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오래된 친구, 어느 정도 선의 도리를 지켜야 하는 걸까요?
2년 동안 의학 대학원 가려고 공부한 친구가 있어요.
워낙 공부 잘하던 친구인데 직장 그만두고 늦은 나이에 고생했는데 이번에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두번째 응시해서 대기로 있는 중이었구요.
어제 크리스마스였잖아요?
딱히 스케줄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누구라도 급한 건 아니고는 연락 굳이 올 일이 있나 싶어서 신경 안쓰고 있었죠.
실은 제가 작은 가게를 한지 1년 정도 되는데 워낙 불경기라 주말이든 휴일이든 안가리고 나와 있거든요.
친구한테 카톡으로 붙었다는 한줄 톡이 와 있는 걸 한참 늦게 봤는데 부재중 전화가 또 와 있었더라고요.
어제도 매출 그닥이라 정말 지쳐서 집에 와서 혼자 늦은 저녁 해먹고
진짜 피곤해서 통화하기는 무리겠어서 축하한다고 이모티콘도 붙여서 고생했다고 카톡 보냈네요.
그리고는 오늘 아침에 주말이라도 출근하는데 버스 안에 있는 중 전화가 온 거예요.
아침에 동대문에 들려서 물건 사고 출근 중이라고 어제 톡 늦게 봐서 답신 늦었다 설명했고요.
축하한다 고생했다고 말해줬구요...근데 절더러 전화하라는 거예요.
나중에 한다고 끊기는 했는데...전화요금제가 제가 모든 통신사 무제한이라 평소처럼 절더러 하라는 의미 인 건 알겠는데...
뭘 또 더해야 하는 건가 싶어서요.
마냥 기쁘고 기특하고 신나는 상황인 건 아는거고 축하한다 고생한 거 아니까 고생했다 했고...
제가 가게 안되서 고민하는 거 근간까지 통화해서 그 친구가 알거든요.
얼마전에도 통화하면서 나름 멋부리던 제가 요즘 옷도 빨아 놓은 거 그냥 아무거나 꺼내 입고 다닌다고까지 했더니 피곤해서 그런 거라고 그 친구가 말할 정도였구요.
그런데 아침에 버스 안에서 통화할 때도 제 목소리 기운이 빠져 있었던 걸 못느낀건지...
생전 안걸리던 기관지염까지 오고 몸이 안좋아서 아산병원 산부인과까지 예약해 둔 상황인데...
얼굴에 온통 스트레스성 왕여드름이 나서 피부과 다닐 정도고요.
말 안하면 통화 목소리로는 그냥 느껴지진 않나봐요.
제 심정이 어떤지...친구 합격 된 게 배 아프다는 게 아니고요.
축하는 해줬고...내가 힘든 상황에 고민스럽고 여유가 없는데도 전화 해서 뭔가 더 통화할 컨디션은 아니거든요.
처음 시작한 가게라는 게...작년에 메르스 터져서 매출 0인 날도 많았고
겨우 손해보면서 하루하루 버티는데 지금까지도 관광객들이 많이 줄어서(가게가 관광지에 있어요) 정말이지 심각해요.
요새 드는 생각이 아, 이래서 사람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수도 있겠구나 싶을 정도예요.
전화해서도 전처럼 막 리액션 잘 해 줄 컨디션 아닌데 연기하듯 비위 맞추고 통화 해줘야 도리려나요?
그냥 축하한다는 의사는 전했으니 그냥 놔두면...섭섭할 일일까요?
친구니까 좋은 일에 내 일처럼 좋아해줘라...네 그간 그러고 살았어요.
친구니까 나 힘든 상황도 살펴 주고 위로 받았으면 좋겠는데...이렇게 신경 쓰여서 글 쓰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