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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유기견 띨개와의 1년 동거

사랑한다 조회수 : 3,773
작성일 : 2016-02-09 23:32:18
우리집에는 이쁜 본명보다 띨개나 똥개라고 불리는 유기견 출신 강아지가 삽니다.
도대체 뭐가 섞였는지 알 수 없는 외모, 것두 독특한 외모로 아파트 단지 꼬마들 중에는 여우, 늑대, 고양이라고 하는 애들도 있습니다. 여우 주둥이와 빠삐용의 귀, 공작의 꼬리를 가졌습니다.. -.-;;
어느 날 저에게 짠하고 나타나서, 며칠 동안이나 겁먹고 멍한 눈으로 허공만 바라보던 우리 강아지가 5일만엔가 꼬리를 들었다 놓는 식으로 첫인사를 했던 날을 잊지 못합니다. 하도 띨하고 멍청해서 안쓰러울 정도였는데 밖에 나가니 동체급 최고의 달리기 선수인걸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시간이 지날수록 이제 나에게 마음을 여는구나 싶으면 그 이상의 친밀감으로 점점 내 아들이 되어가는 우리 찌질이 띨개.. 머리 빗자, 귀청소하자, 양치하자, 모두 저 귀찮은 일일텐데도 엄마가 자기를 해치거나 아프게 하지 않는다는 걸 아는지 '이리와' 부르면 터덜터덜 와서 몸을 맡깁니다.
간식으로 준 뼈다귀를 한참 내려다 보다가 제 딴에는 숨긴다고 방석 위에서 흙에다 묻는 시늉을 합니다. 저는 그걸 보고 꽁꽁 숨겨서 아무도 못찾겠다고 호들갑 떨며 맞장구 쳐줍니다.
장난감 가지고 서로 뺐기 놀이 할 때 입으로 '당당당당~'하며 bgm을 깔아줬더니 이제는 당당당당 하니까 장난감을 물고 옵니다.
이제는 내가 자기 엄마임을 믿고 마음을 열어 준 우리 강아지.. 매일 매일 어떻게 저렇게 이쁜게 내게 왔을까 감탄하면서 사랑한다 얘기해 줍니다. 저랑 한바탕 춤추며 놀다가 한 귀퉁이에서 쓰러져 주무시는 우리 띨개.. 이 녀석 때문에 호흡기 질환으로 개고생이어도 이 날까지 살면서 이렇게 정서적으로 충만했던 적이 없었을 정도로 눈물나게 사랑스럽습니다.
고맙다, 사랑한다. 우리 개아들..
엄마랑 오래오래 오십년 살자꾸나~~
IP : 110.70.xxx.160
2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이고...^^
    '16.2.9 11:37 PM (122.35.xxx.152)

    글만 봐도, 그림이 그려지네요...^^

    근데, 얘들이 우리보다 먼저 늙어요...
    물 많이 먹는 습관 꼭 들이세요! 엄청 중요해요.
    얘들은, 아픈거 같다 싶으면 이미 '중병'이더라구요.

    3살 때 유기견으로 데려와...12년 같이 산, 심장병 아들 키워요. ^^

  • 2. ㅇㅇ
    '16.2.9 11:42 PM (219.249.xxx.107) - 삭제된댓글

    아...무슨 마음이실지 알것 같네요.
    윗댓글님 물 많이 먹게 하는게 정말 중요해요? 우리개도 물을 안먹어요. 억지로 고기 띄워주고 그러긴 하는데 ㅠ

  • 3. ...
    '16.2.9 11:44 PM (118.32.xxx.113)

    아 읽는데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가요. 띨개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라.

  • 4. ....
    '16.2.9 11:47 PM (125.186.xxx.76)

    저도 생각만해도 애틋한개가 있어요. 지금 삶에서 제일 기쁨을 주는존재...

