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모피 코트를 하나 장만할까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금전의 여유도 없거니와 차도 없는 처지에 진짜 모피는 개발에 편자로다, 하고 있었지요. 가끔 자라, H&M에 가서 인조 모피를 입어보기도 했지만, 제가 체격이 커서 그런지 잘 봐줘야 복부인, 안 그럼 산적 느낌. 등에 화살통 차고 달려야 할 것 같았어요.
그런데 유니클로에서 카린 로이펠트 콜라보레이션을 발매한다 하여 찾아보니, 여기 인조 모피 코트가 있어요. 특히 허리 라인이 잡히고 좀 길이가 길고 슬림하게 나온 것이 괜찮아보여 입어봤습니다. 생각보다는 괜찮군요. 어깨 각이 살아있어 정장 느낌이 나서 그런지, 적어도 산적은 아니에요. 그래서 검정과 호피 무늬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호피로 하나 샀어요. 지금 세일 중이라 쌉니다. 소매가 짧지만 그건 아마 낼 수 있을 거에요. 유니클로 옷은 제게 항상 길이가 짧으니 어쩔 수 없습니다.
옆에 놓인 복부인 스타일의 인조 모피도 입어봤어요. 이건 좀 짧아서 엉덩이까지 오고, 전형적인 항아리 모양 밍크 디자인. 그런데 대놓고 노티나는 스타일이라 그런지 오히려 청바지에 잘 어울릴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이 것도 샀어요. 역시 세일 중.
오늘 긴 호피 코트에 청바지, 헐렁한 티셔츠에 아디다스 슈퍼스타를 신고 공연하는 롹커같은 복장으로 출근했습니다. 남들이 놀랄까봐 코트는 얼른 벗어서 옷장에 잘 넣어놨어요. 퇴근 길에 경비아저씨가 직원이 아닌 줄 알고 잠긴 문을 열어주려고 일어서시는 걸, 아니라고 사양하며 얼른 지문 찍고 문열고 나왔습니다. 내일은 짧은 아줌마 스타일 코트를 입어보겠어요. 비가 와도 상관없고, 무척 따뜻한데다 청바지와 슬립온에도 어울릴 것 같아서 참으로 즐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