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초반엔 알파고와 인간 고수는 비슷하게, 아니면 좀 알파고가 밀릴 수도 있다. 초반엔 경우의 수가 무한해 알파고가 능력을 발휘하는데 한계가 있다. 하지만 바둑 돌이 채워질수록 경우의 수가 점점 줄어들어 알파고가 경우의 수를 계산할 수 있는 영역에 들어오면, 알파고는 모든 경우의 수를 다 둬 보고 승리를 가져다 줄 확률이 가장 높은 최선의 수를 계속 두기 때문에 종반으로 갈수록 승리가 확실해진다.
알파고는 대국 중 어느 시점 (이는 경우를 수를 역산해서 최선의 수를 찾을 수 있는 시점, 바둑 돌이 어느 정도 두어진 시점임)에 승리의 열쇠를 갖고 있는데, 인간은 그것을 못 보고 계속 두어 보다 한참후에 자신의 패배를 알게 된다.
알파고의 이런 특성을 알고 인간 고수가 초반에 큰 싸움을 벌이려 해도 거기에 말려들어가지 않는다. 바둑에서, 특히 고수들간의 바둑에서 초반 몇 십 수만에 승부가 결정되는 경우는 아주 드물고, 인간이라면 초반에 대패착을 둘 수 있지만, 알파고는 그렇게 설계되지 않았다. 긴 호흡으로 상대와 적당히 공격과 수비와 집짓기를 한 다음 돌이 점점 채워지면 자신의 뛰어난 연산력을 무기로 상대를 제압한다. 초반에는 비슷하거나 조금 앞서거나 불리한 정도지만 바둑돌이 채워지면 인간은 연산 능력의 한계로 인해 찾을 수 없는 승률이 가장 높은 최선의 수를 거꾸로 해서 찾아와 두면서 차이를 좁혀나가다가 승리를 굳히기 때문에 도저히 이길 수 없다.
인간은 바둑판 전체를 놓고 몇 수 내지 몇 십 수밖에 내다 볼 수 없는 상태에서 - 그것도 모든 경우의 수를 짧은 시간에 다 따져 볼 수 없음 - 인간의 한계라고 여겨지는 경계내부(바둑판의 일부 그리고 몇 수 내지 몇 십 수 앞만 고려한 것)를 전체로 잡고 그 안에서 최선의 수를 찾고 그게 옳은 수(정수)라 보는 반면, 알파고는 주어진 시간내에 연산할 수 있는 영역에 들어오면 바둑판 전체를 바탕으로 바둑의 끝까지 미리 두어보고 자신에게 가장 승률이 높은 수를 둔다. 인간은 알파고만큼 넓게 그리고 깊게 보고 온 게 아니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려운 수, 잘못 둔 수 등등의 해석을 한다. 한 차원 낮은 인간이 한 차원 높은 알파고의 수를 평하는 건 웃기는 일이다.
인간으로서 이세돌이 단 한 판이라도 이겼으면 하는 바램이지만, 내 분석의 결과는 씁쓸하게도, 천 번, 만 번, 1억 번을 두어도, 세계에서 바둑을 가장 잘 둔다는 인간 고수들 10명이 함께 머리를 써도, 단 한 판도 이길 수 없다로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