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제가 꿈꾸는 죽음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Tinymiracle 조회수 : 3,288
작성일 : 2016-02-22 03:05:42
저는 어렸을때부터 죽음이 항상 친숙했답니다.
제가 꿈꿔온 죽음, 들어보실래요?

저는, 저어기 지구에서 가장 깊다는 마리아나 해구, 아니면 꼭 거기가 아니더라도 거기에 필적히는 아주 깊은 바닷속에서 영겁의 시간동안 서서히 사라지고 싶어요.

스스로의 삶을 정리할 수 있을때, 저는 요트를 하나 살거에요. 요트가 아니라 보트, 아니 통통배라도 좋겠네요.

그걸 타고 바다로 나가는 거에요. 마리아나 해구까지는 사실 어렵겠죠. 해경이나 각 나라의 해군들, 여러 레이더 기지들에게 탐지될테니. 게다가 그분들에게 폐를 끼쳐드리기도 싫고. 뭐 정 안되면 현지로 비행기를 타고 가서 배를 사던가 하지요.

밤이면 좋겠어요. 하늘에는 달이 두둥실 떠있으면 좋겠네요. 깊은 곳까지 빠르고 무사히 도달할 수 있게 몸에 무거운 것들을 메달고, 뱃전에 앉아 흡입마취제를 들이킬 거에요. 정신을 잃기 전에 누구의 얼굴이 떠오를까요.

그렇게 물 속에 빠져들어, 대해저 일만 미터까지 가라앉을 거에요. 체내외압이 동일하지 않을테니 몸은 무섭게 찌그러들겠죠? 사실 그건 별로 원하지 않는데, 물리법칙을 어길 수는 없으니까 어쩔 수 없겠죠.

그렇게 바닥에 가라앉아, 영겁의 시간동안 그 자리를 지키는 거에요. 아무도 오지 않는 어두컴컴한 바닥에서, 저 멀리 어디선가 들려오는 향유고래의 노랫소리도 듣다가, 내 몸 주변으로 자라나는 망간단괴들도 구경하고. 그렇게 영겁의 시간을 지내는 거에요.

해양학 책 뒤져보니 심해군집의 교류에는 고래뼈가 징검다리 역할을 해준다고 하더라구요. 내 몸도 그렇게 뭔가를 해줬으면 좋겠는데, 고래에 비하면 워낙 덩치가 작아서^^; 육체는 금방 사라지겠지만 영혼은 거기서 가만히..가만히..가만히..안녕..


너무 중2병 같나요^^ 구체적으로 이렇게 생각한지는 스무살때. 그 이후로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제가 도달하고 싶어하는 죽음의 모습이에요.

하지만 중간에, 저기까지 도저히 도달할 자신이 없던 시기도 있었죠. 대들보만 봐도 목메는 장면이 상상되고, 건물만 봐도 떨어지는 걸 상상하던 때. 그런때는 어떻게 죽고 싶었는지 들어보실레요?

일단, 가을까지는 버틸거에요. 그 때 까지 제 젖은 둥지(고시원)에서 제 짐은 미리 다 뺄거에요. 제가 거기서 죽으면, 제 짐이 거기 있다면 고시원 주인에게는 얼마나 큰 폐가 될까요.

노트북은 반드시 부셔버릴거에요. 핸드폰도. 나의 생각과 내가 사랑하던 것들을, 혹시나, 누군가에게 들키기는 싫으니까. 그리고 사실, 남몰래 저장해 둔 야x을 들키는 것은 살기보다 더 싫어요.

포타슘, 보통 염화칼륨으로 부르는.. 이건 미리 구해놨았어요. 친구 중에 대형병원 간호사가 있거든요. 포타슘은 주사하면 심정지가 일어난답니다.

적금 깨서 중고차도 한 대 살거에요. 장롱면허지만, 어떻게 나 죽을 곳 까지는 몰고 갈 수 있겠죠.

유서는 안남겨야죠. 말이 전달할 수 있는 것은 너무나도 적으니까.. 그리고 진심으로 궁금해 할 사람도 없으니까. 혹시 궁금할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안알랴줌.ㅎ

그렇게 차를 몰고, 산으로 갈 거에요. 인자요산 지자요수라고 했나요. 저는 지혜롭고 싶어 항상 물을 좋아했지만, 마리아나 해구로 가지 못하고 일찍 죽는 바에는 차라리 산으로 가려고 했답니다.

