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게 고민인 줄 모르고 자랐고 성인이 됐어요.
그런데 아이들을 낳고 보니 이게 고민이 됐어요.
전 어릴 때부터 공중목욕탕을 못 갔어요. 목욕탕 가서 내 벗은 몸을 보이는 게 부끄럽다고 4,5살 때부터 그러했어요.
엄마에게 야단도 엄청나게 맞았어요. 왜냐면 그 시절 저희집엔 개인목욕탕이 없었어요.
그래서 1주일에 한번쯤 공중목욕탕 가서 씻고 와야 했는데 정말 죽어도 못 하겠더라구요.
중학생 때 같은 반 아이를 다 벗고 만난 이후 저는 정말 자살하고 싶을 정도였어요.
제가 두 딸을 낳았는데 둘다 목욕탕 잘 가요. 수영장을 가도 옷을 훌렁훌렁 벗고 샤워도 남 앞에서 잘 해요.
저는 죽어도 못 해요. 수영장을 가도 저는 수영 안 합니다.
아이들의 소원은 엄마랑 목욕탕 찜질방 가는 거예요. 물론 찜질방 저도 좋아합니다.
하지만 이 동네에서 벗어나 아주 멀리 운전해 가서 전혀 아는 이가 없는 데에 가서 합니다.
아이들은 제가 이상하데요. 저도 이상해요. 하지만 죽어도 절대로 못 해요.
그리고 아이들 소원이, 같은 반 아이 엄마들, 혹은 친한 이모이모고모고모 하는 엄마들,
그런 엄마들의 집 식구들과 함께 펜션 같은 데에 가서 같이 자는 거예요.
저도 친한 친구들 많아요. 저 이상성격 아니예요. 직장동료도 친하고 친한 동창들도 많아요.
하지만 같은 숙박업소에서 같은 방(아주 큰 거실형 펜션)에서 같이 자는 거 죽어도 못 해요.
우리 아이들은 그게 소원이 됐어요.
누구네 엄마는 누구네 누구네랑 같이 여럿이서 펜션가서 밥 해먹고 자고 다 한다,
저는 최소한 밥은 해먹을 수 있어요. 그런 적 물론 많아요.
제 친한 친구들과 펜션 얻어서 밥 해먹고 즐겁게 놀아요.
하지만 잠은 따로 자야 해요. 죽어도 그렇게 해야 해요.
사람들이 저보고 별나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꼭 그 펜션을 벗어나서 저희 집에 오거나,
다른 모텔을 얻어 저 혼자 자야만 합니다. 그게 너무나도 편안해요.
우리 딸들이 제발 한번만 그렇게 하자는데 저는 못 하겠어요.
물론 저는 딸 친구들과 우리집에서 자게도 해봤고
우리 딸이 친구 집에 가서 자기도 해요. 그건 아무렇지도 않아요.
근데 왜 꼭 제가 자줘야 하나요? 저는 제 식구가 아닌 남남들과 절대로 한방에서 못 자요.
고민 아닌 고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