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어릴때부터 부모님과 교감없이 자란 사람들..이라는 글에 댓글을 달았던 사람인데요,,
제 어린시절이 생각이 나서 그냥 하소연이라도 좀 하고싶어서 글을 써봐요..;; (많이 길어요..;;)
우선 저는 1살차이인 여동생과 연년생 자매로 태어났구요,,장녀였던 저는 난지 한달만에 친할머니댁에 맡겨졌고,,
직장생활하다가 동생을 낳은 엄마는 직장을 그만두고 동생을 돌보셨대요. 그러다가 친부모님이 3,4살때 절 집으로
데리고 오셨던거 같아요. 어렴풋이 그 기억도 나요. 그리고 할머니댁에 있을때 혼자 남겨져서 멍하니...창밖만 바라보고
있던 무미건조한 기억이 있는데요.. 한번씩 그런 기억이 떠오르면 왠지 외롭고 서럽습니다.
아무튼 첨본 순간부터 제대로 적응을 못했었고,, 식구들이 되게 낯설고 어색했었어요...
숫기없고 조용했던 저지만, 집에 와도 딱히 애정을 못받으니까 엄마가 가르치고 타이르고 해도 말을 잘 안듣고
내심 반항을 많이 했던거 같아요.
엄마한테 나를 사랑하긴 한건지를 물으면 늘상하는 말이 '널 홀대한적 없다..어릴때도 너만 꾸미고 좋은 거
입혔다'고,,동생은 아기때 잘 못먹고 목을 못가눠 누워있기만 했다고 말하세요...또,, 사진첩에도 제가 어릴때
이쁘장해서 제 위주로만 찍었지,,동생은 항상 맨 가에서 사진찍혔대요..그렇다고 그게 사랑받고 컸단 증거는 아닌데...
엄마의 그 말이 서운하다고 하니까 니가 결핍을 느끼는 거같아서 절 위해서 하는 말이라시네요...흐음..
그리고 제가 유치원 입학하게 됐는데 말수 없고 위축이 돼 있어서 애들이 절 벙어리라고 놀렸다고 하니까..
아무 반응없이 잠자코 계시다가 딴 얘기를 하시더라구요..
제가 아주 어릴때 엄마가 일 안하실때도 이상할만치 서로 대화를 하거나 이렇다할만한 기억이 전무해서...
우리가 같이 있을때 무슨 얘기를 나눴냐 물어보니까..그냥 노래부르면 따라부르고 그랬대요...구체적으로 궁금해하니까
그냥 노래만 불렀다 얼버무리고.......;;; 저는 막 키워진건가요... 두분다 생계로 바빠서 어릴때부터 대화나 교감이 거의
없었거든요.
이런 것에 집착하는 건 제가 엄마가 충분히 사랑을 줘도 더 받을려고 하는 탐욕적인 성격이라 그런지요?
엄만 제가 독점욕이 강하고 커서도 사랑을 자꾸 확인하려하니 부담스럽대요.. 이제껏 같이 있어도 한 가족이란 느낌을
확실히 받아본 적이 거의? 없었던거 같아서 그런건데... 엄마의 스타일이 모성애를 가지고 애를 살뜰하게 보살피고
조곤조곤 하는게 아니라,,일이나 사안 중심으로 사셨던 분이라 저를 피곤해하는거 같아요.
제가 하필이면 아기때 할머니댁에서 자랄때 주양육자인 할머니랑도 영유아기에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 애착형성이
안돼있었던 거 같은데 ..그런 사정을 전혀 이해못받은게...그냥 좀 서러운 맘이 들어서요.
트라우마 탓인지 더 나이 먹으면서 만성적인 우울,,불안이 생겼고 정신과, 심리상담도 몇차례씩 받아봤고...
안되겠다 싶어서 아버지한테도 이걸 여러번씩 호소해봤는데..." 니가 어릴때 일을 어떻게 기억하냐고.." 아니라는 식으로
제 말을 귀담아 듣질 않으시더라구요. 괜히 제 존재만 붕뜬거 같아서 서글프더라구요.
