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우리 개에게 마음 찡했을 때

... 조회수 : 2,189
작성일 : 2016-01-02 06:43:17
수년 전 아파트 2층에 살았을 때 집안이 어려워서 투잡을 뛴 적이 있다. 
당시 우리 개가 두 살, 한창 활발한 나이였는데 개는 진돗개와 챠우챠우 믹스여서 
매일 매일 산책을 시켜줘야 했다. 당시 나는 신문사에서 번역 일, 오후에는 또 가게 매장에 나가서
일을 해야 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경제 사정이 있었다. 남편도 나도 다 바빴다.
너무 피곤하면 어느 날은 산책을 거르기도 했다. 
우리 개는 용변을 밖에다 본다. 집안에다가는 절대 보지 않는다. 
그런 개는 아침만 되면 나를 톡톡 친다. 이제 일어날 때가 되었어요...하듯이.
그러면 남편과 나는 서로 네가 산책 시켜 줘라..하고 등떠밀기 일쑤였다.
어떨 때는 너무 피곤하면 에라 모르겠다 하고 거를 때도 있었다.
덜 피곤한 사람이 개를 끌고 나가서 산책을 시켜 주고 하루 하루 일하러 나갔다가
오후 늦게 도착하곤 했다. 개는 그 때마다 두 귀를 착 접고 우리를 반가와 하거나
자, 이제 놀아주세요 하듯이 상체를 죽 당겨서 굽히고 엉덩이는 치켜들고 놀자고 한다.
피곤할대로 피곤한 내가 저리 가라고 귀찮다고 뭐라 하면 그래도 좋다고 뼈다귀를 물고 논다.
아침에 먹으라도 두고 간 고기도 그대로 있고 소뼈, 돼지뼈도 그대로 있고 간식도 
먹지 않고 있다가 우리가 도착해서야 마음 놓인다는 듯이 그제서야 먹기 시작한다. 

어느 날은 아침에 바삐 회사를 나가다 가슴 뭉클한 것을 목격했다.
베란다 2층에 우리 검은 진돗개가 내 동선을 따라 움직이며 
시선을 내게서 떼어 놓지 못한 채 나를 쫓고 있는 것이다. 
내가 이쪽으로 가면 이쪽으로, 저쪽으로 가면 저쪽으로 쫓아 왔다. 
당시 아파트 수위가 이를 보고 나더러 보라고 해서 알았다.
걔는 항상 그랬다는 것이다. 무심한 내가 바삐 정류장으로 달려가는 걸 
짖지도 않고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던 것 같다.
아파트에 살았지만 개가 짖어서 항의를 들은 적이 한 번도 없다.
아파도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힘이 없어 축 늘어졌어도 우리가 오면
팔짝 뛰며 반가와 하니 우리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었다...
개는 왜 말을 할 줄 모를까? 나 외로워요...아파요...

생각해보면 얘는 항상 자기 입장보다 우리 입장이 먼저였던 거 같다.
이제 얘도 늙어가나 보다. 눈도 잘 안 보이고 피부병도 있고 그렇다. 
그래서 전처럼 우리를 활발하게 맞아주거나 하지 못하지만 걔의 자리는 우리에게 참 크다.
IP : 190.16.xxx.202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oo
    '16.1.2 7:01 AM (175.210.xxx.19)

    마음이 참 짠해요.
    우리 개도 내 옆에 누워있는데, 이제 10살. 노견이 되었죠.
    더 많이 놀아주고 싶은데, 언제나 가장 나중에 할 일이 되어 잊어버리곤 떠날 때가 되어야 후회만 하게 되요.
    다 그만두고 매일 놀아주고만 싶은데, 사는게 쉽지 않아서 이해만 바라네요.
    남은 시간 검은 진돗개랑 추억 많이 쌓으시길 바랍니다. 개야 죽지마.

  • 2. 저도
    '16.1.2 7:44 AM (39.7.xxx.91)

    반성ㅜㅜ 매일 산책시켜주리라 마음먹는데 실천이 어렵네요..

  • 3. 매일의 산책이
    '16.1.2 8:27 AM (59.17.xxx.48)

    어렵긴 하지요 더구나 피곤할 경우...
    밖에서 용변을 보는데 하루에 한번이라면 방광도 걱정이 되구요. 우리 말티즈는 하루에 소변을 정말 자주 보던데...참 짠하네요.

  • 4. ..
    '16.1.2 8:28 AM (58.140.xxx.79)

    착한 녀석이네요 저희 개도 자기보다 저희를 위하는 걸 자주 느끼는데 그럴 때마다 감동 받아요

  • 5. ..
    '16.1.2 9:55 AM (59.6.xxx.224)

    정말 사랑스럽고도 짠하네요..더 많이 사랑해주세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15044 요즘은 집안이 아무리 좋아도 여자가 직업이 없으면...?? 33 /// 2016/01/03 8,663
515043 새해. 어떤 다짐들 하셨나요? 5 2016 2016/01/03 718
515042 코수술 요~ 10 ... 2016/01/03 2,851
515041 삼십대 초반 클럽가고 시포요ㅜㅜ 8 ... 2016/01/03 2,106
515040 좋아하는 가요 있으신가요.. 5 자유 2016/01/03 595
515039 아이섀도우 자연스러운 그라데이션 노하우? 4 2016/01/03 2,132
515038 설거지 팁 좀 공유해주셔요♡ 7 순덕이엄마 2016/01/03 3,031
515037 이민갈때 가방은 화물용 여행가방이랑 6 큐큐 2016/01/03 1,132
515036 남편이 저랑 술을 안 마시려고 해요 6 .. 2016/01/03 2,065
515035 방배동 빌라들..살기어떤가요? 8 빌라 2016/01/03 6,929
515034 (영상)김한길의 두얼굴 7 공갈영상 2016/01/03 1,733
515033 코스트코 푸드코너에 자리 잡아놓는거요... 14 코스트코 2016/01/03 3,355
515032 김병관 웹젠 대표이사 10 진이마미 2016/01/03 2,450
515031 김,안에 묻다. 2 시대적 요청.. 2016/01/03 468
515030 김한길의 아버지, 문성근의 아버지 4 샬랄라 2016/01/03 1,780
515029 이제 박영선 의원도 탈당 하겠군요 15 ..... 2016/01/03 3,055
515028 신문 정기구독 하려면 어떻게 연락하시나요 5 궁금 2016/01/03 725
515027 다가구주택이 2채가 되면 1 임대사업 2016/01/03 1,169
515026 패딩 안타티카 구할 수 있는 곳이나 남편패딩 어디서 사세요? 2 패딩 2016/01/03 1,418
515025 베트남,캄보디아 선택관광 ㅜㅜ 4 여쭤봅니다 2016/01/03 3,534
515024 30대후반-40대초반 미혼분들, 얼마나 모으셨어요? 11 2016/01/03 5,958
515023 max 14가 끝인가요? 팝송 2016/01/03 361
515022 예비고3 독감 예방주사 맞히는게 나을까요 5 2016/01/03 911
515021 금난세 라고 쓰고 새 라고 읽는다 22 마리 2016/01/03 3,551
515020 11시에 완벽한 친노친문당이 탄생합니다.문재인님 축하.. 17 ,,,,, 2016/01/03 1,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