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그러다 벌 받는다'란 말을 경끼하듯 싫어한 엄마

........ 조회수 : 936
작성일 : 2016-04-04 14:09:45
그러나 제가 불혹의 나이가 넘어보니 우리 엄마는 벌 받은 게 맞는 것 같아요.

엄마 역할을 해 주었던 자기 언니에게...
아빠 역할을 한 오빠의 부인에게...
남편의 어린 여동생에게...
늙어 힘없는 시아버지에게... 시숙들에게... 그리고 형님들에게...
딸인 저에게... 인사드리러 왔던 몇 명의 사윗감들에게...
강아지에게... 그 외 자기가 데려왔던 애완동물들에게...

제게 제일 무섭게 남아 있는 엄마의 행동은 며느리에게였어요.
오빠부부가 이혼을 하는 과정에서
엄마는 다른 것보단 손주들을 몽땅 빼앗고 싶어했어요.

오빠는 바쁘다는 이유로 자기 이혼과정을 엄마에게 전임했는데
우리 집이 그다지 넉넉한 집이 아니었는데도 변호사 비용을 엄청 썼어요.
변호사에게 며느리의 경제능력과 알콜중독을 이용해서
반드시 아이들만은 빼앗아야만 한다고 전화로 힘주어 말하는 걸 몇번이나 듣고서
저는 엄마에게 '그 애들 데려와서 무엇하느냐'고 말했었어요.

저는 당시 대학원 학생이었고 아빠는 애들을 볼 줄 모르는 사람이었고요.
엄마 또한 화려하게 꾸미고 놀러다니기 좋아하니 무슨 애들을 보겠느냐,
그러니 그냥 불쌍하니까 양육권은 넘겨줘라...라고 말했었어요.

그 때 엄마가 웃으면서 한 말이 잊혀지지 않아요.
미쳤니? 내가 키우게... 일단 빼앗아는 온 후 고아원에 보내야지.
그렇게 말하는 엄마를 보며 저는 말 그대로 등골이 서늘해지더라구요.
결국 양육권은 애들엄마에게로 갔는데, 위자료도 재산분할도 별로 안 해주게 됐다며 승소했다고 좋아하셨죠.

지금 엄마는 자신이 그렇게도 경멸했던 '아들만 보고 매달리는 이모'처럼
'땡전 한 푼 없이 며느리들에게 의지하던 할아버지'처럼
'이혼당하고 위자료 못 받고서 쫓겨나간 새언니'처럼
'예쁘다고 데려왔다가 똥싸고 오줌싸니 못 키우겠다고 내다버린 강아지나 병아리'처럼 살고 있어요.
친구고 아들이고 새며느리고 남편이고 다 떠난 외로운 노인네 삐쩍 마르는 게 불쌍해서 제가 받아주려 했으나
저 마저 아주 기함을 하고 도망가버릴 정도로 아직도 못된 행동과 말을 멈추지 않습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엄마처럼 안 살 수 있을까를 매일 곱씹으며 40대 중반을 살아갑니다.
IP : 94.242.xxx.74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 .
    '16.4.4 2:12 PM (121.150.xxx.86)

    사람보다 무섭고 잔인하게 없어요.
    안보고 안듣고 사니 좋아요.

  • 2. ..
    '16.4.4 4:02 PM (114.204.xxx.212)

    와 듣던중 참 놀라운 얘기네요

  • 3. ...
    '16.4.6 7:42 PM (49.166.xxx.118)

    휴휴휴...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48324 초등 4학년 아들이 스마트폰 사달라고 시위해요 7 어려워요 2016/04/16 1,383
548323 스타벅스 기프트카드 2 카드 2016/04/16 1,254
548322 지진이 저리 많이 나는 땅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게 신기하네요 10 새삼 2016/04/16 1,827
548321 밥값 6천원인데 카드 계산하면 8천원 12 우리동네 2016/04/16 3,364
548320 여학생들 3 2016/04/16 774
548319 [Remember 0416] 신의 거처 [펌] 2 함석집꼬맹이.. 2016/04/16 484
548318 목동8단지 몬스터수학 학원 어떤가요? .. 2016/04/16 877
548317 안철수 공약 결선투표제 이렇게는 안될까요 9 jjj 2016/04/16 610
548316 주식병걸린 남자 10 holly 2016/04/16 2,748
548315 아빠란인간이바람을핍니다 8 ... 2016/04/16 2,598
548314 세월호 2주기에 축제라니.... 3 .... 2016/04/16 1,296
548313 예전에 인간극장에 나왔던 피아노영재 궁금이 2016/04/16 1,216
548312 1987년을 잊지마세요. 7 샬랄라 2016/04/16 1,532
548311 죄송하지만 혹시 노래방 한시간 가격아세요?? 3 이와중에 2016/04/16 2,593
548310 주차편하고 분위기좋은 스타벅스 추천해주세요 4 서울시내 2016/04/16 3,542
548309 김종인의 세월호 관련 .... 2016/04/16 706
548308 요즘 저희집만 빨래가 잘 안마르는걸까요? 8 ... 2016/04/16 2,095
548307 이런 이유로 항공기 출발 지연 되는 거 겪어보신 분..? 7 무지개1 2016/04/16 1,642
548306 사립초 가려면 영유 필수인가요? 6 고고싱하자 2016/04/16 2,789
548305 대백 앞 분향소 설치 2 416 2016/04/16 600
548304 더민주당 김종인 당대표를 보며 드는 생각 5 ㅇㅇㅇ 2016/04/16 1,343
548303 점점 홍진경이 좋아 집니다. 10 ..... 2016/04/16 6,863
548302 생연어 훈제연어 연어초밥 먹어도 되나요? 1 궁금 2016/04/16 1,236
548301 김종인 대표께 감사를 7 생각 2016/04/16 886
548300 축의금 얼마가 좋을까요? 4 ^^ 2016/04/16 1,1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