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일 현장지휘관으로 알려진 김경일 123정장이 감사원 조사 당시 TRS(다중무선통신) 기록의 조작 여부를 확인해달라고 여러차례 요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해경의 구조책임자 중 유일하게 형사처벌을 받은 인물이지만 신분이 ‘경위’에 불과해, 해경 지휘부가 꼬리자르기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왔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2014년5월22일 감사원 조사 문답서를 보면, ‘사고 현장 도착 후의 상황’을 묻는 질의에 김경일 정장은 A4 2페이지 분량의 자세한 답변을 풀어놓는 중에 다음과 같은 발언을 했다.
“그리고 123정이 사고 현장에 도착(세월호로부터 1마일 이격, 09:30)해서 TRS(#52으로 설정된 모든 해양경찰 청취 가능)를 이용해서 도착 보고와 동시에 세월호가 좌현으로 50도 가량 기울었고,122 헬기가 상공에서 인명구조 작업을 진행 중이며,세월호 갑판 및 인근 해상에 승객들이 보이지 않고,함수와 함미에 컨테이너가 표류 중이며,인근 1마일 이격되어 유조선 1척 대기 중이며,주위에 구조 선박 없다는 내용으로 세월호의 현재 상황을 보고했으나 해양경찰청에서 감사원에 제출한 TRS 교신 녹취록에는 제가 도착보고 등을 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지 아니하여 교신 기록이 고의로 삭제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도 듭니다.(감사관께서 확인 부탁드립니다)”(감사원 문답서 12페이지)
그러나 녹취록 조작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감사원과 검찰 조사에선 이 부분이 다뤄지지 않았고 그 결과 해경 수뇌부는 구조 실패의 책임을 피해갈 수 있었다.
녹취록 조작 여부는 세월호 참사 당일의 구조 실패에 대한 해경 수뇌부 책임 문제와 관련된다. 당시 TRS 등을 통해 현장 상황을 통제하고 있던 해경 수뇌부는 해경 본청과 서해해경청, 목포해경으로, 이들은 세월호 승객들을 구조할 수 있었던 9시 경부터 9시 45분경까지 ‘승객이 대부분 배 안에 있다’는 수차례의 현장보고에도 불구하고 퇴선 명령 등의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그러나 검찰은 사고 현장의 OSC(현장지휘관, On Scene-Commander)로 지정됐다는 김경일 123정장(경위)에 대해서만 기소를 해 김 정장은 징역 3년형을 받았고, 나머지 해경 책임자들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김석균 해경 청장은 이미 지난해 7월 국정조사에서 목포122구조대의 도착시간 등에 대해 해경 내부의 비밀 문건(‘초동조치 및 수색구조 쟁점’)에 따라 거짓 진술을 한 바 있어, 참사 당일 실제 어떤 보고와 지시가 있었는지와 구조 실패의 책임문제에 대한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