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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그냥, 생각이 나서요

... 조회수 : 4,182
작성일 : 2016-02-04 02:30:45
저는 어릴때부터 공부를 잘했습니다.
하지만 집은 가난했죠.
그러나 엄마의 교육열은 꽤 높았습니다.

엄마는 6학년때 저를 학군 좋은 동네에 사는 고모댁으로 위장전입시켰습니다.
제가 고모집에서 6학년 2학기를 더부살이 했으니, 정확히는 위장전입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또래의 여자 사촌들이 있었어서, 그 아이들과 한 방을 썼지요.
전학가서 처음 본 월례고사에서 반 1등을 했을때,
그 동네에서 분식점을 하고 있던 엄마가 그 얘기를 듣고 좀 우셨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전 바닥에 이불깔고 잘 준비를 하던 어느날
사촌동생이 방이 좁으니 거실소파에서 자라고 할때 울었지요.
당시에 아빠가 교통사고를 내어서 구속되어 감옥에 있고 사업도 다 망한 때였습니다.
친척들이 십시일반 합의금을 구해주셨지요.
어찌된 일인지, 전학간 학교의 친구들이 그 일을 알고있었습니다.
너희 아빠 사업 망했다며? 그래서 친척인 00네가 돈 빌려줬다며? 그래서 너희엄마도 가게하는거라며?
그 물음을 들었을때 제가 뭐라고 답했는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울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졸업할때까지 몇달만 버티자, 하고 버텨 졸업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꽤 좋은 중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저는 중학교 입학하면서부터는 고모집에서 나와 저희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구를 넘어, 30분가량 일반버스를 타고 가면, 거리의 풍경이 바뀝니다.
허름한 동네의 방 1개짜리 아파트에서, 아빠는 감옥에 있고 엄마는 가게에 있는 동안,
저는 혼자 그 아파트에서 숙제도 하고, 친구들에게 편지도 쓰고, 전화로 수다도 떨었습니다.
편지와 수다에는 거짓말이 섞일수밖에 없었는데,
친구들은 내가 그 동네에 살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르고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고모집이 우리집인척 하고 1학년을 보냈습니다.
제가 거짓말쟁이라는 것을 눈치챈 친한 친구들은 저에게 저희집에 가서 놀자고 자꾸 채근했습니다.
저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거절했고 결국은 왕따가 되었습니다.
그때는 왕따라는 지칭이 없던 시절이었지만,
그런 이름이 아니더라도 왕따는 존재했고, 그게 저였지요.

뭐, 그렇게 중학교 시절을 암울하게 보내고 있었는데.
2학년때는 담임선생님이 저를 불렀습니다.
공부를 꽤 하는데, 과외는 안하는것 같네, 과외를 좀 하면 성적이 더 오를텐데.
그래서 어느날 엄마가 학교에 상담을 가셨습니다.
담임선생님은 엄마에게 괜찮은 과외선생님을 소개해주겠다,
따님이 기특하고 예뻐서 특별히 소개하는거고, 다른 학부모에게는 비밀이다, 하셨더랍니다.
그래서 전 엄마가 분식집에서 칼국수 만두를 팔아 번 돈으로,
방 한칸 짜리 남루한 아파트에서 밥상을 펴고 개인 과외를 받았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과외선생은 담임의 처제였다나.
학부모들로부터 뒷얘기 안나올만한 안정적인 알바를 처제에게 구해주려니
다른 학부모들과 말섞일일 없는 우리엄마의 딸,
왕따이긴 하지만 공부는 그냥저냥 꽤 하는 제가 딱 적임이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을때
좀 착잡했습니다.

담임의 의도가 어찌되었건,
저는 엄마가 쟁반날라 번 돈으로 하는 공부를 허투로 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어찌어찌, 특목고에 진학했습니다.
특목고는 지금도 그렇겠지만, 학군이 상관없는 학교입니다.
강남에서도 오고 성동에서도 오고 강동에서도 오고 그렇지요.
대단지 아파트 내에 위치한 중학교,
나를 뺀 모든 친구들이 그 아파트에 살고 나만 외계에 사는것 같았던
그 중학교를 벗어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특목고를 안갔더라면 또 어쩔수 없이 그 아파트 단지에 위치한 고등학교를 갔겠지요.
그랬으면 또 3년을 외계에 사는 왕따로 지냈을텐데.

기뻐하며 고등학교에 갔는데,
글쎄 이번에는 제가 할렘에서 온 바보가 되었습니다.
이미 선행학습 빠방하게 하고 온 친구들과 겨룰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첫 시험에서 반에서 45등을 하고 말았습니다.
이번에는 담임선생님이 노골적으로 저를 미워했습니다.
별 말도 안되는 이유를 들어 저를 혼내고 망신주었습니다.
그래도 뭐, 공부못하는 내가 죄인이지 싶었습니다.
정말 최근에 그때 같은반이었던 친구들과 만나 얘기하다가 알게 된 사실은
담임이 저를 미워했던건 저희 엄마가 촌지를 주지 않아서랍니다.
학부모들은 출신중학교/동네별로 이미 무리지어져 촌지를 건내고 있었는데
그에 끼지 못했던 저나 저희 엄마는 촌지를 한다는 사실도 몰랐고,
그때문에 제가 담임에게 온갖 구박을 받고있다는걸
저만 모르고 친구들은 다 알고 있었다는걸 전 20년이나 지나 알게됐네요.

