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성혐오론자라기 보다
어떤 개인적인 계기로 결혼이나 연애에 큰흥미를 못 느끼게 되었고,
일부(또는 적지않은 수의) 이기적인 여자들의 잘못된 행태는
주위환경 또는 사회적 분위기, 미디어의 영향력 등으로 교정될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물론 지금이야 메갈이니 뭐니 하면서 일부 남성에 대한 극단적인 혐오여론을
조장하고 있는 집단에 대해서는 굉장히 큰 반감을 표하고 있지만
어쨌든 어딜가나 사람사는게 다 비슷하니까
잘못된 행동을 하는 사람들도 결국은 주위환경에 영향을 받아서 그렇게 된것일거고
사회적인 분위기로 인해, 심히 억눌린채 살아온 여성들의 반대급부적 표현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수긍을 하는편이다.
다만, 현재 우리 세대나, 어머니 세대 이후에 나타난
이기적이고 허황된 망상만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소위 '김치녀'들에 대해서는 많이 안타깝기도 한데
미리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사회의 여성들은 '진정한 평등'보다
'종속된 평등'을 원하는 것 같다.
사회적 지위나 고용관계, 여타 취득관계에 있어서는 절대적 평등을 요구하면서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경제활동과 남녀관계에 대하여는
이기심으로 부터 기인한 '편취적 평등', '종속적 평등'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문제는 그런 집단적 가치관을 전혀 고칠 생각이 없다는 것인데
일례로 내가 몇개월전부터 알아온 캐나다 여성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25살의 나이로 지구반대편인 한국으로 날아온 이 백인 여자는
꽤 매력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으며, 주위환경이 아니라 자기 주관에 따라
진로를 결정했고, 현재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3개월전쯤, 내가 어느 모임에서 이여자를 처음 알게되었을때였다.
그 모임의 회식차, 나는 그 백인여자 포함 8인의 한국사람들과 신촌의 어느 고깃집에
들렀는데,
그 여자는 중간에 집으로 가버렸고,
다른 사람들도 한 둘씩 귀가했으며 마지막엔 나, 한국여자, 스코티쉬 남자 하나 이렇게 남게 되었다.
중간에 가버린 사람들은 한국남자 1명, 필리핀 남자 1명, 한국여자3명.
따로 회비를 걷지 않고 가진 회식이었기 때문에,
각자 먹거나 마신 만큼 돈을 내고 가거나, 나중에 최종 정산인에게
그만큼의 돈을 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 술자리의 최종 계산인은 나였는데,
필리핀 남자는 자리를 뜰때 2만원을 주고갔고, 한국남자는 그 다음주에 내게 3만원을 줬다.
한국여자들은 그냥 가버렸는데, 그 이후에 별얘기가 없었고
회식비가 그리 많이 나온것도 아니었으므로, 그냥 내가 술한잔 샀다고 생각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한국남자와 필리핀 남자에게 만원씩만 받고 나머지 돈은 돌려줬음)
여자들도 막 속물같은 소위 '김치녀'가 아니었기 때문에(또는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내가 다음에 커피나 밥을 얻어먹겠다고 말은 했었다.
그런데 3일전,
그 모임 이후 거의 3개월 만에 다시 마주친 백인 여자가
- 오! 이게 얼마만이야.
하면서 나를 반가워 하면서 아는 척을 했다.(같은 모임에 있어도 맴버가 많아서 따로 마주치기 힘든경우가 많음)
이 아만다 사이프리드 같은 멋진 여자가 아는척 해주고
웃어 주는게 너무 기분이 좋아서, 헤벌쭉 있고 있는데
이 여자가 갑자기 가방에서 지갑을 꺼냈다.
그리고는 내게 5만원권 지폐를 하나 내밀었다.
나는 얘가 왜 이러나 싶어 갑자기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 너 저번에 마지막에 고기값 너가 냈다며, 내가 그때 깜빡하고
회비 안내고 그냥 갔지 뭐야. 지금 줘서 미안해.
이러는게 아닌가.
걔는 내 이름도 몰랐고, 처음 만났던 날도 아주 잠깐 몇마디 했던게 전부였는데
3개월간의 묵은 빚과 내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리고 고마웠다.
어떻게 그런걸 기억하고 있었을까?
