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우리 개에게 마음 찡했을 때

... 조회수 : 2,192
작성일 : 2016-01-02 06:43:17
수년 전 아파트 2층에 살았을 때 집안이 어려워서 투잡을 뛴 적이 있다. 
당시 우리 개가 두 살, 한창 활발한 나이였는데 개는 진돗개와 챠우챠우 믹스여서 
매일 매일 산책을 시켜줘야 했다. 당시 나는 신문사에서 번역 일, 오후에는 또 가게 매장에 나가서
일을 해야 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경제 사정이 있었다. 남편도 나도 다 바빴다.
너무 피곤하면 어느 날은 산책을 거르기도 했다. 
우리 개는 용변을 밖에다 본다. 집안에다가는 절대 보지 않는다. 
그런 개는 아침만 되면 나를 톡톡 친다. 이제 일어날 때가 되었어요...하듯이.
그러면 남편과 나는 서로 네가 산책 시켜 줘라..하고 등떠밀기 일쑤였다.
어떨 때는 너무 피곤하면 에라 모르겠다 하고 거를 때도 있었다.
덜 피곤한 사람이 개를 끌고 나가서 산책을 시켜 주고 하루 하루 일하러 나갔다가
오후 늦게 도착하곤 했다. 개는 그 때마다 두 귀를 착 접고 우리를 반가와 하거나
자, 이제 놀아주세요 하듯이 상체를 죽 당겨서 굽히고 엉덩이는 치켜들고 놀자고 한다.
피곤할대로 피곤한 내가 저리 가라고 귀찮다고 뭐라 하면 그래도 좋다고 뼈다귀를 물고 논다.
아침에 먹으라도 두고 간 고기도 그대로 있고 소뼈, 돼지뼈도 그대로 있고 간식도 
먹지 않고 있다가 우리가 도착해서야 마음 놓인다는 듯이 그제서야 먹기 시작한다. 

어느 날은 아침에 바삐 회사를 나가다 가슴 뭉클한 것을 목격했다.
베란다 2층에 우리 검은 진돗개가 내 동선을 따라 움직이며 
시선을 내게서 떼어 놓지 못한 채 나를 쫓고 있는 것이다. 
내가 이쪽으로 가면 이쪽으로, 저쪽으로 가면 저쪽으로 쫓아 왔다. 
당시 아파트 수위가 이를 보고 나더러 보라고 해서 알았다.
걔는 항상 그랬다는 것이다. 무심한 내가 바삐 정류장으로 달려가는 걸 
짖지도 않고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던 것 같다.
아파트에 살았지만 개가 짖어서 항의를 들은 적이 한 번도 없다.
아파도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힘이 없어 축 늘어졌어도 우리가 오면
팔짝 뛰며 반가와 하니 우리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었다...
개는 왜 말을 할 줄 모를까? 나 외로워요...아파요...

생각해보면 얘는 항상 자기 입장보다 우리 입장이 먼저였던 거 같다.
이제 얘도 늙어가나 보다. 눈도 잘 안 보이고 피부병도 있고 그렇다. 
그래서 전처럼 우리를 활발하게 맞아주거나 하지 못하지만 걔의 자리는 우리에게 참 크다.
IP : 190.16.xxx.202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oo
    '16.1.2 7:01 AM (175.210.xxx.19)

    마음이 참 짠해요.
    우리 개도 내 옆에 누워있는데, 이제 10살. 노견이 되었죠.
    더 많이 놀아주고 싶은데, 언제나 가장 나중에 할 일이 되어 잊어버리곤 떠날 때가 되어야 후회만 하게 되요.
    다 그만두고 매일 놀아주고만 싶은데, 사는게 쉽지 않아서 이해만 바라네요.
    남은 시간 검은 진돗개랑 추억 많이 쌓으시길 바랍니다. 개야 죽지마.

  • 2. 저도
    '16.1.2 7:44 AM (39.7.xxx.91)

    반성ㅜㅜ 매일 산책시켜주리라 마음먹는데 실천이 어렵네요..

  • 3. 매일의 산책이
    '16.1.2 8:27 AM (59.17.xxx.48)

    어렵긴 하지요 더구나 피곤할 경우...
    밖에서 용변을 보는데 하루에 한번이라면 방광도 걱정이 되구요. 우리 말티즈는 하루에 소변을 정말 자주 보던데...참 짠하네요.

  • 4. ..
    '16.1.2 8:28 AM (58.140.xxx.79)

    착한 녀석이네요 저희 개도 자기보다 저희를 위하는 걸 자주 느끼는데 그럴 때마다 감동 받아요

  • 5. ..
    '16.1.2 9:55 AM (59.6.xxx.224)

    정말 사랑스럽고도 짠하네요..더 많이 사랑해주세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14562 계획.잘 지키려면 어찌해야하나요 3 새해인데ㅠ 2016/01/02 748
514561 강남 대로변 아파트 .. 2016/01/02 1,103
514560 해석좀부탁드려요 1 점점 2016/01/02 346
514559 해외여행시 케리어 ,아님 일반 가방 일까요 ??? 6 rnedl 2016/01/02 1,886
514558 오리털패딩 손세탁 하나요? 9 열매사랑 2016/01/02 2,236
514557 예전에 카톡에 남친뒷담화걸렸다던 원글이에요... 26 ddd 2016/01/02 8,050
514556 동안이 장점이 많을까요?단점이 많을까요? 21 // 2016/01/02 7,344
514555 누렇게 변한 흰옷은 구제할 방법 없나요? 3 ..... 2016/01/02 9,107
514554 3천만원 어디에 넣는게 좋을까요? 12 행복한 아줌.. 2016/01/02 3,916
514553 위안부 협상.. 재협상이 아닌 철회하면 된다 5 철회가답 2016/01/02 662
514552 이웃집에 신이 산다 보신 분? 2 영화 2016/01/02 1,200
514551 첨으로 스키타러가는데요~^^ 9 커피사랑 2016/01/02 1,097
514550 인생 70-80세때까지 인생 꽃밭만 걷다가 저세상 가는 사람 있.. 12 아이블루 2016/01/02 5,451
514549 가구당 자산에 대해 나름 정리해드려봅니다. 상위 1퍼 10억.... 44 ㅇㅇ 2016/01/02 12,301
514548 저렴한 로션 추천좀 해주세요 릴렉스 2016/01/02 444
514547 창원사시는분들 5 기운센아짐 2016/01/02 1,164
514546 아파트나 상가 임대수입 있으신 분들께 여쭤요. 2 ........ 2016/01/02 1,838
514545 휴***어깨안마기 써보신 분~ 무겁지않나요? 3 .. 2016/01/02 1,193
514544 토요일 진료비 더 비싸죠? 8 --- 2016/01/02 1,646
514543 고등 딸아이가 시원스쿨 해보고 싶다 하네요.. 11 영어 2016/01/02 4,639
514542 손으로빚은 만두추천 4 김치만두 2016/01/02 1,830
514541 카스가 우울증의 원인이네요. 12 .. 2016/01/02 6,510
514540 고기 이 정도면 쫌 먹는편인가요? 2016/01/02 503
514539 이용수 할머니가 외교부 직원을 꾸짓는 영상(영어자막) 4 분노호통 2016/01/02 802
514538 시부모님 오셨는데 뉴스볼때마다 스트레스 10 ㅇㅇ 2016/01/02 3,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