    부러운건 이리와 하면 금방 잘 오나봐요. 양치이런거 개들 많이 싫어하던데 ㅎㅎㅎ
    이쁠수밖에 없겟어요

  • 5. ㅜㅜ
    '16.2.9 11:48 PM (125.37.xxx.67) - 삭제된댓글

    2010 년 삼월마지막날에 어느 분이 82에 개키우실분 찾는 글을 올리셨죠 .. 뭔가에 홀린듯 연락을 하고 그 설치는 강아지를 받아오게 되어죠 ...그 설치는 아기는 이쁜 막내가 되어 키우는 내내 우리가족에게 기쁨을 주었어요.
    그런데 그만 우리곁을 갑자기 떠나고 말았어요.

    부디 건강관리 잘 하고 이쁘고 건강하게 키워주세요^^

  • 6. penciloo2
    '16.2.10 12:00 AM (67.168.xxx.184) - 삭제된댓글

    저희 아이들과 제가아는 주윗분들이 저를 참 성격좋다
    우울증겉은거완 거리가멀다 이렇게 봐주시거든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데요
    힘들다면 힘들었을 이민생활에도 항상 즐거웠던 이유가
    가만생각해 보면 어릴때부터 항상 강아지들과 함께해온
    환경때문이였을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거든요 ㅋ
    강아지들 자는모습만 봐도 좋구요 항상 웃게되니까 건강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 7. 사랑한다
    '16.2.10 12:08 AM (110.70.xxx.160)

    좋은 말씀들 감사합니다. 제 기분에 취해 후딱 아무렇게나 쓴 글에 공감해 주시고 우리 강아지 축복해 주시니 참 기분 좋습니다. 제가 느끼는 행복감만은 못하겠지만 좋은 거 먹이고 산책 자주 시키며 강아지 행복하게 해주려고는 하는데.. 워낙 순하고 보채는 것도 없어서 아직도 짠한 마음이 더 커요.
    이쁩니다. 무조건 이쁘네요^^

  • 8. adf
    '16.2.10 12:09 AM (218.37.xxx.102)

    진심 어린 글 감사해요.
    잘 보고 갑니다.
    내내 건강하시고 띨개랑 즐거운 생활 되시길.
    복 많이 받으세요~.

  • 9. ㅇㅇ
    '16.2.10 12:11 AM (118.33.xxx.98)

    어머 이름마저도 귀엽네요 띨개^^
    띨개가 복이 많은 강아지네요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렴~
    묘사해놓으신 모습이 상상이 잘 안가는데
    줌인줌아웃에 사진 올려주세요~~^^

  • 10. ...
    '16.2.10 12:12 AM (118.32.xxx.113)

    그쵸,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얘네는 짠해요. 저도 여기 게시판에서 보고 데려온 우리 고양이, 뒤통수만 봐도 짠해요.

    지금 저 기다린다고 식탁 위에서 가방 깔고 누워서 골뱅이 말고 자는데, 그것만 봐도 짠하고.

  • 11. ㅎㅎ
    '16.2.10 12:27 AM (220.125.xxx.15)

    반려견이 주는 감정적 풍요 말도 못하죠
    잘 해줄수밖에 없어요 어느때는 인간의 본성이 이래서 그렇구나 막 공부도 되공 ㅎㅎ
    엄마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글이고요
    멍멍이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살았으면 좋겠네요 ^^

  • 12. ..
    '16.2.10 12:31 AM (59.6.xxx.224) - 삭제된댓글

    눈물나네요.. 전 냥이 둘과 동거중인데 개가 주는 무조건적인 사랑도 경험해보고싶은데 아직 여건과 용기가 안되서 아쉬워요..

  • 13. ㅇㅇ
    '16.2.10 12:41 AM (118.33.xxx.98)

    어머! 저 사진 봤어요~~
    정말 잘생겼네요 ㅋㅋㅋ 진짜 개미남ㅋㅋ
    사막여우같기도 하고^^
    어쩜 눈빛이 사람 같아요 사랑할 수 밖에 없으시겠어요^0^

  • 14. 사랑한다띨개
    '16.2.10 12:41 AM (58.142.xxx.42)

    줌인줌아웃에 사진을 올렸습니다. 어떤 견종이 섞인 건지 수의사 선생님께 물었는데 그냥 웃으시더라구요. ㅎㅎㅎ 제 생각엔 강아지, 다람쥐, 수달, 고라니쯤 섞인 것 같습니다. ^^ 저는 막 이쁘다고 하는데 남편은 제발 좀 우기지 말라고 해요. 못생겼다고.. ㅋㅋㅋ