아니, 왜 그걸 굳이 기억하려 애쓰고 있었을까?
어린 나이에 그런 의젓한 생각을 했다는 것이 대견스러워 한사코 거절하고
다음에 따로 밥이나 한번 먹자고 말했다.
그랬더니
- 밥 먹는 것은 먹는 거고, 일단 이거 받아. 너가 나의 돈까지 냈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야.
라고 하길래, 결국 다른 사람들한테 받은 것처럼 만원만 받았다.
참 예뻐보였다.
정말 하고 싶은게 있어서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온 백인 여자,
열심히 자기 인생을 쌓고 있고, 자신만의 커리어를 만들었다.
자기 생각을 분명하게 말하되, 겸손하다.
타 문화를 적극적으로 참작하고 이해하려 애쓴다.
그런데 비단 이 여자 뿐만 아니라
내가 알고 있는 몇몇의 외국인 여성들도 그녀와 비슷한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을 가지고 있다.
불공평 한 것은 분명히 말하되 자기에게 유리한 것만 편취하지 않는다.
그 모임에 나오는 온 미국인, 캐나다인, 덴마크 여자, 이태리 여자 모두.
그것이 합리적이 사고 방식이고,
그것이 자신들의 주관을 뚜렷히 지키며 스스로가 보호받을 수 있는 가치관이라 생각하는 것 같았다.
솔직히 나보다도 어린 여자였지만 많이 멋있어 보였다.
그리고 좀더 그녀가 말하는 바를 더 세심히 듣게 되었다.
딱히 그네들을 비난할 마음은 없지만,
회식 자리에서 먼저 자리를 떴던 여자 3인을 포함,
남자들이 계산하려고 모션을 취하고 있을때 화장실에 가버렸던 한국여자 1인은
내가 계산을 한 이후, 내가 커피나 밥을 사라고 말하고나서 그날의 일을 거의다 잊어 갈때까지,
그 '계산건'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내지 않았었다.
그 이후, 지금 까지도 아무 말이 없는걸로 봐서는
자신들을 위해 배푼 편의를 모두 잊어먹은 듯하다.
딱히 악감정같은 건 없다.
한국에서 여성들을 상대해 오면서 익숙해진 풍경이었고
아직까지도 내게 여남은 고리타분한 생각의 방식들이
그런 여자들의 행태를 어색하거나 나쁘게 볼수만은 없게 했으므로.
한국에도 개념녀가 있고, 합리적인 판단과 상식적인 행동을 하는
여자들이 많다.
다만 그런 여자들의 목소리가 만드는 여론이 주류적인 위치에 서있지 않고
그런 목소리를 내는 여자들 조차, 그런 생각의 방식을 뚜렷히 말하지 않거나
타인에게 목소리 내는 것을 꺼려하는 것 같다.
물론 전세계 어디에나 속물적이고 이기적인 여자들은 존재 한다.
그런 여자들은 남자의 경제력에 종속되기를 자처하고
물질적인 관념에 잔뜩 사로 잡혀 있다.
다만 몇몇의 선진국 여성들은 진정한 성평등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고,
그 의미를 피력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의 감정보다, 합리적인 판단에 기초한 의사소통을 하고
함부러 아몰랑을 말하지 않는다.
제대로 말하고, 뚜렷히 표현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으며
그런 분위기는 사회적으로도 전혀 이질적인 것이 아니다.
이런 것들은 그 나라의 남성과 정부가 만든것이 아니라
그 나라 여성들 스스로가 만든 것이다.
우리나라 처럼 남녀가 서로 헐뜯고 싸우고 있는 환경에서도
몰지각한 일부 한국 여성들은 되려 그런 현상에 대해 반기를 들고
다만 아몰랑만 외칠 뿐이다.
메갈리안이 과격하게 남자들을 비난하고
네이트 댓글로 여론 몰이를 한다고 해도
다만 여성들아, 우리도 우리의 몫을 하자,라고 한마디 했으면
저들의 이미지가 강물에 띄워놓은 돼지비계처럼 혐오스럽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가 이런 생각과 감정을
같은 인종, 같은 한국사람이 아닌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온 코카시안 여성으로 부터 느꼈다는 것이
조금 안타까울 뿐이며, 갓양녀가 다음주에 밥을 사기로 했다는 사실에
설레이고 너무 좋당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