고등학교에는, 정말 날고 기는 집안의 아들딸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모 재벌 손자 손녀가 있지를 않나, 법조인 의료인은 너무 흔하고,
나만 거지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거진데 어찌 공부는 쫌 해서 운이 좋아 이 학교에 들어온 거지.

고3이 되어 서울대 가시권 애들로만 그룹과외를 짜는데,
그 엄마들 사이에서 제 이름이 언급되며, 얘가 대체 누구야? 얘 어디 사는 애야? 얘네 엄마 어딨어? 이런 얘기가 나왔댔을때 좀 통쾌했습니다.
그리고 서울대에 합격했을 때,
그후 합격자 학부모들이 모여 합격사례촌지를 했다는데,
졸업직전 한 그 촌지가 우리 엄마에게는 처음이자 마지막 촌지였다고 합니다.
돈아깝게, 하지 말지.

아래 글에 보니, 전학간 동네에서 위화감을 느낀다는 글이 있어,
제 어릴때가 생각나 주절주절 적었습니다.

저도 이제 아이를 키우다보니,
이제 번듯한 동네에 자리잡고 아이에게 좋은 환경을 마련해주고싶은 마음 반,
또 그러느라 오히려 아이의 마음을 다치게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반이 줄다리기를 합니다.
그러다보니, 제 어릴때가 더 뼈아프더라고요.
엄마는 최선을 다해 저를 키워주셨지만,
제가 예민하던 사춘기 시절에 저런 경험들을 반복한게
제 인생에, 자존감에 어떤 영향일까, 생각하게 됩니다.
어딘지 저는 어둡고 부정적이거든요.

초중고 대학까지 알아주는 최고 학벌, 혹은 꼬인데 없고 낙천적인 반듯한 마음.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무엇을 고를까요?

IP : 64.233.xxx.219
3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멋져요.
    '16.2.4 2:42 AM (121.190.xxx.105) - 삭제된댓글

    님 좀 짱......
    환경이 어떻든 야생의 강인한 힘을 지닌 아이로 키우면 좋겠어요.
    다양성을 인정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주눅들지 않을 수 있는 자존감.
    세상은 너무나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어 남과 나를 비교할 가치조차 없다는 것을
    먼저 일깨워주고싶네요. 그리고 선입견이 없는.. 그래서 선입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그런 아이로 키우고 싶습니다.

  • 2. 멋져요.
    '16.2.4 2:42 AM (121.190.xxx.105)

    님 좀 짱......
    환경이 어떻든 야생의 강인한 힘을 지닌 아이로 키우면 좋겠어요.
    다양성을 인정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주눅들지 않을 수 있는 자존감.
    세상은 너무나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어 남과 나를 비교할 가치조차 없다는 것을
    먼저 일깨워주고싶네요. 그리고 선입견이 없는.. 그래서 선입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그런 아이로 키우고 싶습니다.
    쓰고보니 나에게 하는 이야기 같네요. 내가 갖지 못한 자신감..

  • 3. 살아보니
    '16.2.4 2:43 AM (114.206.xxx.220)

    둘중 하나라면 꼬인데 없고 낙천적인 반듯한 마음을 가지는 것을 선택하겠습니다. 학벌이 모든 걸 대체해주진 못하더라고요. 특히 심성

  • 4. ..
    '16.2.4 2:51 AM (223.62.xxx.35) - 삭제된댓글

    둘 중 어느 것이나 좋습니다.
    님 좀 짱22222ㅈㅈ

  • 5. ..
    '16.2.4 2:52 AM (223.62.xxx.35)

    둘 중 어느 것이나 좋습니다.
    님 좀 짱22222

  • 6. ...
    '16.2.4 2:52 AM (218.39.xxx.78)

    열심히 사셨네요 원글님도 어머님도

    견디기 어려운 환경에서도 엇나가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는 어린딸
    어머니 칼국수 만두 만드시면서 힘 덜 드셨겠어요

  • 7.
    '16.2.4 2:55 AM (59.7.xxx.96)

    후자요.
    물론 전자가 우리나라에선 정말 많이 중요한거 알아요.
    하지만 원글님께서 쓰신것처럼 아무리 높이 올라가고 이뤄내도 그집단에선 또 나보다 잘난사람이 존재해요. 사실 내가 어느 위치에서 어떤 일을 하고 누구와 어울리더라도 밝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있으면 나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죠.
    정말 잘 살고 있다 순식간에 몰락하는 일이 생길 경우..
    전자는 그냥 내 삶 전체가 부정당하고 내 가치 자체가 바닥으로 떠러져버린거니까 일어서기 힘들겠지만.. 후자는 많이 힘들어도 내 환경이 변했을 뿐 나라는 사람의 가치는 그대로니까 웃으며 살아갈 수 있을거 같아요.

  • 8. .......
    '16.2.4 3:02 AM (203.226.xxx.129) - 삭제된댓글

    꼭 그 둘 중 골라야 할까요.