  • 15. 개딸린 아줌마
    '16.2.10 1:24 AM (59.86.xxx.47) - 삭제된댓글

    띨개~~~ 귀여워요! ^^b 댓글 달려고 로그인했어요!
    저도 시츄로 추정되는 개 두 마리 만나서 지금 12년째 같이 살고 있어요~~~
    저희 집 개들도 의사선생님이 병원 수첩에 견종 시츄.. 이렇게 적어 놓긴 했는데..
    한마리는 사슴이랑, 다른 한 마리는 토끼랑 섞인 것 같네요~
    지난 12년 동안 우여곡절 많았고.. 이제는 영감님들이지만, 나이에 비해 정정하고..
    12년 내내 계속 귀엽고 예뻐요.. 점점 더 예뻐서 큰일이에요... ㅠㅠ
    띨개랑 원글님 응원합니다! 띨님도 원글님도 복많이 받으시고.. 만수무강하세요~~~

  • 16. 개딸린 아줌마
    '16.2.10 1:24 AM (59.86.xxx.47)

    띨개~~~ 귀여워요! ^^b 댓글 달려고 로그인했어요!
    저도 시츄로 추정되는 개 두 마리 길에서 만나서 지금 12년째 같이 살고 있어요~~~
    저희 집 개들도 의사선생님이 병원 수첩에 견종 시츄.. 이렇게 적어 놓긴 했는데..
    한마리는 사슴이랑, 다른 한 마리는 토끼랑 섞인 것 같네요~
    지난 12년 동안 우여곡절 많았고.. 이제는 영감님들이지만, 나이에 비해 정정하고..
    12년 내내 계속 귀엽고 예뻐요.. 점점 더 예뻐서 큰일이에요... ㅠㅠ
    띨개랑 원글님 응원합니다! 띨님도 원글님도 복많이 받으시고.. 만수무강하세요~~~

  • 17. 전 말티엄마인데
    '16.2.10 1:28 AM (211.36.xxx.107)

    산책 나가면 더 벌판에서 저를 향해
    눈도 안보이게 달려오는 울강아지를 보면
    가슴이 마구마구 쿵쾅거려요.
    아 내새끼내새끼~~
    널 위해사라면 뭐든 아깝지 않아.
    행복해라 내새끼~~~

    행복하게 끝까지 함께하고 싶어요^^♡

  • 18. . .
    '16.2.10 2:02 AM (175.223.xxx.196)

    우와앙! 보고 왔어요. 어디 귀공자 같은 모습이에요. 함께 늘 행복하세요!

  • 19. ..
    '16.2.10 9:35 AM (39.7.xxx.10)

    보고 있어도 항상 보고 싶게 만드는 요물들.
    진짜 시간이 흐를수록 더 사랑스러워요.
    자다가도 가끔 눈뜨고 이마에 쪽 뽀뽀해주면
    한숨 푹 쉬고 자는데 이뻐요.
    우리집 똥개도 엄마 옆에서 오십년만 있어주길.

  • 20. ...
    '16.2.10 10:16 AM (211.58.xxx.173)

    띨개 사진 일부러 찾아봤어요.
    또랑또랑하고 귀엽고 매력만점이네요~ >_

  • 21. 유기견
    '16.2.10 10:35 AM (119.67.xxx.36)

    입양은 정말 한생명을 살리시는겁니다

    한인생 구한거

    저도 알러지 때문에 아이낳기전에 임시보호만 했었는데
    유기견이라 첫인상은 그래도

    다 사랑스럽습니다

  • 22. 전진
    '16.2.10 12:12 PM (220.76.xxx.30)

    내지인 강아지가 말귀를 다알아 들어가지고 지가사람인줄알고 행동한다는데
    제일웃긴것이 다른일로 부르면 빨리온데요 간식주나하고 그런데 목욕하자하면
    눈도 안마주치고 느렁느렁온데요 다씻고 닦아주면 줄행랑을 친데요
    씻는것이 싫은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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