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정리 정돈에 대한 글에 따뜻한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에게
화답하기 위해 냉장고 정리 이야기를 씁니다.
혹시라도 냉장고 정리법을 기대하시고 이 글을 보신다면 빨리 이 글을 닫고,
포털싸이트에서 냉장고 정리법을 검색하시면 수 많은 블로그나 잡지에서 냉장고 정리법에 대해 소개할테니
그 글을 읽어보시는게 나을듯 하네요.
지난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제가 이 글을 쓰는건
제가 정리를 특별히 잘 하고 있거나 특별한 방법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라
이제 정리정돈 좀 해야지하며 저 자신을 강제하기 위해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ㅠㅠ
저는2인 가족이고(저와 중딩딸 그리고 야옹이)
저는 일을 하고 있으며, 저는 767리터의 냉장고(냉장, 냉동 홈바) 한 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냉장고 정리 이야기를 하기 전에,
제가 지난 여름에 강제 냉장고 정리를 당한 이야기를 할께요.
지난 더운 여름날
저희 애가 열이 39도 까지 올라가며 아팠습니다.
제가 출근하면서 냉동고에 있는 해열팩을 들고 이모네(제 동생, 옆동 거주)로 가라고 했습니다.
아픈 딸은 오전 8시경, 정신없이 해열팩을 들고 이모네로 갔습니다.
냉동실 문은 활짝 열어놓고요^^
그날 저는 손가락 하나 까닥하기 싫을 만큼 피곤했는데, 퇴근하니 저를 반기는 것은 활짝 열린 냉동실!!
많은 음식이 아까운 건 말할것도 없고 더운 여름날 버리는 것도 그 많은 수납용기를 닦는 것도 일이었습니다.
(저희집은 에어컨도 없는데 ㅠ)
화를 내고 싶지만 아픈 딸한테 화를 낼 수도 없고
딸은 정리 좀 하라고 이 에미를 위해 강제 냉장고 정리를 시켜준 것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지난 후 텅텅 빈 냉동실을 열어 보니 마음이 편하고 좋았습니다.
'그래, 이 상태 이대로 유지해야지'
물론, 유지가 안 되었.. =.,=;;;;;;;;
지금 저의 냉동실 네칸 중 한칸은 비어있고 세칸은 1/3만 차있고
서랍칸 중 하나는 비어 있고 도어 세개 칸중 두개는 비어 있습니다.
냉장고도 비슷하게 비어있고요.
지난 여름 사건을 겪으며 제가 얻은 교훈은
우리가 수납을 잘 하기 위해 수납용기를 사는데, 처음에는 수납용기에 음식이 가득 차있다가 반으로 줄어들어도
수납용기는 그대로여서 공간을 차지한다는 거에요.(이미 다 아시는 거죠?)
저는 다시마, 건버섯, 멸치 등은 통에 넣고 그 외에는 지퍼락에 넣은 후 바구니에 넣었더니 공간이 줄어드네요.
냉장실은 글라스락으로 통일해서 사용하고 있어요.(가능하면 용기 통일이 중요)
전에 냉장실 정리를 잘 하기 위해 맥주캔 정리통(4개 들어가는)을 샀는데,
맥주가 4개든 1개든 공간을 차지해서 없앴어요. =.,=;;;;;;;
우리가 정리정돈을 하기로 마음 먹으며 첫번째 하는 일은 버리기가 아니라 인터넷 특히 블로그를 찾아보는 일입니다.
블로그를 보며 이상하게도 정리의 의지가 아니라 쇼핑의 의지를 불태우죠.
저 수납용기가 없으면 정리가 안 될거 같아 당장 수납용기를 대량 세트로 삽니다.
거기다가 원래의 목적과 달리 그 블로그에서 봤던 이쁜 접시도 함께 삽니다.
수납용기가 많아 일부는 베란다에 쌓아놓고 또 냉장고에서도 많은 공간을 차지하기도 합니다.
정리정돈을 하려고 했는데, 자꾸 물건이 더 많아지고 공간이 좁아지는 기현상이 벌어져요.
정리정돈을 잘 하는 것은 어떤 소비를 하는가와 맞닿아 있습니다.
정리정돈을 하는 것 이전에 내가 어떤 소비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실천이 필요합니다.
저는 2인 가족이라 음식 및 공산품은 가장 적은 양을 사고 어떤 물품은 함께 사서 동생과 나눕니다.
절대 많이 사놓고 쟁여놓지 않고 1 1, 세트로 파는 물품은 거의 사지 않습니다.
선물세트가 들어오면 양이 많거나 내가 필요하지 않은 것은 즉시 주위에 물어보고 나눕니다.
전 토요일 오전에 주로 장을 보는데, 한살림, 아이쿱, 동네 슈퍼를 이용합니다.
다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고 전 차도 없고 돌돌이도 없어서 제가 들고 올 수 있는 양만큼만 사와서 그주에 먹습니다.
우리집 냉장고에 있는 어떤 음식이 있는지 정확하게 재고 파악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물론, 휴지가 얼만큼 있는지 접시가 얼만큼 있는지, 내 옷과 신발은 무엇이 있는지 이런 것도 다 파악하고 있어야 하죠.
물건이 적으면 재고파악도 쉽습니다.
당연히 청소도 쉽고요.
전 냉장고도 하나이고 물건도 적어서 재고 파악도 쉽고 청소하기도 쉽습니다.
가끔 쓱 훑어보고 정리해주고 아주 가끔 닦아주면 냉장고 청소 끝입니다.
냉장고 정리 이야기는 이제 끝이고 ㅋ(모 한게 있다고? ㅠㅠ)
저희집 정리정돈 이야기
신발장-씽크대에 이어 지난주에 베란다 수납장 하나를 정리했습니다.
안쓰는 보온병들과 그릇을 아름다운가게에 보내고 너저분한 것들을 버리고
스텐 후라이팬 2개와 냄비 2개와 접시들은 친구한테 주기로 했습니다
5칸 중 2칸을 비웠습니다. (아싸!)
제가 이것을 정리하면서 느낀 건 주제파악이 중요합니다.
나의 생활스타일, 취향, 조리방법, 자주 해먹는 요리는 내가 가장 잘 압니다.
제가 주제파악 못하고 스텐 후라이팬을 사서 5년이나 안 쓰다가 친구에게 줬습니다.(그외 다수)
'이 조리도구를 사서 내가 해보지 못한 새로운 요리방식으로 새로운 요리를 한다.'
이런일은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물론 하시는 분들도 있기는 하죠)
저는 당분간 가끔 이 정리 글을 쓸 예정이고, 글을 쓰기 위해서라도 제 생활을 돌아보고 정리하겠습니다(응? 다짐?)
그리고 저에게 동생이 자극받아서 동생도 열심히 정리하고 있습니다.
다음에는 일평생을 '하나 사면 하나 아니 그 이상을 버려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살아오신
저희 아빠의 이야기 '독거노인 미니멀리즘 라이프'에 대해 이야기 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