산으로 가서, 적당한 곳에 차를 세워두고, 돈을 조수석에 놔둘거에요. 유서 말고, 경찰들 고생할거 안타까우니 '타살이 아니라 자살입니다'라고 적은 쪽지와, '수습하시는 분들, 죄송합니다. 국밥이라도 한 그릇 사드세요'라는 쪽지를 적어두고 그 위에 8만원을 올려둘 거에요.

그리고 포타슘을 꺼내어 80미리 볼러스로 주입하려구요. 아마 주입하다 그대로 죽겠죠. 적당히 빨리 발견되었으면 좋겠어요. 젖은 방에서 곰팡이 핀 이 내 몸이 가을 햇살에 꾸덕꾸덕 말라가는 것도 개운하긴 하겠지만, 중간에 삶을 그만두는 저는 그럴 자격도 없으니까요. 빨리 발견되어, 불 속에서 하얀 가루가 되어, 물에다가 누가 버려줬으면..




죽는다는 것은 곧 잠드는 것. 다만 그 뿐. 잠듦으로써 마음의 아픔과 온갖 육신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간절한 바람의 극치는 없으리라.



저는 요즘 잘 지내요^^ 두 번째 묘사한 죽음을 생각하던 시절은 다행히 생명의 전화의 도움을 얻어 잘 이겨냈네요. 꿈도 되찾았고, 용기도 있답니다. 앞으로 다시는 두 번째 묘사한 죽음의 유혹에는 빠지지 않을 거에요. 그리고, 첫 번째 묘사한 죽음으로 달려갈거에요. 그러려면, 아주 열심히 살아야겠지요 ^^ 그 죽음은, 대충 살아서는 도달할 수 없으니까요. 하얗게 불태운 다음, 내 꿈을 이루고 나서야만 도달할 수 있어요. 대충 살다가 요트 사서 가라구요? 에이, 그건 뽀대가 안나잖아요^^ (fin)
IP : 223.33.xxx.237
2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병원
    '16.2.22 3:08 AM (42.148.xxx.154)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아 보시길 바래요.

  • 2. 아.. 좀
    '16.2.22 3:30 AM (121.130.xxx.134) - 삭제된댓글

    오글거리네요. ^ ^;;

  • 3. 이궁
    '16.2.22 3:39 AM (58.140.xxx.232)

    정성껏 쓴글에 저렇게 김빠지는 댓글 한줄은 미워요!
    원글님 마음은 잘 알겠는데, 한편으론 멋진데, 저는 환경오염 때문에 바다에 빠지는건 싫어요. 그 아무리 깊은 심해라 해도... 다른 방법도 한번 찾아보아요;;
    그리고 죽음에서 자유로운 생각이신걸보니 아직 자식이 없으신가봐요. 그점 부럽네요. 저는 몸이 무척 안좋은데 열살짜리 막내가 엄마없음 못산다고 할때마다 내가 최소한 십년은 버텨줘야 할텐데 하는 생각에 어깨가 무겁답니다 ㅜㅜ

  • 4. 군자란
    '16.2.22 3:48 AM (76.183.xxx.179)

    두번 째 방법을 접으신 일은 정말 현명한 선택이셨네요.
    일단....많이 고통스러울 것이거든요.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는.

    그런 상상에서 되돌아오신 일이야 물론 더 좋은 일이고요.

    저는 늘 화초를 기르는데...
    싹이 올라오고 잎이 돋을 때마다 많은 위안과 자극을 받습니다.

    특히 저처럼 귀챠니즘과 게으르미아에 충만한 사람에게는,
    화초 키우기가 딱인 것 같더라구요.

    원글님의 망간 단괴 키우기에 비해서는 저렴한 취미라서 쪼끔 부끄럽군요.

  • 5. 소라
    '16.2.22 6:18 AM (223.62.xxx.87) - 삭제된댓글

    포타슘을 빼돌려 준 대형병원 간호사 지인 신고하고 싶네요

  • 6. 나참
    '16.2.22 7:07 AM (213.33.xxx.76)

    이정도 허세면 병이네요.
    이런 글은 도대체 왜 써요?
    난 멋지다, 이렇게 멋지게 자살할거다 자랑할려구요? ㅉㅉㅉ.