부모님 두 분 다 옛날사람에다가 고지식한 분들인데, 집안 분위기 자체가 아랫사람 배려보다는 어른한테
공손히 예의차리고 굽히길 바라고, 본인들의 틀만 추구하고 그러셨네요. 저는 반대로 요즘 120대 부모님들처럼
같이하고 공감하는 것,,정서적인 것만 많이 그리워했던 성향이구요...
부모님과 제가 행동패턴이나 사고방식이 너무 다르다보니,, 몰이해로 괜한 오해가 생겨난건지....
아님 알게모르게 제가 홀대를 받아서 소외되었던 건지....??
자꾸 생각을 깊이하다보니 거의 정신질환 전단계인가 싶을 정도로 인식이 혼란스럽고 흔들려와요...
어릴때는 있는 둥 없는둥 나름 순둥이였던 저도 애정표현없이 방임식으로 크니까 불만이 생겨서
사춘기 이후로 거세게 대들게 되었어요. 근데 인격이 자라나든 말았든 실수나 잘못이 있을때마다 훈계, 지적질,
명령이 가해져서 거기에 또 반감을 갖고 많이 부딪히고 말다툼도 심하게 했었어요.
아버진 무슨 문제가 있으면 만만한게 저인지.. "너희 엄마랑 너랑 많이 닮았다" 이런식으로 화내면서
엄마와 아빠가 서로 절 상대로 떠넘기기하고..제가 이 집안의 수치스러운 존재가 된거 같고 그랬어요..
제가 잘한 것은 아니지만, 크게 사고친것이 없는데도 가족 안에서 미운오리새끼가 된 느낌이 들었어요....
언젠가 엄마와 말다툼 있었을때, 엄마는 저보고 교감이 안된다고 하면서 "넌 내가 원하는 틀에 안들어오잖아.."
이럼서 본인 뜻대로 안된다는 식으로 얘기했었네요....그러면서 또 한번씩 엄마가 말로는 '내가 옛날 사람이라
애정표현을 못해서 그런거지..'하고 맙니다..옛날 사람이라서 굳이 표현안하더라도 자식을 사랑하는 모습 하나
겉으로 안 드러날까요.. 설마..
전 그냥 진심어린 눈빛 시선, 관심하나 바랬을 뿐인데....(이게 제 주제에 큰 욕심인가요ㅜㅜ)
그리고 우린 가족인데도 부모님과 저는 관심사, 성향, 배려방식 다 달라요. 물론 다른거 가능한데 '내리사랑'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 서로가 맞춰주거나 배려가 안되어요. 어쩌다가 부모님과 같이 티비보게 되면 두분만 일방적으로
얘기를 주도하시고,,저는 서른이 넘어도 발언권?이 적고...제 얘기따윈 귀담아 안듣는 느낌.. 이런 순간들을 억지로
참고 있어야 해요. 안 맞고 싫은사람이랑 같이 있으면 신경이 무척 곤두설때랑 같은 느낌인데... 제가 무슨 말이라도
하게 되면,, 신경질부터 부릴거 같아서 아예 입을 꾹 닫아버려요. 가족끼리 이렇게까지 안 맞을수가....
1년 전, 여동생이 먼저 선을 봐서 자기 좋다는 남자와 행복하게 결혼식을 올렸을 때도,,제가 뒤에서 기도 못펴고
있을때 최후의 보루였음 했던 엄마조차 챙기질 않더라구요. 동생결혼식 단체사진만 보면 위축된 표정으로
어정쩡하게 서 있는 제가 눈에 띄어서 혼자 우울해져요.
한살 어린 여동생한테는 "우리가 몸이 아프고,,더 나이가 들어 가는데 결혼안하고 있음 어쩔래.." 설득해서
얼른 시집보낸거라던데, 저한테는 "넌 니 입으로 상태가 안정이 안되어서 결혼할 자신이 없다했지..."
딱 그러고 마세요. 생각해보니 더 서운한건 결혼식 전후로도,, 혼자남을 저를 배려한다던지 부모자식간에 오갈수 있는 인간적인 대화같은 것도 없었고.. 제 심정이나 마음을 헤아려주신 것도 없었고...그랬어요.
