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조건이 뭐랄까.. 남자들이 결혼상대로 딱 선호하는 그런 조건이에요
집안이며, 직업이며, 외모가
대충 짐작 가시죠? 막 최전선을 달리는 그런 엄청난 커리어우먼은 아니지만, 어디가서 소개하면 오~ 하는 반응 정도는 들어오는 (참고로 교사, 공무원 그런거 아님)
집안도 막 재벌... 이런건 아니지만, 어디가서 부모님 직업 때문에 꿀린 적 없고
외모도 막 연예인, 모델... 이런건 아니지만, 어디서도 주목받을 정도는 되고
게다가 우연히도 남편의 직종에도 어느정도의 도움을 줄 수 있고, 가사육아까지 남편에게 손 벌리지 않아도 되요
(대신 성격이 별로 안좋음ㅎㅎ 이런 글 쓸 정도면 착하고 순하고...는 아니지요?)
어떻게 생각하면 남자 좋은 일만 시키는거 아닌가... 싶을 때도 있고,
일에 가사에 육아까지 제 몸은 골골 만신창이지만, 워낙에 좋아하는 일이고 (남자 잘 만나려고 택한 일이 아니라는 의미), 남편이 워낙 바빠서 현실적으로 가사, 육아를 나눠서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거 나도 인정할 정도이고, 내가 밤에 남은 집안일 하느라 허리아플 때, 남편이 어디 술자리에서 여자끼고 히히덕 거리는게 아니라 사무실에서 눈 아프게 서류보고 있는거 잘 아니까...
그리고 그만큼의 페이를 받아오고, 그 페이를 쓰는데 조금도 생색 내지 않고, 가사는 가능한 기계나 사람의 힘을 쓰도록 해주고, 주말에는 아이를 전담해주니까
그냥 원래 젊을때 고생은 사서 하는거야~ 하면서 살아요
남편이랑은 이제 슬슬 신혼도 아니고 가끔 솔직한 속물같은 대화를 할 때도 있는데, 그중에 누가 누구랑 결혼했다더라~ 근데 누가 심하게 기우는거 같아~ 디게 많이 사랑하나봐~ 뭐 이런 대화를 할 때가 있어요
예를 들어, 의사와 간호사의 결혼? 변호사와 비서의 결혼? 같은거 (물론 그 간호사나 비서가 재벌의 딸이지는 않음)
남편이 점점 사회적 위치가 올라가는걸 보는건 기쁨반, 두려움반이에요
나는 가사와 육아로 내 일을 어느정도 세이브하고 있는데, 점점 가속을 붙여서 달려가는 그를 보는건 심경이 복잡해요
나도 예전엔 저랬는데....
분명 저렇게 달리는 커리어우먼도 있을텐데....
그런 여자들과 사회에서 만나기도 할텐데, 혹시라도 나랑 비교되지는 않을까....
물론 남편은 한번도 그런 내색을 한 적도 없고, 오히려 내가 집안을 위해, 자기를 위해, 희생해주고 있다고 늘 고마워하죠.
하지만 내심 그런 진심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그럴때, 내가 만약 정말 남편이랑 순수하게 사랑만 보고 결혼했으면 더 불안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동료 누구 와이프는 ***인데..... 처가집에서 이번에 차를 뽑아주셨데..... 이런 얘기들을 평온하게 못들었을 것 같아요
다행히도 친정에서 신혼때, 집값을 도와주시고, 남편 유학도 보내주셔서, 그게 지금의 남편을 있게한 큰 힘이 되었고,
제 직업도 남편이 어디가서 말하기 좋은 그런 직업이라서 그나마 제가 제 평온심을 유지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런 저는 남편의 진심을 믿지 않는 걸까요?
아니거든요. 전 아마 남편이 아니었으면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고, 지금도 다시 태어나도 다시 남편이랑 결혼할 것이고, 제 딸은 꼭 남편같은 사람이랑 맺어지길 바라요. 그정도로 사랑하고 신뢰하죠.
근데 이런 남편을 향한 제 사랑과 신뢰는 그럼 무주건적인 것이냐? 아니에요
제가 남편을 사랑하는 큰 이유 중의 하나는 그의 직업이 있어요
물론 ***라고 하는 직업이 갖는 사회적 의미와 시선, 위치도 중요하죠. 하지만, 그 분야에서 최전선을 달리고, 그일을 즐기는 그 모습에 매력을 느껴요
개인적으로 그 사람의 학벌이나, 직업은 그 사람의 인생의 성실도와, 성취능력을 나타낸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 조건은 제게 그 사람의 인성이나, 외모 같은 조건마큼 중요해요
그리고 남편 역시 저를 그렇게 봐주길 바라요
단순히 무조건적으로 사랑받는 것보다 그게 더 안심이 되고 신뢰가 가요
왜냐하면, 나는 계속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할꺼고, 누가 쉽게 대체할 수 없는 그런 사람이려고 노력할꺼니까
이건 단순히 워킹맘만이 가능한게 아니라,
전업주부라도, 완벽한 프로 전업주부라면, 충분히 훌륭한 조건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집안일과 육아라는게 대충 하려면 얼마든지 대충 할 수 있지만, 제대로 하기 시작하면 정말 끝이 없는 직업이니까요
대충 외식하고 대충 티비 보여주면서라면 얼마든지 널럴할 수 있지만,
만약 거의 집밥을, 그것도 식재료부터 선별하고, 늘 청결하게 집안을 유지하고, 티비대신 몸으로 놀아주고, 책 읽어주고, 가계를 현명하게 운영해서, 저금까지 하는 전업주부라면 그건 몇명의 몫을 혼자서 해내는 걸테니까요
그런 주부는 정말 어설픈 워킹맘의 몇배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