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좀 아파요. 당뇨 진단을 받아서 하루 두번 정해진 시간에 인슐린 주사 놔줘요.
피하주사는 덜 아픈거지 아예 안 아픈게 아니라서 반항이 좀 심한 날이 있어요.
얌전하게 잘 맞아주면 아이고 이쁘다 우쭈쭈 세상에 이렇게 이쁜 내새끼가 있나 난리 부루스를 추는데
싫다고 저 깨물고 해서..도저히 주사를 못놓은 날엔 저도 모르게 마음이 냉담해지고
다 저를 위해서 하는걸 왜 몰라줄까 서운하고 .. 이래저래 복합적인 감정때문에 애를 이뻐하질 못해요.
어제도 그래서 좋아하는 드라마도 안보고 일찍 잠에 들었는데.. 새벽에 배고프다고 우는 녀석 보고
눈물이 터졌어요.
말로는 뭘해도 이쁜 내자식이라고 하면서 나한테 이쁜 짓 할때만 내가 이뻐한거구나 싶어서요.
이건 애를 사랑하는게 아니라..살아있는 인형취급을 한거구나. 내 정서적 충족감을 위해 얘를 이태껏
키운건가 싶어서 펑펑 울었어요.
제가 저희 엄마한테 서운했던 점이 그거였거든요.
제가 엄마 마음에 들게 행동하면 절 사랑해주시는거 같은데. 제가 엄마 마음에 안들게 행동하면
정말 싸늘하게 대하셨어요. 그게 무슨 범죄나 일탈도 아니고. 단지 엄마가 하라는 대로 안했다는게
이유였거든요.
새벽에 배고파서 제 눈치보면서 제 다리에 부벼대는 녀석을 보면서..아 나는 아기를 낳을 자격이 없는
여자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어쩌면 고양이한테 주양육자는 저밖에 없는데 제가 주는것만 먹고 제가 해주는것만 누릴수 있는 녀석에게
저는 정서적으로까지 완전한 굴종을 원했나봐요. 고양이니 망정이지..
사람아이를 이렇게 키웠다면..생각만해도 소름이 끼쳐요.
고양이가 주사를 안맞겠다고 반항을 심하게 하면. 더 아픈 아이에 대한 안쓰러움을 느끼고
애정을 다해서 보듬을 생각을 안하고.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너는 나한테 이렇게 나오느냐고 노하는 저..
제가 아이를 키웠으면 분명 이런 정서적 학대를 했을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