섭섭함이 두배...,쳐진 사람을 배려해줄순 없는건지....? 나도 외로운데.......
그렇다고 우울,,불안증있어서 약먹어도 환자라고 배려해주는 것도 없었고,,, 그냥 그만큼이었네요..
사정이 이런데도 계속해서 엄마의 사랑을 갈망하는 제가 너무 병신같이 느껴져요....엄마는 자기 삶을 살기도
바쁘니까 저한테 관심안갖고 싶은거 같은데 말이죠...
혼자는 힘들고 차라리 마음맞는 사람들과 따로 나와서 편하게 살면 좋은데.. 연애도 우정도 다 틀어져있고..
그런걸 기대할 사람이 없어요. 제 성격자체가 못난지..사람이 싫고 어색해서 사회성도 못 키웠어요.
외롭고 쓸쓸한 인생.... 어느날 얘기 꺼낸 엄마말로는 원래 제가 어릴때부터 뒤로 잘 빠져 있었대요,,,
딴 방에 가 있거나 탁자 밑으로 숨거나 하면서,,,겉돌았고요...;;;;; 그걸 보고 저희 큰엄마가 엄마한테
이상하다는듯이 "동서, 쟤는 왜 저래?" 그랬다나요..그 뒤로 아무 액션도 없고.... 아무튼 전 그 말을 듣고 또
상처를 받고 거리를 느꼈어요. 본인 딸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남말 전하듯이 하는데...아무 느낌이나 애착이
없는 것 같았어요. 보통 다른 엄마들도 이런건 아닌거죠?
그리고 제가 회사에서 전화를 걸어서..엄마는 나한테 아빠 원망과 욕을 너무 털어놔서... 어릴때 힘들었으니까
내 힘든것도 들어달라고 한번 우긴적이 있었거든요. 엄마가 제 얘기를 한참 듣더니 순간적으로 "너는 또 좌절할거 같다"
말을 툭 던지는 거예요. 지금 뭐라했냐하니까 암말한적 없다고,,, 제가 잘못 알아들고 화내는 거래요. 항상 말실수를
해놓고 그런말한적 없다고 잡아 떼요. 기가 차요...그리고 또 얼마전에는 회사얘기가 나와서 제가 동료랑 안맞아서
스트레스 받는다고 얘기를 하니까 차갑게 평가하면서,,그 사람은 실패자라 그렇다고, 너나 그 사람이나 같은 불만 분자
아니냐고 동일시를 하더군요. 엄마란 사람이 그런 식으로까지 말을 해서 저도 충격받았어요...
저도 가슴이 못 느끼는걸 그래도 억지로,,,그분들 삶을 이해하려고 하고..애써 감사하려 해왔는데도 ..
한번씩 이런 글을 안 적고는 견딜수없이 서글퍼요. 부모님 입장에서도 자식들 제대로 못 챙기고 힘들게 사신거 알지만,,
저 역시나 부모가 있는데도,,너무 외롭게 큰 거 같고 한시도 환영받은 적 없고 믿고 기댈 데가 없는 느낌이예요..
솔직히 나를 받아줄 곳만 있다면 언제라도 훌쩍 떠날수있을거 같은 기분 ...
제 생각은 이런데... 그냥...서러운데 아무도 몰라주니 답답하고 억울해서요.
여러분들이 보시기에 저희 집안 분위기는 표현을 잘 못하는 보편적인 일반가정 축에 속하나요?
전 그동안 제 느낌을 계속 부인하면서 절 사랑해줬다는 부모님 말을 믿어왔지만,,
제가 정말 사랑받고 자랐다면 왜 이렇게까지 버려질까 두려워하면서 맘이 텅빈 것처럼 공허한가요.
그리고 사랑주고 받는 법도 모르고,, 가족도 헤아려주지 못하는 저도 누군가한테 사랑받을 수 있을까요...?
제 처지에 친구라던지,,마음을 나누고 지낼 사람은 제 인생에 없는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