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어릴적 도둑 들었던 날 기억

ㅇㅇ 조회수 : 2,986
작성일 : 2016-01-06 12:27:22
제 나이 이제 40대 중반에서 후반이 되가는데. 70년대 중반 75년 혹 76년도 기억이 갑자기 떠오르네요 ᆢ아주 생생하고 영화장면처럼요ㅡㅡㅡㅡㅡ그때 6,7 살정도 였구요 ᆞ이태원 2층짜리 집에서 살았어요ᆞ엄마 아빠 오빠 저ᆞ두세 살된 동생 그리고 그당시 한 열하홉 스무살정도 된집일도와주던 언니가 같이 살았지요ᆞ저랑 한방썼구요ᆞ햇살이 아주 따사로왔고 교사이셨던 엄마가 그때 수술해서 병가내셔서 집에 계셨는데 엄마가 그날 카스텔라를 밥통에 만들어주셨어요ᆞ오빠랑 저랑 동생 앉히고 그리고 옥상에 빨래널던 같이살던 일하던 언니도 불러서 앉히시고 카스텔라 잘라서 우유랑 나눠주셨죠 김이 모락모락난. 빵을 먹으며 행복해 하는데 갑자기 현관문 열고 칼을 든 아저씨가 들어왔어요ᆞ엄마가 아저씨를 쳐다보며 일하는 언니에게 저랑 오빠랑 아기동생 데리고 골방으로 들어가라고 하더라구요ᆞ들어가서 문잠그라고ᆞ 그러면서 엄마가 도둑아저씨 앞에 계속 앉아계시면서 ᆢ이쪽이 안방이예요ᆞ거기에 필요하실만한게 있을테니 무엇이든지 가셔가세요ᆞ돈이건 장신구건요ᆞ그런데 그리 많이 있지는 않아요ᆞ그래도 필요함 다 가져가시구요 ᆞ저희아이들만 다치지않게 도와주십시요ᆞ가실때 이 빵도 좀 가셔가시구요 갓구워 따뜻합니다ᆞㅡ엄마가 하시는 말씀 골방에서 듣던 저는 갑자기 현관문열고 나가는 소리가들리길래 벌벌떨었지요 엄마데리고 도둑이 도망갔나싶어서요 울었죠 골방에서 ᆢᆞᆢ조금 있다 일하는 언니가 문열고 나가길래 따라가니 엄마가 마루에서 도둑아저씨 신발신고 들어온 바닥을 닦고계셨어요ᆞ일하는 언니가 도둑어디갔냐구 물으니 ㅡ 빵만 가지고 나가더라 배가 고팠나보더라ᆞ그래서 현관문앞에 시장가방속 두었던 지갑에있던 현금 모두 주니까 사모님복받으실껍니다ㅡ하면서 나가더라ᆞ하시며 바닥을 닦으시더구요ᆞ오빠도 저도 막 울고 아기동생은 우리가 우니까 ㄷ따라울고 그러다 연락받고 아빠 오셨던 기억 나네요ᆞ그때는 도둑도 양심과 순박함이 있었던 생계형 도둑이었나봐요
IP : 211.201.xxx.119
2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원글님과 어머님
    '16.1.6 12:32 PM (211.215.xxx.227)

    복받으세요
    그 도둑도 잘 되셔서 배곯지 않고 사시길... ㅠㅠ

  • 2. 어머님께서..
    '16.1.6 12:34 PM (211.201.xxx.173)

    그 날 여섯사람의 목숨을 살리셨네요. 원글님 가족과 그 도둑까지.
    빵을 들고 나갔던 사람이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 3. 원글
    '16.1.6 12:35 PM (211.201.xxx.119)

    따로 경찰에 신고하거나 그러진않았던것 걑아요ᆞ분실된게 없으니까요 돈도 엄마가 직접 준거니까요ᆞ그날 아빠 오셔서 짜장면 사먹으러 중국집가서 외식하고 왔어요 다같이 ㅎ

  • 4. 어머님이
    '16.1.6 12:37 PM (61.98.xxx.222)

    침착하게 대처하셨네요

  • 5. 왠지...
    '16.1.6 12:37 PM (116.39.xxx.31) - 삭제된댓글

    이 글을 다 읽고 나니까 마음이 따뜻해져요.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는 따뜻한 카스테라처럼요. 참 좋은 어머님을 두셨네요. 한 순간 나쁜 마음 먹었던 그 분도 지금은 잘 살고 계실 것 같아요.

