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 내부고발자인가 배신자인가
2016.02.04
조응천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더민주당에 입당했다고 합니다. 문재인이 공을 들였던 깜짝 놀랄만한 영입 인재가 조응천이라고 하는데, 참 기가 차고 어이가 없어 할 말이 없습니다.
이런 인간을 인재라고 영입하는 인간이나 지가 마치 내부고발자로서 정권의 탄압을 받았던 것처럼 피해자 코스프레 하면서 국회의원 해먹으려 입당하는 인간이나... 끼리끼리, 유유상종이니 쌍방이 죽이 맞았겠지만 아무리 정치가 망가졌다고 하지만, 정치 도의가 있고, 인간이 지켜야 할 기본 윤리가 있는데 이런 모습을 보여야 할까요?
조응천이 촉발한 정윤회 문건은 검찰의 조사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고, 조응천의 수족으로 활동했던 박관천은 사실무근의 자료를 작성하고 문건을 유출하여 청와대 3인방을 음해했으며, 진상조사도 방해했던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조응천은 피해자도 아닐 뿐만 아니라 내부고발자도 아닌 공직자로서의 업무나 권한을 자신의 정치적 욕망의 수단으로 삼은 치졸한 사람일 뿐입니다. 더구나 수족인 박관천은 1심에서 7년 선고를 받았고, 조응천은 무죄를 선고 받긴 했지만, 무죄 이유가 문건 유출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원본이 아닌 추가 출력본이나 사본이어서 대통령기록물로 보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일 뿐입니다. 그리고 여전히 2심 재판이 진행중인 피고 상태인 몸이구요.
조응천이 당당히(혹은 뻔뻔스럽게) 정치를 하고 싶어 현정권의 약점을 쥐고 야당에 입당한다고 말하고 더민주당에 입당했다면 그 솔직함이라도 인정해 줄 수 있겠지만, 피해자 코스프레에다 다른 사람들이 자기와 같이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해 입당한다는 정의론을 명분 삼으니 역겹기 그지 없습니다.
조응천은 언론 인터뷰에서는 청와대에서 나오면서 문건을 가지고 나온 것은 없다고 하면서도 기억에 지우기는 했으나 기억을 포맷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외적으로 부드러워 보이지만 법률 검토를 거친 치밀하게 계산된 다중적 의미를 내포한 발언입니다. 현재 대통령기록물 유출과 관련 재판중인 상태에서 문건을 갖고 있다고 자신의 몸값을 올리려는 것은 제 발목 잡는다는 것을 검사 출신인 조응천이 모를 리 없으니 실제 문건을 유출해 갖고 있다고 할 수 없겠죠. 기억에 지워 버렸다고 언급하면서 조직에 대한 의리를 지킨 것처럼 포장하면서도 포맷하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은 보복을 암시하고 있다고 봐야죠.
조응천을 더민주당에 입당시킨 문재인의 의도야 뻔할 것이지만, 문제는 그 의도를 현실화시키면서 빚어질 사태를 생각하면 끔찍해집니다. 제가 예상컨대 조응천은 문재인으로부터 비례대표를 보장받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조응천은 겉으로는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면서 지역구 출마도 수용하겠다고 했지만, 이건 현재의 곤란한 입장을 모면하기 위한 정치적 수사일 뿐이죠. 조응천이 아무리 더민주당의 강세 지역에 출마한다고 하더라도 지역구 의원은 되기 힘들다는 것은 문재인도 조응천도 너무나 잘 알죠. 더민주당 내부에서도 정치적 도의 차원에서 조응천 영입을 못마땅해 하는 분위기들이 있는데 일반 유권자들로부터 조응천이 당선될 만큼 표를 받는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죠. 더구나 새누리당과 더민주당의 양당 대결이 아니라 국민의 당과 야권 표를 나눠어 먹어야 할 상황에서 조응천의 당선은 로또 당첨 확률보다 못하다고 보아야죠.
조응천이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되면 국회의원으로서의 면책특권을 보장받게 되고, 조응천의 국회 내 발언은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면책대상이 될 것이고, 이를 이용하여 조응천은 현정권을 신랄히 비난하고 폭로하게 되겠지요. 조응천은 현 정권의 전직 청와대 민정 비서관이라는 전력 때문에 증거를 제시하지 않더라도 그의 발언들은 국민들의 관심을 갖게 될 것입니다. 한마디로 정쟁은 격화되고 답이 없는 소모전으로 국회와 정치는 날을 샐 것입니다. 그 피해야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오겠죠.
