 많고 샘도 많고 그런 사람인데, 가까이에 저런분이 계시니 그 기운이 저에게도 전해오는 것 같아요. 늘 우리 형님이었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할까.. 라고 생각하곤 해요...
    저도 그런사람으로 늙고싶거든요..
    잘될려나.. ;; 흡.

  • 4.
    '16.4.11 2:21 PM (180.189.xxx.215)

    객지에서 신랑과 장사 했는데 애낳고 맡길데가 없더군요 (가게특성상 갓난아기 못키우는환경이라서요 )저 친정없고 시엄니도 농사바빠서
    형편좋으신 전업 시누한테 부탁했더니 거절 하시더군요
    결국 이웃집에서 서너달 봐주셨는데 못봐주신다기에 시누한테 다시 부탁했더니 또 거절 ㅠ
    좋은 시누님 이네요

  • 5. 좋은 시누인건 맞는데
    '16.4.11 2:24 PM (118.32.xxx.206) - 삭제된댓글

    친정생각에 본인 가정은 완전 오픈형으로 ..
    저는 개개인이 서로 존중하고 민폐안키치고 사는게 최선이라고
    생각해요.
    시누이와 그 가정의 희생으로 좋은 시누이........
    우리 식구끼리 오손도손 살고싶었던 가족은
    아무도 없었을까요?
    시누이남편이나, 애들은...
    엄마와 마누라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누군가는 희생하지않았을까요?
    좋은 시누이인건 맞는건 같은데
    가슴 답답한건 내몫인가?
    왜 저 시누이는 저정도의 오지랍으로 살아야했을까?
    애들 초딩이었다면 겨우 30대중반이었을텐데..
    내 새끼 재롱보다가 알림장에 숙제하느라
    저녁이 훌쩍 갈때인데.....
    본인이 희생하지않으면 사랑받지못한 어린 시절을 살았나?...
    이런 생각만 드네여..
    저만 독하고 나쁜 사람인가봐요

  • 6. 원글
    '16.4.11 2:41 PM (211.253.xxx.159) - 삭제된댓글

    ㅎㅎ, 네 ,, 아마 그때 형님이 40대 초반쯤되셨을꺼예요..
    형님이 문자로 하신건 형님 혼자 독단적인 결정이 아니라 가족회의를 거쳐서 진행하시느라 늦어지신거구요.
    고모부님과 아이들이 너무나도 흔쾌히 좋다고 해줘서 진행된 일이었어요...
    본인의 희생이라고 생각하신 것 보다는, 어린 조카딸이 안쓰러우신 마음이 더 커셨던 걸수도요...

  • 7. 원글
    '16.4.11 2:49 PM (211.253.xxx.159)

    ㅎㅎ, 네 ,, 아마 그때 형님이 40대 초반쯤되셨을꺼예요..
    형님이 문자로 하신건 형님 혼자 독단적인 결정이 아니라 가족회의를 거쳐서 진행하시느라 늦어지신거구요.
    고모부님과 아이들이 너무나도 흔쾌히 좋다고 해줘서 진행된 일이었어요...
    본인의 희생이라고 생각하신 것 보다는, 어린 조카딸이 안쓰러우신 마음이 더 커셨던 걸수도요.
    형님은 부유한 집안에서 사랑 많이 받고 자란 큰 딸이세요. ㅋㅋ

  • 8. MandY
    '16.4.11 2:54 PM (121.166.xxx.103)

    이런글 좋아요 형님도 희생이라고 생각지 않으셨으니 지금 원글님의 각성(?)이 아름다운 거구요^^

  • 9. ....
    '16.4.11 8:18 PM (59.15.xxx.86)

    마음이 따뜻하고 좋은 분 맞아요.
    그런데 원글님 이런데 글 쓰면서
    사누님이 한 분 계세요...부터 이러시고 저러시고...
    계속 존대말로 쓰셨는데...그런건 자제하시는게 좋아요.
    원글님께 손윗분이시고...존경하는 마음이 듬뿍 묻어나는 글인데
    글을 읽는 대중에게는...
    저만해도 님 시누이보다 나이 많거든요.
    그러나...흐뭇하고 따뜻한 글이네요.
    지적질 미안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47172 중딩딸이 이뻐요ㅎㅎㅎ 10 투표합시다 2016/04/13 2,755
547171 치킨집에서 쿠폰사용 미리 알려달라고하는거 11 ss 2016/04/13 3,014
547170 지금 투표장에 노장년층들이 많나요? 1 ..... 2016/04/13 354
547169 아가랑 투표"…박진희, 딸 업고 소중한 한 표 행사 4 투표하고쉬자.. 2016/04/13 2,334
547168 드럼 세탁기 통돌이 무얼 선택할지 고민입니다. 4 여쭈어 봅니.. 2016/04/13 1,343
547167 투표는 나라를 구하는겁니다^^ 아자아자 1 ^^ 2016/04/13 247
547166 확실히 먹는것이문제인가봐요 1 아토피 피부.. 2016/04/13 1,088
547165 찹쌀로 인절미를 할건데 조금 도와주세요~ 9 호롤롤로 2016/04/13 1,140
547164 투표율이 줄었어요 4 다음 2016/04/13 1,313
547163 투표 안한 젊은 층 VS 투표 한 노인층 누굴 위한 정치를 할까.. 5 눈치 2016/04/13 638
547162 크리니크 마스카라와 견줄만한 마스카라 추천드려요... 마스카라 추.. 2016/04/13 1,074
547161 전남 순천 60.8% 3 드디어 2016/04/13 1,974
547160 달콤한 향이나 맛이나는 허브차 있나요? 8 궁금이 2016/04/13 977
547159 푸들 이발기 추천요.. 푸들푸들해 2016/04/13 752
547158 혼자 하는 군살 스트레칭 7 ㅎㅎ 2016/04/13 2,552
547157 지난 대선때 출구조사가 방송3사와 다른곳이 현저히 다른이유? 3 dd 2016/04/13 913
547156 아직 투표 못하신 분 이유가 뭔가요? 16 세월호 2016/04/13 2,112
547155 저는 바보같이 진지하게 살았나봐요 3 샤방샤방 2016/04/13 1,568
547154 오늘 코스코 문여나요? 3 장보기 2016/04/13 762
547153 철수는 좋겠다 22 종편스타 안.. 2016/04/13 3,437
547152 우리나라 음식 중에서 설탕 안 들어가는거 알려주세요 26 ... 2016/04/13 5,358
547151 남중생 변성기 가창 수행평가 어떻게 하나요? 4 ..... 2016/04/13 1,144
547150 다들 주위분들에게 투표 독려하셨나요?? 1 서두르세요 2016/04/13 226
547149 문재인 유세 후 인터뷰 중 유인태의원 워딩.txt 9 사이다 2016/04/13 1,308
547148 처음으로 여수여행 가는데 정보 좀 부탁드려요. 11 처음 2016/04/13 2,7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