    저는 좀 다르고도 비슷한 얘기를 하고 싶어졌어요.
    저도 공부를 꽤, 눈에 띄게 잘 했었는데
    저희 집도 제가 원글님 쓰신 그맘때 나이에 비슷한 상황에 처했었어요.
    그런데 우리 엄마는 원글님 엄마처럼 일은 하되
    사방에서 그 가게 빼서 어디 투자하면 좋다더라 하면 팔랑팔랑 흔들리고
    말리는 우리 말은 안 듣고 우리한테 소리 지르고
    결국 망하고
    자본 없어도 되는 다단계며 뭐며 온갖 이상한 일들에 휩쓸려다니고
    또 그나마 있는 거 다 잃고 빚만 지고
    주변 사람들에게 부끄럽게 손 벌리거나 폐끼치고
    그 와중에 조금 돈이 있으면 본인 맞춤 옷은 해 입되
    우리 문제집은 잘 안 사 주고 학교 납부금도 제때 주기 싫어서 우릴 죽일 듯이 노려보던.....
    그런 사람이었답니다.
    제 주변 친구들은 부유했어요. 환경이 그리된 사정을 다 쓸 순 없지만.
    저는 고등학교 3년 내내
    발과 키의 성장과 상관없이 신발 한 켤레로 다니며 제가 거지같다고 느꼈지요.
    어리석은 선택이었습니다만
    그런 엄마가 나를 자랑스러워하는 꼴도 보기 싫었고 뭘 열심히 하기도 싫었기에
    공부도 손 놨었고 더이상 예전의 반짝거리는 제가 아니었어요.
    단 하나 내놓을 것이었던 성적이 그모양이 되니
    이젠 저는 어디서도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고 자존심은 있는 대로 상했죠.
    엄마가 한 폭언들은 일일이 옮기지 않을게요.

    결국 오랜 시간이 걸려 저는 그나마 저 자신을 끌어올렸고
    서울대는 아니지만 그 모냥 그꼴로 십대를 보낸 것치고는 괜찮은 대학에 가고 또 졸업했는데
    그 과정에서는 극복이 필요했어요.
    지원은커녕 나의 수렁, 나의 끔찍한 늪같은 존재일 뿐인 부모를 미워하고
    경멸하고
    나는 저런 인간과는 다르다고 계속 나를 다잡아야 했고
    그것이 역설적으로 저를 일어서게 하는 힘이 되었습니다.
    일어서기 위해 더욱 그래야 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저는 지금 여러 모로, 어둡고 부정적이지는 않아요.
    시니컬한 면은 있지만 그건 뭐 어느 정도 부대끼며 살아온 세상 사람들이 가진 만큼이죠.
    재가 하면 뭘 하든 잘 될 거라는 생각도 하고
    웬만해서는 상처도 별로 받지 않습니다.
    내 앞에 누가 가로막으리, 난 내가 살고 싶은 대로
    누구에게 꿀릴 것 없이 당당하게 잘 살고 있다,
    이런 마음이 있어요.
    저 자신을 들여다보면 근본적으론 어쨌든 밝게 잘 지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은 드는데요.
    그렇다고 상처가 지워지거나 다 나은 것은 아니에요.
    피투성이 상처투성이인 저는 아직도 저기 아래에 또 있기는 있습니다.
    그건 원글님의 엄마와 아주 다른 우리 엄마란 존재와 다분히 관련 있죠.

    각설하고......
    원글님은 그 힘든 상황에서도 어쨌든 자기 할 일을 잘 해낸 사람이고
    (저처럼 바보스런 방황을 하지 않았고)
    우리엄마처럼 영혼을 좀먹는 존재가 아닌
    분식집 해서 과외비 내 주었던 좋은 엄마가 계시네요.
    그런 엄마는 되게 좋은 거예요. 돈 주고도 못 사는 귀한 보물이랍니다.
    어린 시절에 그 분이 원글님을 지원해 줬다면
    돈이 문제가 아니라 그 분의 마음이 거기 있었고
    원글님에겐
    나는 울타리가 있었다.... 나는 고아가 아니었다
    생각해도 되는 근거라고 생각합니다.
    원글님이 받았던 상처들은 결국 돈, 즉 빈부격차에서 오는 게 많았었으니까
    이제 다 커서 돈 벌 수 있는 어른이 되었으니
    어찌 보면 간단히 훌훌 털어버려도 괜찮은 게 아닌가 해요,
    타인의 상처를 함부로 말하려는 게 아니라.... 말입니다.
    재벌 손녀 손자들이야 지금도 잘 먹고 잘 살고 있겠지만
    우리랑 그들은 도대체 상관이 없는 거구요.

    이젠 괜찮아져도 좋지 않나요 원글님.
    스스로 평가하길 어둡고 부정적인 면이 있다고 하셔서요.
    어찌 되었든 그 와중에 놓지 않은 엄마의 지원으로
    어찌 되었든 모두들 부러워하는 스펙을 따냈고
    어찌 되었든 잘 지내고 계시잖아요.
    아 내가 어두운 면이 있구나, 하는 생각은 내려놓으시고
    저런 선택적 질문도 던지지 마시고 이젠.
    아 나 잘 살아와서 참 잘 지내는구나
    나 잘났구나
    촌지 안 주고도 결국 내가 제일 잘 나갔지, ㅋ
    그런, 그런 생각 해 보시면 어떨지.