  • 6. ㅎㅎ
    '16.1.6 12:41 PM (114.200.xxx.50)

    이와중에 밥통으로 카스테라 만드는 법을 검색하고 있는 나 ㅎㅎ
    어머니 대단, 저같으면 바로 기절

  • 7. 도둑
    '16.1.6 12:49 PM (125.239.xxx.132)

    그시대는 생계형이 많았을거 같네요, 어머님이 참으로 현명하게 침착하게 잘 대처하신거같아요.
    공포에 소리지르면 도둑들도 위협만 할려다 우발적으로 무슨짓할지 모르잖아요.

    저도 예전 중학교때 사립인데 그 학교매점을 이사장언닉가 했었어요, 중학생인 저희눈엔 할머니죠.
    방학지나고 그 할머니가 도둑한테 칼에찔려죽었다 하는 쇼킹한소식이.... 그 할머니는 인자한구석이라곤 하나도 없이 돈만아는 매점할머니라고 저희학생들은 생각하고있었거든요, 아마 반항했겠죠, 소리지르고 몇푼않되는돈 지키려고 ( 제 생각에...) 갑자기 저도 예전기억이 떠오르네요.

  • 8. 따뜻한 동화
    '16.1.6 12:55 PM (211.34.xxx.167)

    기분좋은 동화를 읽은 기분이에요.
    어머니 현명하시고
    무엇보다 마음이 넓고 따뜻한 분이네요.
    그 도둑도 꽤 인간적이군요.
    등장하는 모든 분들 행복하시길..

  • 9.
    '16.1.6 12:56 PM (112.150.xxx.61)

    어머니 대단하시네요.. 그상황에서 그렇게 침착하시고 도둑놈도 천만다행으로 나쁜놈 아니었고..

  • 10. ㅇㅇ
    '16.1.6 1:14 PM (175.196.xxx.209)

    딴 얘기지만
    원글님 좀 사셨나봐요. ㅎㅎ
    그 당시에 카스텔라 굽는 것도 그렇고 일하시는 분도 있고
    집도 좋아보이니 도둑도 들어온거 같고
    어머님도 품위있고 현숙하시고 침착하시네요.

    따뜻하게 갓 구운 빵이 있다고 가져가라고 말씀하시는거 듣기만 해도 마음이 푸근해져요

  • 11. 궁금이
    '16.1.6 1:18 PM (211.44.xxx.253)

    카스테라,엄마친구분이 오실때마다 한판씩 구워주셔서 제가 무척 그 분을 좋아했었던 기억이^^
    원글님 어머니께 배워갑니다.
    저두 어떤 상황이던 이렇게 의연하고 침착하고, 가장 중요한 것을 빨리 파악해서 지킬줄 아는 사람이 되고싶어요.(나이 사십넘어..^^)

  • 12. 오..
    '16.1.6 1:48 PM (116.127.xxx.116)

    어머님 참 대단하고 훌륭하시네요. 원글님이 어렸을 때면 어머님도 한창 젊으셨을 것 같은데.

  • 13. ...
    '16.1.6 2:09 PM (58.127.xxx.225) - 삭제된댓글

    너무 감동적이어서 눈물이 다 나네요. 그런 위급 상황에서 현명하게 대처하신 어머니 정말 여러 목숨 살리셧네요.그 도둑도 아마 어머니 잊지 못할꺼 같네요 많이 배우고 갑니다.

  • 14. ...
    '16.1.6 2:09 PM (58.127.xxx.225)

    너무 감동적이어서 눈물이 다 나네요. 그런 위급 상황에서 현명하게 대처하신 어머니 정말 여러 목숨 살리셨네요.그 도둑도 아마 어머니 잊지 못할꺼 같네요 많이 배우고 갑니다.

  • 15. 원글님 어머니 내공이 대단하시네요
    '16.1.6 2:12 PM (121.161.xxx.44)

    울 엄마와 완전 비교되네요...
    그런 어머니 밑에서 자라셨으면 원글님은 훌륭한 사람~~

  • 16. 아후...
    '16.1.6 4:20 PM (218.234.xxx.133)

    칼 든 낯선 남자 앞에서 그렇게 침착할 수가... 전 못할 듯.. ㅠㅠ

  • 17. 왜 눈물날까
    '16.1.6 5:43 PM (218.55.xxx.60)

    어후~ 이글 읽는데 눈물이 펑펑 나서 혼났어요.
    어머님 너무 지혜로우시고 따뜻하시네요.
    아버님도 멋지세요.
    제 딸에게 너무 미안한 오후입니다.
    일 마치고 귀가하니 아이는 나가고 없는데..
    방학이라 집에 있던 고등아이가 설겆이 다 하고 씽크대 분리수거까지 다 해놨어요.
    요즘 너무 피곤하고 신경 쓸일이 많은데 아이랑 부딪히기 싫어서 피했거든요.
    전 너무나 부족하고 못난 엄마예요.
    딸아 미안하다...

