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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시부모님 사진 이야기

옛날 생각이 나서 조회수 : 2,187
작성일 : 2016-03-20 22:51:48

어젠가 시어머니 사진 이야기를 보고 생각이 나서
오늘 하루종일 예전에 있었던 일이 떠올라 힘들었어요.

저흰 신혼 때
남편은 회사 사원 대출 100% 로
강서쪽에 9평짜리 단독 주택 2층을 얻었어요.
방 하나가 거실.침실.육아실.안방.....
저희의 모든 생활이 이루어지는 곳이었어요.
8자 장농이 겨우 들어가고
제 화장대도 둘곳이 없어서 창고방 겸 손님방.책방인
작은 방에 넣어두고 쓰지도 못할 정도였어요.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가는 주방이 있고요.

결혼 몇년 후
시부모님이 커다란 액자 두개를 주시더군요.
두분이 권사.장로 취임식 때 찍은 사진을 넣어서요.
50대 시부모님이 근엄하게 내려다 보는 사진을
남편은 안방 벽에서 저희 결혼 사진을 옮겨버리고
거기 걸자고 하더군요.
제가 아이와 함께
거의 모든 시간을 보내는 공간에다가
근엄하게 커다랗게 내려다 보는 시부모의 사진을
좁은 벽이 꽉차게 걸자니......

시부모님이 저희 집을 모르셔서요? 아니요.
일년에 몇번씩 오셔서 그방 차지하고 주무시고 가셨던 분들입니다.
저만 아기랑 창고 방에서 잤고요.
남편은 부모님이 걸라고 주셨으니 걸어야만 한다더군요.
시어머니 그 앙다문 입매만 보아도
그간의 막말들이 떠올라 괴로웠어요.
하루종일 감시 받는 느낌이 들더군요.

며칠 후 조용히 사진을 내려서 안보이는 곳에 치웠습니다.
퇴근한 남편이 화를 내며 다그치길래
자꾸만 영정 사진처럼 느껴져서 너무 마음이 안좋다.
나중에 거실이라도 있는 집에 이사가면
거실 정면에 걸어줄테니 지금은 걸지말자고.설득했습니다.

후에 다니러온 시어머니가
내 사진 왜 안걸어놨냐고 화 내실때는
남편이 가족 사진도 아니고
영정 사진같은걸 어떻게 걸어두냐고
오히려 핀잔을 주니 어머니도 아무 말 못하시더군요.

아파트로 이사갈때
다른 액자들과 함께 섞어서 폐기했습니다.
제가 지금 어머니 그당시 나이랑 비슷해졌습니다.
그래도 아직도
그분들 심사는 이해가 안됩니다.
IP : 221.148.xxx.69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6.3.20 11:02 PM (110.70.xxx.222)

    같은 경험을 했네요
    대형 액자 한개는 한복 입고 시부모 둘이 찍은 사진을 ...
    또 하나는 친적들과 찍은 사진인데 크기가 24평 거실 벽 반은 차지ㅠ
    저도 이사하면서 폐기했어요 액자가 너무 커서 틀을 발로 뽀개서 재활용봉투에 넣어 버렸어요

  • 2. ...
    '16.3.20 11:11 PM (39.112.xxx.14)

    저두요
    시댁에서 가족사진을 주는데 아 그게참
    왜그렇게 사진에서 안좋은 파장이 나오는것 같은지 원
    결국 오자마자 한쪽에 쳐박아놨어요.
    어른들은 왜 자신들이 나온 사진에 그리 집착하는지....

  • 3. 플럼스카페
    '16.3.20 11:23 PM (182.221.xxx.232)

    그 글에 댓글 달긴 했는데 원글님네는 좀...어디다 걸라구 그걸.
    그런데 어른들이 다 그런가는 몰라도 저희 시부모님도 뭔가 큰 사이즈 사진을 좋아하시는 거 같아요. 전 저희집 거실 심플해서 좋은데 자꾸만 가족사진 다시 찍어 2개 나눠 걸자고 하시네요. 지금 시댁에 있는 사진도 거의 60인치 티브이만한데 그걸 뭘 또 찍자시는지 ㅠㅠ

  • 4. ...
    '16.3.20 11:50 PM (114.204.xxx.212)

    저도 50대지만 ..
    미쳤나봐 서리가 절로 나오네요
    가족사진도 아닌 개인 대형액자라니...

  • 5. 아 정말
    '16.3.21 6:48 AM (110.10.xxx.35)

    미친 시부모들에게 지혜롭게 대처하셨네요

  • 6. 시부모보다 남편이문제
    '16.3.21 8:38 AM (220.76.xxx.115)

    우리는종갓집이라 제사차례가 많아서 무슨기일날이면 내가머리에서 뒤가날 지경 이에요
    결혼하고 난생처음으로 달력을 미워해본 사람입니다
    새해가 돌아오면 우리남편은 새달력에 제사기일 표시하는것이 살아가는 순서가 됏어요
    거기에 지금손자가 태어나서 초등들어갈 나이인데 작은방 책장위에 사진이 시할아버지 시아버지 시어머니
    영정사진이 나란히 걸려잇어요 걸린것도 좋은데 우리남편은 아침에 출근할때 사진보고 인사하고
    저녁에퇴근하고 인사하고 우리남편의 종교라 생각하고 잇어요 길게생각하면 내가암에 걸릴지모른다는
    생각이들어서요 언젠가는 내려서 사진빼고 사진은 남편책상 서랍에두고 틀은 부셔버릴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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