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그러다 벌 받는다'란 말을 경끼하듯 싫어한 엄마

........ 조회수 : 974
작성일 : 2016-04-04 14:09:45
그러나 제가 불혹의 나이가 넘어보니 우리 엄마는 벌 받은 게 맞는 것 같아요.

엄마 역할을 해 주었던 자기 언니에게...
아빠 역할을 한 오빠의 부인에게...
남편의 어린 여동생에게...
늙어 힘없는 시아버지에게... 시숙들에게... 그리고 형님들에게...
딸인 저에게... 인사드리러 왔던 몇 명의 사윗감들에게...
강아지에게... 그 외 자기가 데려왔던 애완동물들에게...

제게 제일 무섭게 남아 있는 엄마의 행동은 며느리에게였어요.
오빠부부가 이혼을 하는 과정에서
엄마는 다른 것보단 손주들을 몽땅 빼앗고 싶어했어요.

오빠는 바쁘다는 이유로 자기 이혼과정을 엄마에게 전임했는데
우리 집이 그다지 넉넉한 집이 아니었는데도 변호사 비용을 엄청 썼어요.
변호사에게 며느리의 경제능력과 알콜중독을 이용해서
반드시 아이들만은 빼앗아야만 한다고 전화로 힘주어 말하는 걸 몇번이나 듣고서
저는 엄마에게 '그 애들 데려와서 무엇하느냐'고 말했었어요.

저는 당시 대학원 학생이었고 아빠는 애들을 볼 줄 모르는 사람이었고요.
엄마 또한 화려하게 꾸미고 놀러다니기 좋아하니 무슨 애들을 보겠느냐,
그러니 그냥 불쌍하니까 양육권은 넘겨줘라...라고 말했었어요.

그 때 엄마가 웃으면서 한 말이 잊혀지지 않아요.
미쳤니? 내가 키우게... 일단 빼앗아는 온 후 고아원에 보내야지.
그렇게 말하는 엄마를 보며 저는 말 그대로 등골이 서늘해지더라구요.
결국 양육권은 애들엄마에게로 갔는데, 위자료도 재산분할도 별로 안 해주게 됐다며 승소했다고 좋아하셨죠.

지금 엄마는 자신이 그렇게도 경멸했던 '아들만 보고 매달리는 이모'처럼
'땡전 한 푼 없이 며느리들에게 의지하던 할아버지'처럼
'이혼당하고 위자료 못 받고서 쫓겨나간 새언니'처럼
'예쁘다고 데려왔다가 똥싸고 오줌싸니 못 키우겠다고 내다버린 강아지나 병아리'처럼 살고 있어요.
친구고 아들이고 새며느리고 남편이고 다 떠난 외로운 노인네 삐쩍 마르는 게 불쌍해서 제가 받아주려 했으나
저 마저 아주 기함을 하고 도망가버릴 정도로 아직도 못된 행동과 말을 멈추지 않습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엄마처럼 안 살 수 있을까를 매일 곱씹으며 40대 중반을 살아갑니다.
IP : 94.242.xxx.74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 .
    '16.4.4 2:12 PM (121.150.xxx.86)

    사람보다 무섭고 잔인하게 없어요.
    안보고 안듣고 사니 좋아요.

  • 2. ..
    '16.4.4 4:02 PM (114.204.xxx.212)

    와 듣던중 참 놀라운 얘기네요

  • 3. ...
    '16.4.6 7:42 PM (49.166.xxx.118)

    휴휴휴...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44210 마른 문어에 핀 곰팡이를 먹었어요.ㅠㅠㅠ 2 ㅠㅠ 2016/04/04 2,358
544209 얼굴이 심하게 탔을 때 4 da 2016/04/04 3,216
544208 수도권 납골묘 추천 부탁드려요 4 혼자 2016/04/04 1,145
544207 세월호720)아홉분외 미수습자님들이 꼭 가족분들과 만나게 되시기.. 6 bluebe.. 2016/04/04 362
544206 대형마트에서 파는 영양제 어떤가요? ㅇㅇ 2016/04/04 631
544205 적성검사에 대해서 1 고민 2016/04/04 633
544204 세월호 안산 = 새누리당 석권 7 안산 2016/04/04 2,100
544203 지마켓서 네소 시티즈 저렴하길래 동생한테 선물하려고 방금 결제했.. 3 투르크무민 2016/04/04 1,193
544202 전복요리는 회, 죽말곤 뭐가 괜찮나요? 8 .... 2016/04/04 1,393
544201 엄마한테 옷 사드렸더니... 엄마가 외숙모한테 그 옷 주셨네요 .. 11 .. 2016/04/04 5,836
544200 피부에 녹아드는 마스크팩 후기...ㅋㅋ 12 페이스 2016/04/04 8,767
544199 국민의당 천정배 폭망직전임 14 ... 2016/04/04 4,353
544198 미스터 피자? .... 2016/04/04 829
544197 지금 생활의 달인에 나오는 식빵 어딘지 아세요? 7 혹시 2016/04/04 4,221
544196 통영 남해여행 후기 8 /// 2016/04/04 5,289
544195 매일을 살얼음판 위에 사는것같아요... 2 ... 2016/04/04 2,199
544194 법륜스님 대학생특강 " 총선 사표방지 위해 차악 선택하.. .... 2016/04/04 768
544193 학원소개 했다가 5 ........ 2016/04/04 2,392
544192 sbs 스페셜 설탕전쟁 다시보기 2 두두 2016/04/04 2,457
544191 손석희브리핑 '동백꽃 지다' 7 퓨쳐 2016/04/04 2,102
544190 가슴 따뜻한 남자 뭘로 느낄 수 있나요? 8 가슴 2016/04/04 5,996
544189 델보가방 프랑스 2016/04/04 1,714
544188 최현석 셰프가 유명한 사람인가요? 9 ,,, 2016/04/04 4,480
544187 님들의 음식물 쓰레기처리 방법 궁금해요(락앤락 음식물통 후기도요.. 4 **** 2016/04/04 1,434
544186 편도선염인데 소염제먹어도되나요? 1 아이고 2016/04/04 4,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