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 원글 http://todayhumor.com/?humorbest_1226463
페이스북이 캡쳐라 복붙이 안되어서 어쩌나 하다가 블로그 가서 글 찾음
아내의 선거운동일기_2016년 3월 22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정치 입문하게 된 새내기 남편을 바라보며 하루에도 열두 번 마음이 바뀐다.
이 길이 아닌데.. 정책과 정직, 그리고 책략과 관계가 오가는 사이에서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변해 갈지.. 걱정이 많이 된다.
정치를 시작할 때 나랑 약속한 두 가지를 아직까지는 지키고 있으니, 꿋꿋이 지켜보는 수밖에... 그리고 조용히 도와주는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열정적으로 도와줄 수 없는 꽉 막힌 내 마음 또한 싫다. 이왕 할 거 팍팍 밀어주지 왜 안 될까?
지난 주 부터 남편이 아닌 (남편은 내게 직접적으로 요구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통해 나를 움직이게 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다른 선거사무실 관계자로부터 연락을 받고 명함을 돌리기 시작했다. 직접 해 보니 자존심이 조금 구겨지는 일이었다.
신랑이 한 달만 참아 달라며 ‘HELP'를 외칠 때 이런 걸 하는 줄 몰랐다.
허리는 최대한 굽히고 똑똑한 발음으로 타이밍 맞춰서 후보자의 명함을 주는 일은 정말 부끄러웠다.
대학 다닐 때 동아리 공연을 위해 팜플릿 광고주 찾아서 주변 상가를 다니며 구걸을 할 때도 이렇게 부끄럽진 않았는데..
아내의 선거운동일기-2016년 3월 23일
오늘은 어제보다 나은 하루였다. 나름 정체성을 드러내는 옷도 지급되었고 둘째날이기 때문이다. 적응이 빠른 편인지 훨씬 편해졌다. 시민이 살짝 웃어주면 “제가 배우자입니다.꼭 읽어보시고 응원 부탁 드립니다.” 멘트까지 했다. 속도도 빨라지고..
시민이 다 웃어주는 건 아니다. 소리를 지르시거나, 욕하시거나, 명함을 던지시는 분을 만날 때면 나도 솔직히 욱~할 때도 있다.
맞는 말이지만 내가 왜 그 말을 들어야 하는지 분통해진다. 그럴 때마다 당장 신랑에게 쫓아가 펀치를 날리고 싶다.
잘 나가는 공무원 관두고 교수 한다고 했을 때는 공무원 연금이든 사학 연금이든 상관없다 싶어 본인 뜻대로 하게 두었는데,
정치인은 다르다. 미래가 보장이 안 된다. 은행으로 치면 고위험 펀드를 든거다. 게다가 나는 솔직히 정치인을 존경하지도 않는다.
존경할 수 없는 남편의 직업에 대해 나는 우리 아들딸에게 어찌 얘기해야 하나? 솔직하게? 아니면 교과서적으로?
선택은 어렵지 않으나 양심에 찔린다.
“그래도 아빠는 다른 정치인과는 다를 거야. 그러니 우리 믿고 따르자!” 이게 최선의 답일까~~........
아내의 선거운동일기-2016년 3월24일
오늘도 낯선 곳으로 달린다. 이제까지 강남이 터전이었던 나에게 경기도 군포는 여러 가지로 낯설다.
과천, 인덕원, 안양을 지나 군포라 써 있는 이정표를 따라 갈수록 나는 마음이 무거워진다.
도시환경이 점점 달라지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다른 경기도 지역도 많은데 왜 하필 군포일까...? 내겐 이름부터 낯설다.
저 멀리 신랑의 현수막이 걸린 선거사무실이 보인다.
건물이 10층은 되어 보이는데 주차장이 없단다.
어찌 이런 일이.... ㅠ 주차할 공간을 찾아 선거 사무실 뒷골목을 지나가는데
정리 안 된 주택과 상가들이 보인다. 마침 분뇨차도 지나간다.
어딘가 살짝 80년대 스러운 느낌이 이상하게 싫지 않다.
내가 좀 촌스러운 구석이 있나 보다.
‘응팔’의 시청률은 이런 향수가 먹혀서가 아닐까?
그래도 낯선 곳에서 사는 건 아직 자신이 없다.
그렇지만 이 곳을 남편이 어떻게 더 좋은 지역으로 만들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고민이 많아진다.......
갑자기 ‘내 생에 봄날은 간다’ 노래가 부르고 싶다~~
[출처] 아내의 선거운동일기-2016년 3월24일|작성자 예산전문가 김정우
찾아보니 김정우 교수는 군포갑 후보이고요. 군포을이 이학영 의원인데 군포가 이번에 두개로 된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