  • 7.
    '16.2.22 7:46 AM (223.62.xxx.108)

    외국 번역 소설 읽는 줄 알았네요.
    글 쓰세요. 잘 쓰시네요.드라마를 써 보시던지.

  • 8. ///
    '16.2.22 8:15 AM (61.75.xxx.223)

    병원 상담을 지속적으로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 9. 심해공포가 있어서인지
    '16.2.22 8:28 AM (117.111.xxx.143)

    저는 글을 읽는것만으로도 가슴이 답답하고 힘드네요

  • 10. 글쓰기
    '16.2.22 8:48 AM (210.96.xxx.126)

    글쓰기를 직업으로 해보세요
    너무 잘 쓰시네요 상상력도 풍부하고
    죽음을 너무 미학적으로 바라보지 마세요
    죽는건 그냥 죽는것일뿐입니다.
    아무리 화려하게 죽어도 발견하는 사람들에겐
    그냥 사체일뿐이에요
    그거보단 멋진 글을 써서 사람들에게 감동도 주고
    본인도 만족하는 삶을 살아보시는게 어때요
    화이팅요

    심해공포 ^^ 저도 있나봐요
    숨막혀 죽는줄

  • 11. 심해무셔
    '16.2.22 8:51 AM (119.64.xxx.55)

    심해로 깊이깊이 빠져들때 향유고래소리는 커녕
    영겁의 시간에 도달하기도 전에 심해상어에게 갈갈이 뜯어 먹힐듯...태어난게 내맘대로 내뜻이 아니었듯이 죽을때도 그렇게 받아들이고 살아가는게 이치...

  • 12. 첫번째
    '16.2.22 10:17 AM (59.9.xxx.3)

    죽기전에 요트 배워야해요. 요트 아무나 몰수 있는거 아니거든요. 근데 몇살까지 살다 죽으려구요?

  • 13. 이런매정한냥반들
    '16.2.22 10:27 AM (211.211.xxx.217) - 삭제된댓글

    저는 심해(배에서 내려다 보면 검은 머리를 마구 풀어헤쳐놓은 귀신이 손을 쑥 내밀어서 저를 잡아끌어내릴 것 같아요)를 무척 무서워하는 사람이지만 이 글을 읽고 너무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어요.
    첫번째 꿈을 읽을 땐 장면 하나 하나가 연상되면서 마치 내가 물 속에서 머리카락 옷자락 나부끼며 가라앉는 것 같았어요.
    so hypnotic...

  • 14. 이야기가
    '16.2.22 10:50 AM (121.54.xxx.185)

    아름답고 흥미있어요^^ 홧팅!!

  • 15. 짜증이
    '16.2.22 10:57 AM (180.70.xxx.2)

    아름답다라는 표현을 붙이기엔
    허새작렬과 진심없는.....
    아름다운 유종의 미도 치열하게 이 땅의 삶을 살다간 자들에게
    주어지는 평안이에요~

  • 16. 미혼‥
    '16.2.22 3:07 PM (119.198.xxx.75)

    이신가 봐요~
    첫번째 죽음은 넘 무서워요‥
    심해공포가 있어서 상상만해도 끔찍 ㅡㆍㅡ
    두번째 죽음은 기냥 슬프네요
    노인이 되어 자연스레 자연사 하고픈 맘 뿐이예요
    열심히 사셔서 차안에서 죽는거 생각지도 마세요
    글은 잘읽었어요‥잘쓰시기도 하고‥
    고뇌가 좀 있으셨나봐요~화이팅요^^

  • 17. 나도 심해공포증
    '16.2.22 3:21 PM (211.38.xxx.181) - 삭제된댓글

    원글님이랑 반대되는 죽음에 대한 꿈을 갖고 있어요.
    티벳에 조장이라는 장례풍습이 있잖아요.
    기회되면 삶이 마감되는 시기에 그 쪽으로 가서 죽은 뒤 내 육신을 새에게 주고 싶어요.
    그럼 나였던 나의 일부가 다시 새의 일부가 되어 하늘을 훨훨 날아다닐 수 있지 않을까, 그럼 좋겠다라는 막연한 꿈이긴 하지만요.