이런 인물 중에 조응천의 선배로는 새민련(현 더민주당) 공천으로 당선되었다가 지금은 국민의 당으로 튄 권은희(광주)가 있죠. 거짓 진술로 경찰의 동료와 부하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상사(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를 옷 벗게 하고 기소 당하게 만들면서 그 사건을 계기로 자신은 국회의원 뺏지를 달았지요. 하지만 권은희는 현재 위증모해죄로 기소되어 재판중에 있습니다. 사법부는 권은희의 진술은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고 17명의 경찰 동료들의 진술과도 다르다며 증거로서 단 하나도 채택하지 않았습니다.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1,2,3심 모두 무죄를 선고 받은 상황에서 권은희는 자신의 진술이 스스로 믿을만하다는 합리적 근거들을 제시하지 못하는 이상 위증모해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입니다.
조응천이나 권은희는 내심 정치적 야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처음에는 이를 절대 부인했던 것도 비슷합니다. 이 둘은 또 자신들은 원래 정치적 야심은 없었는데 사회정의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현실 정치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연출하면서 자신들의 정치 입문을 합리화합니다. 참 음흉스러운 사람들이죠. 이런 측면에서 도도맘 사건 등 불미스런 일들을 일으키기는 하지만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털어놓는 강용석이 훨씬 솔직하고 정치인으로서 덜 위험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정치적 야심을 위해 교묘히 자신을 불의를 참지 못해 정권이나 조직의 내부 비리를 고발하는 내부고발자로 포장하는 인물들이 많고, 또 이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퇴행적 정치관행도 여전합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잘못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정권이나 조직에 의해 자신들이 핍박받은 받은 것으로 강변하면서 자신들의 행위를 내부고발 행위로 둔갑시켜 국민들을 기만합니다.
조응천이나 권은희와는 조금 다른 케이스이긴 하나, 하나고 사태를 촉발했던 전OO 선생도 유사한 부류이지요. 전OO 선생도 학교측과 전혀 상의를 하지 않고 외부 강연을 다니고 하나고 학생들의 학생기록부를 외부에 공개하다가 학교측의 제재를 받게 되자, 비리도 아닌 것을 마치 하나고 비리인 것처럼 언론과 서울시 교육청, 서울시 의회에 폭로하는 짓을 하였죠. 자신의 잘못이 드러나자 그것을 희석하기 위해 그 동안 자신도 전혀 문제 삼지도 않았으며 자신도 관여했던 학내 문제를 이제 와서 마치 문제가 많은 것처럼 사회에 공개하고 자신은 내부고발자 행세를 하였습니다.
내부고발자란 (네이버 시사상식사전에 따르면) <기업이나 정부기관 내에 근무하는 조직의 구성원이거나 구성원이었던 사람이 조직 내부에서 저질러지는 부정, 부패, 불법, 비리, 예산낭비 등을 알게 되어 이를 시정하고자 내부책임자 및 감사부서에 보고 또는 폭로하는 사람을 말한다. 조직 내에서는 배신이나 항명으로 간주되기도 하지만, 조직의 이익보다 사회 공동체의 이익을 더 중시하는 공익적 행위로 평가되기도 한다. 내부고발은 개인의 윤리의식과 양심에 의거한 행동이며, 내부자에 의한 고발이라고 하더라도 개인의 이익이나 보복적 성격을 띤 행동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위 정의에 따르면 과연 조응천, 권은희, 전OO 선생이 내부고발자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들의 행위들이 사회공동체의 이익을 중시하는 공익적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까? 이들의 행위가 개인의 윤리의식과 양심에 바탕한 의로운 행동이었습니까? 이들이 그 이후 지금까지 보이고 있는 행보가 개인의 이익이나 보복적 성격이 없어 보이는지요?
담합행위를 최초로 제보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과징금을 전액 면제해주는 리니언시 조항이 있습니다. 이 제도가 그 목적과 취지와 달리 담합을 주도했던 업체가 오히려 이 제도를 악용하면서 과징금을 면제 받는 사례가 비일비재해 언론뿐만 아니라 공정위원회 내부에서도 이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와 같이 선량한 목적으로 마련한 제도를 악용함으로써 그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오히려 불신만을 조장하는 것처럼 사회의 부패와 비리를 예방하고자 하는 내부고발자라는 순수한 목적을 가진 제도가 조응천과 권은희와 같이 개인의 잘못을 회피하고 개인의 정치적 야심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