    핸드폰으로 횡설수설 썼는데
    조금은 제 맘이 전해졌음 좋겠습니다.
    쫌이따 지울게요. 누가 알아볼까 봐. ㅋ

  • 9. 203.226님
    '16.2.4 3:17 AM (64.233.xxx.209)

    길게 쓰다 다 지우고... 고맙습니다. 눈물나네요.
    쏘주 생각나는 밤입니다.

  • 10. 님 엄마
    '16.2.4 3:21 AM (88.116.xxx.226)

    님이 그래도 공부라도 잘했으니 힘든 일 참고 했고, 주변 무시도 덜 당한거죠.
    저 상황에서 그냥저냥 동네서 위화감없이 자랐더라도 공부 못했으면 사회에서 더한 상처받았겠죠. 님 엄마도 엄청나게 무시당했고.
    님 상황에선 님이 그나마 억세게 운좋은 경우라는거 기억하셨으면 해요.
    저렇게 식당하면서 과외 시켜주는 엄마 드물어요.

  • 11. 203.226님
    '16.2.4 3:27 AM (76.113.xxx.172) - 삭제된댓글

    지우셔야 한다니 아쉽습니다.
    너무 힐링이 되는 좋은 글이네요.
    그리고 원글님, 멋진 분입니다.
    이젠 스스로를 사랑하실 떄.

  • 12. ..
    '16.2.4 3:29 AM (182.208.xxx.57)

    당연히 후자죠.

    절대로 학벌이 인성을 이길 수는 없어요.

  • 13. 후자가
    '16.2.4 3:35 AM (88.116.xxx.226)

    당연히 더 좋지만,
    꼬인데 없이 밝고 낙천적인 성격ㅡ우리나라에서 공부 못하고 가난하면 이거 거의 불가능해요.

  • 14. ........
    '16.2.4 3:51 AM (203.226.xxx.129) - 삭제된댓글

    한 가지 생각난 거.

    저도 제 친한 친구가 저희집 한 번 가 보자고 그렇게 조르더군요.
    그 애는 엄청 넓은 집에 사는 아이였어요.
    저는, 예전엔 좀 살아 봤기 때문에
    그 때 제가 처한 처지가 얼마나 바닥인질 더 잘 알았고
    그래서 죽어도 집을 보여 주기 싫었어요. 그런데 정말 조르더군요.
    그 애는 착한 애였고.... 친했기 때문에
    저는 점점 마음이 흔들려서
    그래 얘 한 명쯤 오는 건 괜찮을지도 몰라, 하는 생각을 했었죠.
    그 애랑 둘이서 라면 끓여먹겠다고 라면 두 개 사 가지고 달랑거리고 갔던 게 생각나네요.

    그 애는 정말 잠깐 있다 갔어요.
    라면은 먹었는지 생각 안 나네요.
    그리고 그 후론 다시는, 정말 두 번 다시는
    너네 집 가서 놀자고
    그런 말을 안 하더군요.
    나중에서야 그 사실을 깨닫고 얼마나 무참한 기분이 들었는지 몰라요.

    그 애는 착했고
    아침마다 그 뭐죠, 쿠퍼스나 윌처럼 병에 든 프리미엄 요구르트,
    자기 엄마가 자기 먹으라고 챙겨 준 걸 가져와서 저에게 내밀었고
    제가 끝끝내 안 먹고 버티면 화를 내기까지 하는 아이였는데
    글쎄요. 그 애가 저를 딱하게 여기는 마음이 조금도 없었는지
    안 먹겠다고 한 게 정말 제 자격지심이기만 했을지는
    갸웃하게 되네요. ㅎㅎ
    우리집도 옛날엔 꽤 괜찮았는데
    너희 아빠보다 더 멋진 아빠도 계셨고
    우리 엄마도 참 우아했었는데.
    정말 나, 그런 거 안 먹어도 괜찮고,
    누구 부러워하지 않을 만큼 괜찮은 집에서
    남부럽지 않은 교육 잘 받았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되어서 이렇게 살고 있지만,
    이라는 말을 먼저 할 순 없잖아요. 그건 정말 자존심 상하고 없어 보이죠.
    어찌나 예의바른지 단 한 마디도 그런 건 묻지 않던 그 친구 앞에서
    전 좀 답답했었던 것 같아요.

    그거랑.....
    분식집 하던 우리 엄마,
    동네 친구들(특히 남자애들 ㅋ) 마주칠까 봐 너무너무 부끄러워하는 우리에게
    무거운 칼국수 쟁반 이어 주며 얼른 배달 가라고.
    아니면 무서워서 문 열기도 두려운
    아저씨들 가득한 당구장, 그런 데 가서 그릇 찾고 돈 받아오라고 마구 화내며 시키던
    그 우리 엄마가 생각나네요. 아. 참.
    엄마는
    알아서 착착 일 돕고 공부마저 여전히 전교권인 그런 딸을 원했겠지만요.

