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상휘 기자,서미선 기자,이정우 기자 = 우여곡절 끝에 테러방지법이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달 23일 본회의에 직권상정됐던 테러방지법은 야당이 극렬 반대하며 표결을 막아왔다.
특히 야당은 47년 만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카드를 꺼내들었고 무려 만 8일 동안, 시간으로는 192시간이 넘는 연설을 통해 여당이 발의한 테러방지법에 대한 반대 이유를 성토했다.
그러나 전날 야당이 선거구획정안이 이날 처리되지 않을 시 역풍이 불 것을 우려,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 본회의 처리의 길이 열렸다.
2일 밤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여당의 테러방지법 수정안(주호영 의원안)이 상정되자 야당 의원들이 표결을 거부한 채 본회의장을 빠져 나가고 있다. 2016.3.2/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그럼에도 막판까지 테러방지법 처리는 쉽지 않았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2시간이 넘는 필리버스터 기록을 세우며 끝까지 본회의 표결을 지연시켰다.
특히 이 원내대표는 12시간31분 동안 테러방지법의 독소조항을 일일이 열거하며 테러방지법 반대를 외쳤다. 때로는 눈물로 호소하고 여당을 상대로 수정을 읍소했다.
결국 이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7시30분이 넘어 20대 국회에서 반드시 테러방지법을 수정하겠다고 공언하며 본회의 단상에서 내려왔다.
이 원내대표가 내려왔지만 여야간 공방은 끝까지 계속됐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자신이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 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려다 야당에 강한 반발을 불렀다.
찬반 토론에서도 여야는 충돌했다. 여야는 찬반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고성과 삿대질을 주고받으며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진성준 더민주 의원은 "공작정치를 하니까 국정원을 못 믿는 것"이라고 일갈하자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은 "9일 동안 떠들었으니 그만하라"고 맞받기도 했다.
이후 테러방지법은 여당의 의도대로 표결에 부쳐졌고 다수인 여당의 힘으로 재석의원 157명 중 찬성 156명, 반대 1명으로 통과됐다. 반대 1인은 김영환 국민의당 의원이다.
더민주는 표결이 시작되자 일제히 일어나 본회의장에서 퇴장했다.
본회의장을 나선 더민주는 국회 로텐더홀에서 '테러방지법 강행처리 규탄대회'를 열고 박근혜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더민주는 "국민사찰과 민주주의 파괴를 야기하는 테러방지법을 즉각 폐기하라"고 요구한 뒤 "총선 승리 후 테러방지법의 전면 개정에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테러방지법은 테러위험인물로 테러단체의 조직원이거나 테러단체 선전, 테러자금 모금·기부, 기타 테러예비·음모·선전·선동을 했거나 했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로 정했다.
테러의 행위는 운항중인 항공기를 추락시키거나 전복, 파괴하고 손괴를 가하는 행위와 항공기를 강탈하거나 항공기의 운항을 강제하는 행위로 규정했다.
또 운항 중인 선박 또는 해상구조물을 파괴하거나 손상을 가하는 행위, 생화학·폭발성·소이성(燒夷性) 무기나 장치를 차량 또는 시설에 배치하고 폭발시키는 행위로 적시했다.
이 밖에도 원자로를 파괴해 사람의 생명, 신체 또는 재산을 해하거나 그 밖에 공공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 등을 테러로 정했다.
국정원은 테러예방과 대응에 관한 제반활동을 근거로 영장없이 금융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고 영장을 받아 통신수단을 감청할 수 있다. 인터넷상 글에 대한 긴급삭제 요청, 테러 위험이 있는 내·외국인 출국금지도 가능하다.
내국인의 통신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의 허가가 필요하며 외국인은 서면으로 대통령의 승인을 얻으면 정보수집이 가능하다.
제정안은 대테러활동에 관한 정책의 중요사항을 심의, 의결하기 위해 국가테러대책위원회를 둘 수 있도록 했으며 그 위원장은 국무총리가 맡는다.
테러위험인물에 대한 추적을 할 경우 국무총리인 대책위원회 위원장에게 사전 또는 사후에 보고하도록 했다.
대테러센터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두며 국민의 기본권 침해 방지를 위해 대책위원회 소속으로 대테러 인권보호관 1명을 두는 내용이 제정안에 포함됐다.
테러단체를 구성하면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이 처벌을 받으며 테러를 기획한 자는 무기 또는 7년 이상, 다른 나라의 외국인테러전투원으로 가담하면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타인을 테러 관련 혐의로 처벌받게 하기 위해서 무고 또는 위증하거나 증거를 날조한 사람은 가중처벌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