  • 18. 잘쓰시네
    '16.2.22 11:16 PM (121.162.xxx.212)

    글쟁이의 냄새가..

    참 가까운데 일본해구가 있어요. 무척 깊답니다.
    근데 마리아나해구만큼 낭만적이진 않네요 ㅎ

  • 19. //
    '16.2.23 1:07 AM (118.33.xxx.168) - 삭제된댓글

    첫번째 죽음 같이 죽을 수 있다면 참 좋겠어요.
    두번째 죽음도 나쁘진 않지만 그냥 첫번째로 해요...

  • 20.
    '16.2.23 1:44 AM (223.62.xxx.104)

    먼지 뭉치처럼
    굴러다니는 삶이라도
    힘내어 살아가다가
    자연스럽게
    종료되시길

  • 21. 공감
    '16.2.23 11:30 AM (211.36.xxx.221) - 삭제된댓글

    저는 아이슬란드 빙하벽에서 잠들기를 생각했었는데...
    공감이가네요.
    둘울 잘 쓰시는데 이 삶 마치기 전 소설이나 시나리오 한 편
    남기고 가는거 어때요.?
    jungmuzic@naver.com

  • 22. 공감
    '16.2.23 11:31 AM (211.36.xxx.221)

    는 아이슬란드 빙하벽에서 잠들기를 생각했었는데...
    공감이가네요.
    글 잘 쓰시는데 이 삶 마치기 전 소설이나 시나리오 한 편
    남기고 가는거 어때요.?
    jungmuzic@naver.com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29886 미동부 여행 3월말이면 어떤가요? 9 벚꽃 2016/02/22 1,307
529885 영화 '좋아해줘' 재밌어요... 2 토욜 2016/02/22 1,192
529884 뱃살 빠지는 과정이 어찌 되나요? 8 좀빠져라 2016/02/22 8,620
529883 천안 사시는 분 계신가요? 2 ... 2016/02/22 1,126
529882 평생 책 읽어본적 없는 저.... 9 무식.. 2016/02/22 1,639
529881 새똥님 절약글 기억나시는분 6 궁금 2016/02/22 3,380
529880 초등 아들 1 nnnn 2016/02/22 431
529879 피말리는 자영업 7개월차.. 전 직장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45 지니 2016/02/22 24,332
529878 수학싫어하던아들 인도수학학원보냈더니 재미붙이고 성적도올랏어요ㅠ 6 ㅎㅎ 2016/02/22 2,348
529877 가방 어떤가요?(빈치스 신상) 10 ㅎㅎ 2016/02/22 2,377
529876 코원 피엠피 쓰시는분 계세요? 1 ??? 2016/02/22 566
529875 대장내시경 해보신 분들 질문있습니다 5 무명 2016/02/22 1,899
529874 버니 샌더스..그의 이라크 전쟁의 위선을 폭로한다 2 유대인 2016/02/22 873
529873 출근했는데 아무도 없어요 3 ,,,,, 2016/02/22 2,075
529872 입술과 그 주변에 각질 생겨 고생하시는 분들.. 1 ㅇㅇ 2016/02/22 1,238
529871 시그널 한세규변호사ᆢ금사월 해상이 변호하던데ᆞ 3 크하하 2016/02/22 1,881
529870 집안수족관에 산소발생기. 꼭 켜놔야하나요?ㅜㅜ 2 .. 2016/02/22 1,921
529869 냉동실 온도 어떻게 하고 계세요? 3 그리 2016/02/22 937
529868 집 좋은데 살면 저는 왜이렇게 부러울까요..ㅠㅠ 30 ... 2016/02/22 12,704
529867 르쿠르제 냄비 기내에 타고 갈수 있나요? 7 급질 하나만.. 2016/02/22 3,360
529866 남자친구랑 심하게 싸웠어요.. 누구 잘못인거죠? 23 다툼 2016/02/22 6,519
529865 헌운동화는 재활용? 아님 쓰레기? 8 분리수거 2016/02/22 14,948
529864 2016년 2월 22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만평 1 세우실 2016/02/22 420
529863 중고딩 자녀 두신 분들 - 교복에 이름표 직접 다셨나요? 7 궁금 2016/02/22 1,920
529862 김무성이 뉴스타파와 인터뷰하지 않게 된 사연 ㅋㅋㅋ 2016/02/22 7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