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아빠가 과학쪽 교수셨어요.
어렸을 때부터 각종 실험도구들로 실험해주시고 밤이면 데려다가 별자리 설명해주시고
초저녁 금성이 뜰때면 저 데려다가 저게 금성이라며 언제언제만 볼 수 있는거다 설명해주셨죠
플라스틱 병 들고나가서 눈가리고 태양도 관찰하고, 달 모양도 관찰하고....
아침산책 할 때면 이건 양치식물이다, 소나무에 송진이 어떨때 날아간다...
제가 나이들고 돈 벌어서 부모님 모시고 제주 여행을 갔었는데
그때도 친정 아빠는 주상절리를 보면서
저게 결정안정성때문에 저런 모양으로 남게된거라면서
30넘은 제게 주상절리 형성 과정을 찬찬히... 설명해주셨어요
단순히 지리적 생성과정이 아니라 화학적 지식까지 곁들이셔서 설명해주시는거죠
생각해보니 아빠는 제 교육을 위해 일부러 그러시는게 아니라
항상.... 공부하시고 교양있는 꼿꼿한 삶을 유지하시는게 친정아빠의 본모습이셨던 것 같아요
취미가 바둑일만큼 바둑 즐겨하시고
과학쪽 전공임에도 영어를 좋아하셔서
학창시절에 아침에 제가 밥먹고 있으면 항상 옆에서 영자신문 읽어주고 계셨죠
제가 공부할때는 힘내라면서 피오나칼리같은 유명 여성 CEO같은 삶을 프린트해서 보여주시기도 하시고...
아빠 책장에 각종 영어 원서 문학책도 가득했고
저 어렸을때 피아노 사러가면서 친정아빠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참 ost 가 좋다면서...그 영화를 보여주시고 나서 같이 피아노를 사러 갔었죠
그때가 겨우 9살이었는데도요
제가 중1때 유홍준 교수의 나의문화여행 답사기를 읽었는데
그때 여행지를 그대로 아빠와 여행을 갔었어요
나의 문화여행 답사기 1권 내용 그대로, 책과 지도를 들고
가족과 함께 안동, 경주 등등을 따라다니면서 책과 함께 여행다니며 음미했었죠
다보탑 아래에서 책과함께 했던 기억, 안동 도산서원에 퇴청마루에 앉아 이해안되던 글들을 여러번 되새김질 하던
옛 생각이 새록새록하네요.
그런 아버지 밑에서 자라 저도 사회에 기여하는 워밍캄이 되긴했다지만,
참 그런 부모가 되기란 쉽지 않네요
일단 너무 무식해서...알려줄게 없어요 ㅠ_ㅠ
하고싶어도 마음대로 안되네요
공부좀 더 해둘걸 그랬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