  • 15. .........
    '16.2.4 4:24 AM (203.226.xxx.129) - 삭제된댓글

    아. 그래서 결국 제가 하고픈 말은.....
    자녀에 관해 너무 깊이는 걱정 안 하셔도 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본 글이었던 것 같은데-
    자기는 자기가 가난한 줄도 몰랐다고요. 엄마가 항상 웃고 있고 자기를 사랑해 줘서.
    아이가 머리가 클수록 빈부격차라든가 그런 걸 깨닫지 못할 수는 없겠지만
    (원글님은 그러나 현재 가난한 건 아니고.... 아주 부자가 아닌 거라는 그런 거죠...?)
    가장 중요한 건 부모의 흔들림없는 사랑과 지지,
    그리고
    너는 빈부와 어떤 것과도 무관하게 중요한 사람이고 강한 사람이라는 걸 알려 주고
    그걸 뒷받침해 주는 것 아닐까 합니다.
    부모의 진심으로부터 말이지요.

    원글님 어머니도 열심히 뒷받침해 주셨으나 원글님 자신은
    그래도 부정적인 면을 얻은 게 있으니
    아이가 걱정된다 이실 수 있는데요.
    원글님은 그걸 겪어보고 아시는 분이니까
    한 번 해 봤으니까
    엄마보다 조금 더 아이를 잘 헤아리고 잘 헤쳐나갈 수 있지 않을까,
    뭐 그런 얘길 하는 겁니다.

  • 16. 박완서
    '16.2.4 4:39 AM (210.183.xxx.241)

    박완서의 그 산이 거기 있었을까, 라는 책이 연상됐어요.
    혹시 안읽어보셨다면 한 번 읽어보세요.
    많은 부분에서 공감하실 거예요.

    원글님의 담담한 글 좋아요.
    덕분에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17. ..??
    '16.2.4 4:53 AM (175.223.xxx.53)

    203.226님의 댓글은 어떤 내용이었을지 몹시 궁금 합니다.

  • 18. ㅎㅎ
    '16.2.4 5:24 AM (73.34.xxx.5)

    님 스스로 너무 자랑스러우실 듯. 감동받았습니다. 행복한 앞날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 19. 근데
    '16.2.4 5:54 AM (39.7.xxx.159) - 삭제된댓글

    특목고가 촌지를 해요? 20년 전이니까 그런거죠? 두 아이 다 특목고인데 저 엄마모임도 나름 열심히 나가거든요? 그런 거 없던데...ㅠㅠ
    중학교 때도 촌지없었고요. 추천서 써 준 담임샘 넘 고마와서 졸업하고 촌지드렸더니, 애한테 전화하셔서는 상응하는 전집을 사서 배달시키셨더라구요.

  • 20. ...
    '16.2.4 5:56 AM (122.37.xxx.180)

    저랑 비슷한 연배이신 것 같아요.

    그때는 평준화가 대세인 시절이었고, 저희 어머니는 전업주부.. 그렇지만 무척 대범하고 긍정적인 편이었지요. 그래서인지 저는 8학군 변두리 서민아파트에 살면서 중고교를 다녔는데도 상대적 박탈감 같은 것은 거의 느끼지 못하고 자랐어요.

    부모님은 자식에게 헌신적이지만 위장전입이나 특목고 대비를 시킬정도의 교육열은 아니었구요. 제가 공부를 좀 하고 욕심이 있는 편이라 부모님께 말씀드려 외고시험을 보긴 했는데, 뭐 준비를 하고 본게 아니라 당연하게 떨어져서 그냥 인문계 여고를 갔습니다. 꼭 다니고 싶은 학원이 있어 스스로 알아보고 요청하면 학원비는 힘써 내주시는 정도... 아무튼 고교때는 재정 엉망인 사학재단 특유의 학교 분위기가 너무 싫어서 내내 소설책만 팠는데 천만 뜻밖에 독서의 힘으로 서울대 입학했구요.

    여기서부터가 본론인데, 대학에서 만났던 친구들 중에 제가 보기에 참 이해 안되는 애들이 있었어요. 분명히 나보다 잘났는데, 나는 아무 생각없이 행복하건만 얘들은 뭐랄까.. 분명 집도 잘 살고 학창시절에 다양한 배움과 경험을 누렸고 스스로도 똑똑하면서 이상하게 뭔가에 주눅이 들어 있고 항상 조바심을 내고 미래를 불안해하고 불만이 많더라구요.

    여차저차해서 유학을 다녀온 뒤 고교 졸업 후 정확히 10년만에 모 외고 강단에 서고서야 깨달았습니다. 걔들이 대부분 외고 출신이었다는걸..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분위기를 보니까, 걔들은 10대부터 늘 비교하고 경쟁하고 위를 쳐다보면서 불안하게 살아온 것이고, 그래서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서울대에 들어와서도 끊임없이 다음 스탭을 고민하며 조바심을 냈던 것이죠.

