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식사로 남편이 퇴근해서 먹을 스테이크를 준비하고 스테이크에 얹을 데미그라 소스를 만들어놨어요. 남편 성격이 급해 들어오면 5분안에 밥을 먹어야 해서 허둥지둥 고기에 얹는 소스를 데워서 옮기다가 손이 미끄러워서 바닥에 동댕이를 쳤네요...ㅜ
벌건 소스 사방에 다 튀고 바닥도 엉망이고 그릇 다 깨지고...그야말로 난장판.
저도 모르게 뜨거운거 떨어뜨리면서 깜짝 놀라서 외마디 소리를 질렀는데...원래 체력이 약해서 퇴근하면 소파에만 붙어있다가 9시면 잠드는 남편은 고개만 한번 빼서 보고는 꼼짝도 안하네요. 속으로 약간 섭섭하다는 생각은 했지만...일하고 들어와서 피곤한가보다 애써 생각하고 말았는데...
초등학교 6학년인 딸아이가 놀라 뛰어나오면서...엄마 왜? 그러더니...어디 안 다쳤어? 그러고 손이랑 발이랑 살펴보더니...조심하지...하면서 화장실에서 휴지 가져다 바닥 다 닦고 젖은 걸레 가지고 와서 치워주네요.
다 치우고나더니...지 아빠한테 가서 조용조용 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아빠는 어쩌면 부엌에서 소리가 나는데 와 보지도 않아...엄마가 다쳤을 수도 있는데 어떻게 와보지도 않아...아빠한테 무슨 일이 생겼는데 가족이 아무 관심이 없으면 아빠는 슬프지 않겠어? 이러고 제 대신 뭐라 해주네요...
손 안대고 코 푼 기분이라 시원합니다. 이젠 제가 나서서 잔소리 할 필요도 없네요. ㅎ
더 좋은건 남편이 다정하게 말이라도 한마디...어이, 어디 다치지는 않았지? 하는 거겠지만...그건 불가능한 일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