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고 노래하고…연습실에 청춘 다 받쳤건만"
한국에는 수십개의 연예기획사가 있습니다. 각 회사마다 연예인을 꿈꾸는 저 같은 연습생들이 적게는 1~2명에서 많게는 30여명에 달합니다. 한류가 급성장하면서 어린이 장래희망 순위에 연예인이 1~2위를 다투는 시대입니다. 연습생 수만 어림잡아 1000여명이 넘는다네요.
좌절의 연속이 일상이 돼버려 이젠 화도 안 납니다. 대신 '무엇이 잘못됐나' 생각합니다. 돌아보면 다시 못 할 만큼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지난 10년간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노래와 춤, 운동, 식단 조절을 병행했습니다. 진짜 제 노력이 부족했던 탓일까요.
그렇다고 재능이 없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살면서 "노래 잘한다" "예쁘다" 소리는 질릴 정도로 들었습니다. 이 길이 천직이라고 믿었습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대형 연예기획사를 포함해 수많은 회사에서 러브콜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회사, 투자자, 멤버 문제 등의 사정으로 매번 데뷔 문턱에서 미끄러졌습니다.
그 동안 저와 함께 연습했던 많은 친구들이 데뷔했습니다. 그 중에는 톱스타가 된 친구도 꽤 있습니다. 주위에선 "너랑 연습하면 다 성공한다"는 우스갯소리를 합니다. 저는 겉으로는 웃었지만, 가슴이 찢어졌습니다.
최근 한 방송사에서 걸그룹 공개 오디션을 포맷으로 만든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101명의 연습생들을 대상으로 서바이벌 오디션을 치루는 내용인데 제가 아는 얼굴도 적지 않습니다. 어릴 때는 언젠간 나도 저들과 같이 무대에 설 것만 같았는데 이젠 너무 멀리 와버렸네요.
■10년차 연습생, 남은 건 '성형 빚'
제 손엔 빚만 남았습니다. 데뷔조였기에 TV 화면에 잘 어울리도록 성형수술을 수차례 했습니다. 눈, 코, 턱, 이마, 가슴까지… 단지 TV에 더 예쁘게 나오기 위해 하지 않아도 될 곳까지 손을 댔습니다. 당시는 데뷔만 하면 일확천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수천만원의 수술비는 푼 돈으로 여겼고, 이를 모두 빚으로 충당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조바심은 늘어만 갔고, 늦어지는 데뷔를 외모 탓으로 돌리면서 성형 중독은 심해졌습니다. 비가 오면 얼굴이 시리고 아픕니다. 어느 날 정신을 차리고 거울 속의 저를 보니 요즘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조롱하는 '강남 언니'가 서 있더군요.
이런 삶을 살다보니 제 인생에 큰 회의감이 듭니다. 친구들에겐 "40살까지만 살고 죽겠다"는 말도 줄곧합니다. 늙는 게 무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