    결과만 놓고 보면 걔들은 지금도 여전히 그렇게 잘 살아요. 잘 계획된 취업, 유학, 결혼으로 빵빵한 인생들.. 자식들도 빠지지 않게 낳아 기르고, 늘 미래를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채찍질하면서 그렇게 잘 삽니다. 모이면 늘 하는 얘기는 기회의 사다리가 사라진다는 둥, 계층 이동이 어려워진다는 둥, 금수저들은 어떻게 산다는 둥 결코 만족이란 없지요... ^^;;

    그게 자기 인생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라고 보면 꼭 나쁜건 아닌데, 저는 참 답답하더라구요. 충분히 더 당당할 수 있고 더 행복할 수 있는 조건인데 왜 그러지를 못할까? 왜 항상 비교를 하고 불만에 빠져 있을까. 특히 대입 관문조차 아직 통과하지 못한 10대 학생들.. 가르쳤던 학생들이 정말 우물 안의 개구리들처럼 비교하고 경쟁하면서 자괴감을 느끼는 것을 보고 많이 안타까웠어요. 그리고 제가 외고 시험에 떨어진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나 생각했습니다. 그 안에서 고교시절을 보냈으면 저처럼 가진 거 없고 보잘 것 없는 사람은 정말 헤어나올 길 없는 자기혐오에 빠졌을 것 같아요. -_-;

    그렇다면 일반고가 답이냐. 뭐 그런 말은 결코 아닙니다. 요즘 일반고들은 교실 붕괴가 심각한 수준인걸 잘 아는데요... 다만 요즘은 고학력 고스펙 어머니들이 많으시다면, 대범하고 현명한 어머니들은 오히려 옛날에 많이 계셨던 것 같아요. 자식에게 당당함과 호연지기를 물려줄 수 있는.

    원글님은 분명 그런 어머니이실 것 같아요. 원글님 어머님도 강한 분이셨고, 원글님도 그런 환경에서 인생을 개척해오신 강인함이 있으니까... 예나 지금이나 뭐니 뭐니해도 자식은 엄마 기운을 먹고 크는 것 같습니다. 다른 무엇보다, 그냥 응원을 보내고 싶어서 몇 자 적었습니다.

  • 21. 그리고
    '16.2.4 5:58 AM (39.7.xxx.159) - 삭제된댓글

    엄마가 서울대 나왔는데 자녀분이 어딜가서 상처를 받겠어요. 걱정 마시고 강남이든 서초이든 가셔요. 목동도 좋구요.

  • 22. 익명
    '16.2.4 6:56 AM (180.66.xxx.58)

    아 이글 참 좋고 바로 위 댓글도 참 좋네요.. 비슷한 길을 걸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왠지 저를 미소짓게 만드나 봅니다.

    저도 두분과 비슷한 나이.. 서울대를 나왔어요. 저는 과고를 나왔지요. 제 엄마도 교육열이 대단했고 원글님만큼 어렵게 산 건 아니지만 아주 풍족하지도 않은 딱 고만고만한 집안 출신입니다.

    위 댓글에서 말하는 '10대부터 경쟁에 치여 살아온, 누가 봐도 잘난 삶을 살지만 가슴이 뻥 뚫린 아이들' 중 하나가 저였고 여전히 그렇게 살아가는 친구들을 주변에서 너무나 많이 봅니다. 저는 누가 봐도 부러워할만한 어린시절을 거쳐 대학생활을 하고 지금에 이르렀지만, 이십대 내내 마음이 많이 힘들었고 서른 즈음에야 그 경쟁의 상처들을 극복하게 되었어요. 극복했다고는 하지만 지금도 (아마 앞으로도) 가끔 스스로 마음을 다잡지 않으면 저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한마리 경주마가 되어 또 달리고 있겠지요. 주변에는 아직까지 자각도 하지 못한 채 상처에 시달리는 과고-서울대 친구들, 열등감과 이를 가리기 위한 우월감이 뒤섞인채로 살고 있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원글에 답을 하자면 저는 제 아이를 그냥 밝고 자연스럽게 키우고 싶어요. 저는 제가 걸어온 길, 그 상처, 비록 극복을 했다지만 그것을 직시하고 아파하고 극복하던 과정에서 경험했던 그 괴로움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습니다..

  • 23. 1번이요
    '16.2.4 7:12 AM (111.118.xxx.90) - 삭제된댓글

    저 해맑다못해 개념없다는소리도 듣는데
    직장가니까 생각이 꼬이더라구요
    그럴바엔 차라리 1할래요...

  • 24. .....
    '16.2.4 8:07 AM (221.158.xxx.252) - 삭제된댓글

    멋져요.
    글쓰신거도 감정없이 그냥 쓰셨는데 영화속 장면들 처럼 눈에 보이네요.
    이글을 읽으니 제가 더 부끄러워요.두렵구요.
    제가 그릇이 작아서 제 자식 잘 키우지 못 할까봐요.
    긍정적인 사람으로 계속 발전하는 사람으로 남탓안하는 사람으로 컷으면 좋겠어요.
    저는 비록 별거 아니지만 오히려 찌질하지만 저 자식은 멋진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 25. ..
    '16.2.4 8:09 AM (112.149.xxx.183)

    밝고 자연스럽게라..울나라선 공부 못하면 그러기가 더 힘들구요. 집이 부자기라도 하면 모를까. 저도 공부 잘했을 때가 젤로 밝고 자연스러웠어요.
    글고 지나친 경쟁의 희생양이 되는 것도 불행한 거지만 거기서 놓여나겠다며 나를 인정한다며 자족, 이탈..이쪽이 오히려 기득권들이 원하는 거에 놀아나는 걸 수도 있죠. 그런 이데올로기를 주입시키고 있구요.
    점점 상위 기득권은 지들끼리 공고해지고 겉으론 자족하는 행복을 말하지만 포기한 하위들끼리 공고해지고 또다른 하류를 낳고..

