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밖으로 꺼낼 수 없어서 여기다 풀어요.
이글을 쓰는 지금도 아기한테 미안한데 아직 초기라....아기가 제 마음 못 들을 거라 믿고 써요.
사실 우리 부부는 아무 문제 없어요.
사랑하는 사람과 오래 연애해서 결혼하고...일년이 지났어요.
신혼 일년은 갖기로 하고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부터 아이 가질까? 이랬거든요.
근데 사실 마음의 준비는 안 됐었나봐요.
사실 임신인데.....기뻐야 하잖아요....신혼 일년동안 신랑이랑 둘이 알콩달콩 잘 살았고...양가 부모님도 평범한 분들이시고 남편도 저도 경제적으로나 성격적으로나 평범한 그런 사람들이에요. 사랑해서 결혼했고 신혼도 일년동안 가졌고 남들 다 아이 가지니까 이제 우리도 갖자 한 건데
오늘 임신 테스트를 했는데 두줄이 나왔어요.
꽤나 선명하게 나와서...아마 임신일거에요.
임신이 될만한 시기에 관계를 가지지 않아서 임신 생각도 안했는데.....그냥 아직까지 얼떨떨하고...실은 하나도 안 좋아요.
그냥 우울해요 하루종일.
제가 초등학교 교사거든요. 제가 애들을 진짜 이뻐해요. 애들 물고 빨고 난리도 아니에요.
친조카는 더 해요. 아직 돌쟁이인데 얼마나 이쁜지 정말 하루종일 조카 생각하고 그래요.
그냥 모르는 애기들도 예뻐요.
근데 왜 막상 저에게 찾아온 제 아기에 대해서는....이토록 우울할까요.
오늘 하루종일 임신테스트기가 오류일 수도 있는지 인터넷 검색만 했어요.
어찌 보면 배부른 소리일 수도 있죠...제가 30살인데 그렇게 어린 나이는 아니니까 지금 정도 가지면 딱 좋고....임신이 안되서 걱정할 일도 없고...근데 왜 티비 보면 나오잖아요. 여보 나 임신이야!!이러면 남편도 와!!가족들도 와!!본인도 와!!
이런 느낌?아이 가지면 다 그럴 줄 알았나봐요.
결혼 전에 덜컥 아이 생긴 사람처럼, 생기면 안되는 시기에 찾아온 아기 대하 듯 하고 있네요 제가..
그냥....저 같은 분들도 계셨나요?
임신하면 여러모로 딱 좋은 상황인데 하나도 기쁘지 않고 우울한 기분이요.
그냥 앞날이 괴로울 것 같아요. 뭐 신생아 때 하루종일 울고 뭐 그런 건 아무 상관 없어요.
그냥 한 사람의 인생을 오랫동안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에 가슴이 턱 막혀요.
그 아이는 언제 커서 언제 학교 가고 수 많은 시험을 치고 대학에 가고 직장을 갖고....그 과정에서 아이가 잘못되면 어쩌지...그게 다 부모의 몫인데....이런 기분.
점차 나아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