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그러다 벌 받는다'란 말을 경끼하듯 싫어한 엄마

........ 조회수 : 954
작성일 : 2016-04-04 14:09:45
그러나 제가 불혹의 나이가 넘어보니 우리 엄마는 벌 받은 게 맞는 것 같아요.

엄마 역할을 해 주었던 자기 언니에게...
아빠 역할을 한 오빠의 부인에게...
남편의 어린 여동생에게...
늙어 힘없는 시아버지에게... 시숙들에게... 그리고 형님들에게...
딸인 저에게... 인사드리러 왔던 몇 명의 사윗감들에게...
강아지에게... 그 외 자기가 데려왔던 애완동물들에게...

제게 제일 무섭게 남아 있는 엄마의 행동은 며느리에게였어요.
오빠부부가 이혼을 하는 과정에서
엄마는 다른 것보단 손주들을 몽땅 빼앗고 싶어했어요.

오빠는 바쁘다는 이유로 자기 이혼과정을 엄마에게 전임했는데
우리 집이 그다지 넉넉한 집이 아니었는데도 변호사 비용을 엄청 썼어요.
변호사에게 며느리의 경제능력과 알콜중독을 이용해서
반드시 아이들만은 빼앗아야만 한다고 전화로 힘주어 말하는 걸 몇번이나 듣고서
저는 엄마에게 '그 애들 데려와서 무엇하느냐'고 말했었어요.

저는 당시 대학원 학생이었고 아빠는 애들을 볼 줄 모르는 사람이었고요.
엄마 또한 화려하게 꾸미고 놀러다니기 좋아하니 무슨 애들을 보겠느냐,
그러니 그냥 불쌍하니까 양육권은 넘겨줘라...라고 말했었어요.

그 때 엄마가 웃으면서 한 말이 잊혀지지 않아요.
미쳤니? 내가 키우게... 일단 빼앗아는 온 후 고아원에 보내야지.
그렇게 말하는 엄마를 보며 저는 말 그대로 등골이 서늘해지더라구요.
결국 양육권은 애들엄마에게로 갔는데, 위자료도 재산분할도 별로 안 해주게 됐다며 승소했다고 좋아하셨죠.

지금 엄마는 자신이 그렇게도 경멸했던 '아들만 보고 매달리는 이모'처럼
'땡전 한 푼 없이 며느리들에게 의지하던 할아버지'처럼
'이혼당하고 위자료 못 받고서 쫓겨나간 새언니'처럼
'예쁘다고 데려왔다가 똥싸고 오줌싸니 못 키우겠다고 내다버린 강아지나 병아리'처럼 살고 있어요.
친구고 아들이고 새며느리고 남편이고 다 떠난 외로운 노인네 삐쩍 마르는 게 불쌍해서 제가 받아주려 했으나
저 마저 아주 기함을 하고 도망가버릴 정도로 아직도 못된 행동과 말을 멈추지 않습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엄마처럼 안 살 수 있을까를 매일 곱씹으며 40대 중반을 살아갑니다.
IP : 94.242.xxx.74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 .
    '16.4.4 2:12 PM (121.150.xxx.86)

    사람보다 무섭고 잔인하게 없어요.
    안보고 안듣고 사니 좋아요.

  • 2. ..
    '16.4.4 4:02 PM (114.204.xxx.212)

    와 듣던중 참 놀라운 얘기네요

  • 3. ...
    '16.4.6 7:42 PM (49.166.xxx.118)

    휴휴휴...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45004 초콩 만들었는데 어떻게 먹어야 잘먹을까요? 3 모모 2016/04/06 918
545003 정청래가 말하면 막말, 김무성이 말하면 괜찮음 7 김무성 2016/04/06 849
545002 분당갑 유권자들 이거 보셨어요? 2 권혁세 후보.. 2016/04/06 1,373
545001 아이가 허락없이 공기계를 구입했어요 18 질문 2016/04/06 4,621
545000 공기 청정기 문 열어두고 켜도 되나요? 4 늘그리워 2016/04/06 4,048
544999 좀된 핸폰인데요 충전기 연결하는 부분 고장 8 갤s3 2016/04/06 869
544998 보장기간 보통 몆년들 하세요?중고딩 1 보험 2016/04/06 385
544997 필라테스할때 입는 옷이요 8 벗꽃 2016/04/06 3,646
544996 강아지가 자신의털을 먹고 토해요.. 8 .. 2016/04/06 7,762
544995 호남 민심 왜 문재인에게 그런건가요? 78 궁금 2016/04/06 4,492
544994 규칙적으로 사는게 힘든 건 왜 그럴까요? 5 ........ 2016/04/06 1,722
544993 팔다리 가늘고, 뱃살 많으신분들 출근때 뭐입으세요? 6 제목없음 2016/04/06 1,798
544992 길고양이 수백마리 죽인 인간,집행유예 받았네요. 11 ... 2016/04/06 1,109
544991 임신 했는데.. 아기 낳는게 너무 무서워요... 33 ........ 2016/04/06 8,304
544990 전라도 광주에 깨끗한 찜질방 추천해 주세요. ddd 2016/04/06 1,926
544989 저 둘째 낳아야겠죠 ㅠ 16 ... 2016/04/06 3,693
544988 민주당 탈호남, 국민당 호남 자민련 5 민주당 2016/04/06 521
544987 아까 윗집에서 물샌다던 원글이예요. 5 .. 2016/04/06 2,003
544986 법적대리인 내세우는 거 어떤 게 있을까요? 법 잘 아시는 분 haphap.. 2016/04/06 433
544985 친구에게 잘하고 부모에게 못하는 남친 16 2016/04/06 3,847
544984 아이들 피아노 언제까지 가르치셨어요? 7 피아노 2016/04/06 2,609
544983 “탈핵, 동물권리 보호” 녹색당…청중 안 모여도 “1석만이라도”.. 9 후쿠시마의 .. 2016/04/06 621
544982 성당에서 신부님이 가정방문을 오시는데요 질문있어요. 4 초보신자 2016/04/06 2,458
544981 조언구합니다 ㅜㅜ지난번에 시아버님 칠순 문의드렸는데요;; 20 제목없음 2016/04/06 4,596
544980 무릎 꿇은 진박들 눈물 호소.jpg 15 생쇼를하네 2016/04/06 2,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