  • 18. ...
    '16.1.6 8:43 PM (39.127.xxx.209) - 삭제된댓글

    저희 은사님께선 강도가 들어왔는데
    사모님께 술상 봐다 달라고 하시고
    젊은이 거기 좀 앉아보게 그러고
    그렇게 살면 안된다고 3시간여를 일장연설을 하시고..
    돈 쥐여서 내보내셨었어요.
    세달 후에 감사했다고 취직해서 월급 받았다고 정종사들고 돈 갚으러 왔더라는..
    돈은 안 받으시고 밤새 술 드셨더랬어요

  • 19. 홍두아가씨
    '16.1.6 9:20 PM (211.36.xxx.91)

    현명한 분들은 도둑, 강도도 감화시켜서 화를 피하는구요. 많이 배웠습니다.

  • 20. 지혜로운 어머니
    '16.1.7 6:34 AM (184.152.xxx.72)

    진짜 동화같은 이야기에 지혜로운 어머니 너무 훌륭하시네요.
    카스테라 밥통에 구우면 그 달콤한 향이 악한 마음마져도 카스테라처럼
    부드럽게 만드나 봅니다.
    이런 감동사연은 학교책에 실어도 좋겠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38759 오리털 세탁을 맡겼는데요? 2 새봄 2016/03/18 928
538758 헌가구 처분하려니 5만원 달라는데 2 느미 2016/03/18 2,108
538757 걷기운동 할때 들으면 재미있거나 신나거나^^ 아무거나 추천해주세.. 6 시간가는줄모.. 2016/03/18 1,510
538756 ISA가입 하셨어요?만기예금 어찌할지 2 2016/03/18 2,352
538755 가족들 보험, 한번에 알아보는 방법 없을까요 7 보험 2016/03/18 757
538754 안철수 측근들, 당규 묵살하고 비례대표 신청 12 샬랄라 2016/03/18 1,150
538753 땀의계절..ㅜ저처럼 땀많이흘리시는분 계세요?ㅜㅜ 3 다한증 2016/03/18 1,385
538752 최재성 의원님의 선물 jpg / 펌 3 훈훈하네요 2016/03/18 1,148
538751 친정 아빠처럼 아이들 교육 시키고 싶은데 힘드네요 24 ... 2016/03/18 4,673
538750 요즘 전세 잘 나가는 분위기인가요?? 7 전세 2016/03/18 1,970
538749 우리 강아지 괜찮아졌어요 14 ... 2016/03/18 1,719
538748 이놈의 건망증 7 2016/03/18 708
538747 어제는 쥐새끼가면을 쓰고 오늘은 닭대가리로 변신 1 333 2016/03/18 493
538746 평상형 침대에 매트리스 없애고 토퍼만 깔면 이상할까요? 12 봄바람 2016/03/18 6,313
538745 혹시 테팔 이모션 쓰시는분 어떤가요? 1 햇살 2016/03/18 534
538744 이재명 성남시장 페북 6 기가차네 2016/03/18 1,786
538743 남자 흰머리 염색약 추천부탁드립니다.(무플절망 ㅠ) 2 흰머리 나빠.. 2016/03/18 2,021
538742 이사하면서 다음 세입자가 제 물건을 버렸어요. 7 아놔 2016/03/18 3,570
538741 한살림 총명차 먹여보신분 계세요? 3 .. 2016/03/18 2,629
538740 임신한 친구 선물을 사주고싶어요 2 질문 2016/03/18 854
538739 사교육의 맥시멈? 8 ㄹㄹ 2016/03/18 2,570
538738 중국배우 장풍의 좋아 하시는 분 계신가요? 1 수다 2016/03/18 1,305
538737 영어는 유독 교육 편차가 심한거같아요 19 2016/03/18 4,699
538736 2주후 복직합니다. 지금 뭘해야 좋을까요? 6 복직자 2016/03/18 1,185
538735 순금 백일반지도 선물 하나요? 3 2016/03/18 1,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