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잉여력이 넘치는 날입니다. 따라서 요새 제가 하는 물건 다이어트에 대한 자잘한 소감을 써 봅니다.
*** 주의: 매우 궁색하고 옹색한 이야기들이므로 참 피곤하게 산다 느끼시는 분들은 패스해 주시기 바랍니다. 참조로 저는 궁상맞은 편인데 그걸 또 즐기기도 합니다.
요즘 유행(?)인 정리/버리기/미니멀리스트를 실천해보고자 물건 다이어트를 해 보았습니다.
우선 화장품.
화장품 다이어트는 아래와 같은 단계로 진행했습니다.
(1) 화장품을 더 이상 사는 것을 금한다
(2) 화장품을 종류대로 한 곳에 모은다
(3) 유통기간 지나거나 상한 것들은 싹 처분한다
(4) 정말 정말 찍어바를 것이 없을 때 까지 있는 것만 쓴다.
제가 생긴것은 눈썹도 찐하고 속눈썹도 숱도 많고 윤곽이 뚜렷해서 별다른 화장이 필요치 않다고 멋대로 생각하고, 사실은 게을러서, 화장을 제대로 안하고 다닙니다. 그래서 제 화장품 숫자는 예상하시다시피 별로 많지 않았습니다. 많지도 않은 화장품 다이어트를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는데 막상 화장품을 한 곳에 모아보니 의외로 상당히 많았습니다.
먼저 뚜껑을 열었더니 찐한 왁스 냄새가 나는 립스틱들을 과감히 다 버렸습니다.
짜 보았더니 기름이 분리되어 나오는 썬블록을 버렸습니다.
여기 저기서 주섬주섬 나오는 샘플 로션과 크림들을 한 통에 다 짜서 넣고 이후 몇 주를 썼더랬습니다. 외국에서는 샘플 구경하기도 힘든데 우리나라는 샘플이 흔해서 몇 달도 쓸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스킨토너도 두 병을 각각 쓰고 있었는데 그 넘들은 그냥 한 병에 몰아서 합쳐버렸습니다.
그리고는 아무것도 사지 않고 버티고 버티며 그 동안 쓰지 않고 버려둔 마스크팩과 니베아 파란통 크림으로 모이스쳐라이져를 대신했습니다. 또 냉장고에 몇 개월씩 방치되었던 마스크팩을 로션삼아 크림삼아 써서 없앴습니다. 마스크팩도 게으른 사람은 참 하기 힘들어요. 일부러 이런 기회를 만들어 써버리지 않으면 몇 달씩 묵어버립니다. 전 몇 달을 놔두었다가 쓰려고 보니 상해서 냄새나 버린 것도 있어요.
향수도 이것 조금, 저것 조금, 몇 병 됩니다. 제 생각엔 제가 많이 사지 않는 편인데도 그럽니다. 그래서 조금씩 남은 향수는 칙칙 뿌려서 없애고, 며칠 써보다가 도저히 안맞거나 싸구려냄새 나는 것들은 버렸습니다. 요새 향수 마케팅은 이 향수 저 향수를 레이어드 해서 뿌리는거랍니다. 그러면 탑노트와 엔드 노트가 시간차 나게 오묘한 향기가 난다는군요....는 개뿔, 향수 많이 팔아먹자는 수작 같습니다. 앞으로는 향수도 딱 한가지만 쓰면서 다 떨어지면 다른 향수 사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그러다보니 향수는 무조건 작은 병으로 사야겠습니다. 향수 한 병 다 쓰기가 얼마나 오래 걸리는데...큰 병으로 사면 쓰다가 지겨워저서 기필코 또 한병을 들이고야 맙니다.
자꾸 화장품 개수를 줄이다보니 앞으로 어떻게 다이어트된 개수를 화장품으로 유지해야 하는지 알겠습니다.
토너 한 개
모이스쳐라이저 한 개
핸드크림 한 개 - 건조해서 얼굴이 매우 당길 때 끈적한 핸드크림은 얼굴에도 바릅니다
썬블럭 한 개
화운데이션 한 개
루스파우더 한 개
색조 파레트 - 현재 두 개가 있는데 이건 써서 없애지려면 죽을 때나 되야 하려나...그냥 있는거 쓰렵니다
아이라이너
향수 한 개
립스틱 두 개
립밤 한 개
요렇게 화장대에 가지고 있으면 저는 충분할 듯.
화장품 다이어트 하기 전에도 화장 좋아하는 친구가 우리집에 와서 우연히 제 화장대를 보고 무슨 여자 화장품이 이거밖에 없냐고 놀랐었는데, 이제는 그 친구가 보면 기절해 넘어지게 생겼습니다.
그나마도 다 서랍에 집어넣고 쓰니 먼지 앉을까 걱정 안하고 걸레질 쓱 해주면 되니 청소하기 참 좋습니다.
화장품 선택도 어렸을 때는 돈이 없으니 저렴한 라인으로 쓰다가 나이들면서 이것 저것 비싼 것도 더 좋은가 싶어 이것저것 써봤는데, 결론은 - 비싸다고 반드시 좋지는 않다. 화장품은 가격에 관계없이 내게 맞는 것은 따로 있더라 - 입니다. 현재는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저렴한 종류로 정착했습니다. 저렴한 것을 사서 푹푹 씁니다. 질보다는 양 컨셉으로.
근데 저렴한 라인은 포장이 안이뻐서 쓰다보면 좀 맘까지 저렴해지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남은 허영심으로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의 빈병을 남겨서 저렴이 화장품을 사면 그리로 옮겨서 사용합니다. 누가 몰래 우리집에 와서 제 화장대를 훔쳐보때 '올, 그래도 이 여자는 xx브랜드를 쓰네' 하게 싶은 것이 아니라 예쁜 용기로 깔맞춤을 해 놓으면 제가 매일 볼때마다 흐믓해져서 이 짓을 합니다.
또 저렴한 라인은 화장품에서 나는 냄새가 그리 좋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저의 경우는 어떤 제품은 그게 적응이 안되서 사용 중단한 경우도 있지만 현재 쓰는 브랜드는 그냥 적응해서 바르고 있습니다.
제 경우는 화장품 비싼 것 쓴다고 피부가 좋아지지는 않더라구요. 싸던 비싸던 얼굴이 당기지 않게 자주 충분히 보습을 해 주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비싼 화장품을 조금씩 아껴 쓰는 것 보다 싼 화장품을 자주 듬뿍듬뿍 쓰는 것이 더 나았습니다. 아낀 돈은 모았다가 3년에 한 번씩 주근깨 잡티 제거를 피부과에서 해 주는게 결과적으로 더 나은 비쥬얼로 살 수 있는 것 같아요.
화장을 예쁘게 하고 다니면 좋겠지만 게을러서 겨우 화운데이션에 파우더 바르고 입술만 찍고 다니는 입장에서는 브라우샵에 가서 한번씩 모양을 정리해 주는 것이 더 임팩트 있더라구요 (저는 송충이 눈썹 소유자).
각자 자신에 맞는 방법이 있을거구요, 그 방법을 찾는데 제 경험을 참조하시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