  • 26. ㅇㅇ
    '16.2.4 8:22 AM (211.237.xxx.105) - 삭제된댓글

    하아 잠이 확깨는 너무도 좋은 글 감사하게 잘 읽었어요.
    막 좀.. 부끄럽게도 눈물이 살짝 나려고 하네요. 나이들어서 주책...
    뭔가.. 내 학창시절과 오버랩되면서..
    저희 친정은 집안 형편 꽤 좋았는데 제가 엄마의 기대에 100프로 부응하지 못해서
    엄마가 그렇게도 원하는 대학에 가지는 못했거든요.
    하긴 제 환경이 되었으면 또 원글님 인생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냥 저희 엄마에게 원글님같은 딸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아무튼 잘 읽었어요.

  • 27. ㅇㅇ
    '16.2.4 8:24 AM (211.237.xxx.105)

    하아 잠이 확깨는 너무도 좋은 글 감사하게 잘 읽었어요.
    막 좀.. 부끄럽게도 눈물이 살짝 나려고 하네요. 나이들어서 주책...
    뭔가.. 내 학창시절과 오버랩되면서..
    저희 친정은 집안 형편 꽤 좋았는데 제가 엄마의 기대에 100프로 부응하지 못해서
    저는 저희 엄마가 그렇게도 원했던 서울대에 가지는 못했거든요.
    하긴 원글님이 제 환경이 되었으면 또 원글님 인생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냥 저희 엄마에게 원글님같은 딸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아무튼 잘 읽었어요.

  • 28. ㅇㅇ
    '16.2.4 8:44 AM (121.168.xxx.41)

    글 재밌게^^;; 잘 읽었어요. 굉장히 몰입해서 읽게 되네요.

    저희는 경제적으로는 부유했지만 부모님 학력이 낮았어요.
    제가 공부를 잘 하면 잘 할수록 친하게 되고 어울려지는
    친구들의 부모님들 직업은 화려했어요.
    직업만 들어도 대졸을 짐작할 수 있는 직업 가진 친구들이 부러웠어요.
    의사 교수... 까지 바라지도 않았고
    부모님이 교사라고 하면 아 재네 부모님은 대학 나오셨구나..
    이 생각부터 했으니 제가 부모님 학벌에 대한 컴플렉스가 얼마나 심했는지 아시겠죠.

    우리 아이들...
    농담반 진담반.. 우리 애들이 공부를 넘 잘 하게 되어서 민사고 이런데 가면 어떡하지? 학비도 걱정이고 또 친구로 지낼 아이들의 집안 배경이 우리랑 넘 차이 날 텐데.. 이런 되도 않는 걱정을 했었는데..
    다행인지 공부를 썩 잘 하지 않네요.

  • 29. ㅇㅇ
    '16.2.4 8:47 AM (121.168.xxx.41)

    112.149님 댓글에 평소 제 고민이 잘 드러나 있어서 반갑네요.

    ㅡㅡㅡㅡㅡㅡ
    밝고 자연스럽게라..울나라선 공부 못하면 그러기가 더 힘들구요. 집이 부자기라도 하면 모를까. 저도 공부 잘했을 때가 젤로 밝고 자연스러웠어요.
    글고 지나친 경쟁의 희생양이 되는 것도 불행한 거지만 거기서 놓여나겠다며 나를 인정한다며 자족, 이탈..이쪽이 오히려 기득권들이 원하는 거에 놀아나는 걸 수도 있죠. 그런 이데올로기를 주입시키고 있구요.
    점점 상위 기득권은 지들끼리 공고해지고 겉으론 자족하는 행복을 말하지만 포기한 하위들끼리 공고해지고 또다른 하류를 낳고..
    ㅡㅡㅡㅡㅡ
    넘 공감하는 바 댓글 복사했어요^^

  • 30. ...
    '16.2.4 9:34 AM (14.63.xxx.103)

    마음을 울리는 한편의 수필, 잘 읽었습니다. 글을 참 잘 쓰십니다.
    종종 경험에서 우러난 고민들..한번씩 올려주세요. 여러 회원님들의 댓글 읽으면서, 한번씩 더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리고 원글님..정말 대단하세요^^ 내면의 힘이 보통이 아니세요.

