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외교장관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12·28 합의’가 이틀도 지나지 않아 총체적 난기류에 빨려들고 있다. 일본 쪽에선 ‘합의 정신’을 부정하는 정부 관계자의 발언과 언론 보도가 쏟아지고 있고, 한국에선 피해자 할머니들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등 관련 단체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야당은 ‘합의 취소’와 재협상까지 촉구하고 나섰다. 비난 여론이 커지자 청와대와 외교부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거센 후폭풍에 휩싸인 12·28 합의가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정대협은 이날 성명을 내어 “한·일 정부는 졸속 합의를 즉각 취소하고 피해자들의 요구에 귀 기울여 피해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올바른 방법으로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정대협은 국내외 시민사회·전문가가 참여한 대응 조직을 만들고, 전국 각지에 세워진 소녀상 앞에서 매주 릴레이 수요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날 정오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211차 수요시위에 참석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88) 할머니는 “돌아가신 다른 할머니들의 한을 풀어 드리기 위해서라도 일본의 공식적인 사죄와 법적인 배상을 마땅히 받아야 한다”며 합의안 철회를 요구했다.더불어민주당(더민주) 문재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이 합의는 국민의 권리를 포기하는 조약이나 협약에 해당되기 때문에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동의가 없었으므로 무효임을 선언한다”며 정부에 재협상을 촉구했다. 더민주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안을 제출하고, 국회 상임위 차원의 진상규명을 추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