    이걸 선택하는건, 어쩌면 아이 자신일지도 모르겠어요. 부모가 아무리 첫번째를 원하더라도, 아이가 두번째 성향이면 할 수 없는것이고^^;;; 부모가 아무리 두번째를 추구해도, 아이가 첫번째를 지향하는 성향이면 그것도 할 수 없는 거구요. 둘다 가치 있는 일이니까요.
    부모로써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둘 다 가치가 있으니까, 아이 성향에 따라 어느 한쪽을 추구하는걸 잘 지지해주고, 다른쪽 방향의 삶도 존중해주고, 인정해주도록, 그리고 각각의 삶에 충실하면서 그 자체가 행복이라는것도 느끼도록 그렇게 가르치는거 같아요.
    원글님 어머님도, 원글님 덕분에 많이 행복한 삶을 사신거예요^^

  • 31. 왠지
    '16.2.4 9:54 AM (210.178.xxx.192)

    눈물이 나요..
    저도 아이 때문에, 아이에게 미안해서 학교를 옮겨줘야 하나..좀 힘든것도 있고 해서.
    원글님도, 아이도 행복하세요~

  • 32. ........
    '16.2.4 10:44 AM (165.243.xxx.168) - 삭제된댓글

    글을 넘 잘 쓰시고 글 자체가 유식한 분이 쓰신거 맞는거 같은데....... 그래도 특목고 얘기는 왜케 소설 같지요 ㅠㅠㅠㅠㅠㅠㅠ

    특목고 라는게 선행을 안 하면 합격을 할수가 없는 시스템인데..... 선행 없이 특목고라..... 훔......

    자작 같은 향기가 ㅠㅠㅠㅠㅠㅠ

  • 33. 흐음
    '16.2.4 10:51 AM (121.131.xxx.38)

    82에서 모처럼 정말 좋은 글을 만났네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족이지만, 저는 원글님이 어둡고 부정적인 사람이 아닐거라고 생각해요.
    겸손하고 배려심 많은 분일 거예요.
    촌지..저도 아픈 기억이 있고 그 벽을 넘지 못하여 잠깐이지만 공부랑 멀어지기도 했거든요.
    평안한 나날들 되시기 바랍니다.

  • 34. ,,,,,,
    '16.2.4 11:00 AM (39.118.xxx.111)

    특목고에서 얼마나 고생했을까

  • 35. ...
    '16.2.4 11:06 AM (1.242.xxx.32) - 삭제된댓글

    따뜻한 봄날의 햇살같은 이야기 정말 고맙게 읽었어요.
    눈물이 나요.

    위에 165님 선행없어도 특목고 갑니다.
    선행이 필요 없을만큼 똑똑한거죠.
    자작이라니...
    심성이 꼬여서 본인의 잣대로만 판단하는..

  • 36. 둘다
    '16.2.4 11:34 AM (121.160.xxx.222)

    너무너무 좋은글 잘 봤습니다...
    저도 원글님과 비슷한 정서로 자랐어요.
    너무나 거대하고 부담스러운 환경 속에서 나혼자 고군분투하는 기분
    재벌집 아이들 우굴우굴하던 사립초등학교에서 느꼈어요.
    선생님이 공부잘한다고 예뻐해주는 것조차 동정하는걸로 느껴졌어요.
    80년대에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10만원씩 내던 아이들이었어요. 요새 물가로는 100만원 넘을겁니다.
    오늘날까지도 사립초등학교 알레르기 있습니다. 울엄마는 거기 좋은학교라고 열심히 보낸건데. ㅋ

    다행히 부모님이 강남 8학군 이사갈 형편이 안되셔서 동네학교 보내주셨어요. 하늘에 감사하죠. ㅋ
    동네학교는 정말 천국같더라고요. 중학교땐 혼자만 사립초등학교 나와서 친구없이 왕따당했는데
    그것도 나쁘지 않았어요. 사립초등학교만 아니라면 지옥이라도 괜찮아 그런 심정이랄까 ㅋ
    중학교때 친구사귀는 법 정말 열심히 연구해서 오늘날까지도 친구에 우굴우굴 둘러싸여 산다는 ㅋ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해서 동네학교에서 혼자 공부해서도 S대 진학 성공했어요.

    제가 자식을 낳고나서 원글님과 똑같은 고민했어요.
    근데 제 결론은 내 아이는 둘다 얻을수 있다는 거예요.
    좋은 학벌과 든든한 자존감이 둘중 하나만 선택해야하는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단지 아이가 잘 자랄수 있는 좋은 환경에 대해서는 남들과 생각이 달라요.
    내 마음이 편한 공간이 나에게 좋은 환경이었어요. 그러니 제 아이에게도 마음 편한 교육환경을 만들어주기로.

    제 아이는 남들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동네 학교 보내고 있어요.
    세상에서 자기가 제일 행복하다고 기세가 펄펄해요.
    여기서도 좋은 대학교 갈 방법이 있겠죠. 아직까진 잘하고 있어요. ^^

  • 37. ㅇㅇ
    '16.2.4 12:41 PM (121.168.xxx.41)

    특목고 라는게 선행을 안 하면 합격을 할수가 없는 시스템인데....

    ㅡㅡㅡㅡㅡㅡ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죠.

    사촌동생이 과고를 선행 없이 들어갔다가 마음고생 몸고생 했어요.
    주말보다 녹초가 돼서 오는 사촌동생을 보다못해
    숙모가 일반고로 전학하는 걸 제안했는데
    해보겠다고, 공부할 때 마음껏 공부할 수 학교가 넘 마음에 든다고해서
    남았대요. 그래서 결국 남들처럼 2년만에 졸업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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