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김대식 기자] 2013학년 서울시내 K대 한의예과 N전형에 허위 사실이 기재된 서류와 대리 수상 실적을 제출하는데 적극 공모한 학부모와 교사 2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임관혁)는 각종 토론/발표대회에 다른 학생을 대신 참석시켜 상을 타게 한 후 다른 학생의 입시에 활용해 K대 입학사정관을 속인 K고 교사 권모(56)씨와 J여고 교사 민모(58) 씨, 학부모 이모(50)씨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4일 밝혔다. 민 교사는 2012년 학부모로부터 돈을 받고 학교 시험문제를 유출한 혐의로 배임수재로 구속기소돼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중인 상태에서 별건 기소된 상황이다. K대 한의예과에 입학한 이씨의 아들 손모군에 대해서는 기소유예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의 기소는 경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한 지 1년여 만에 이루어졌다. K대 입학사정관전형 부정입학 사건은 민모교사의 시험문제 유출사건 수사 중 여죄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밝혀진 사건이다.
사건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지난해 수사결과를 발표하던 경찰이 교육당국에 전형 간소화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는 점 때문이었다. 당시 경찰은 “그동안의 수사사항과 확인된 문제점을 교육부와 해당 대학교에 통보해 조치를 요청했다”며 “대학 입학 관련 비교과활동 제출 서류 및 경력에 대한 객관적 검증 절차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입학사정관 전형 부정입학 사건이지만 대학관계자들은 “손군의 사례는 외부스펙 기재가 가능했던 시기의 입학사정관 전형 시절의 부정입학사례다. 현재 학생부종합전형은 학교활동 틀 내에서만 평가된다. 외부 스펙은 학교장이 승인한 교육부/교육청 주관 활동만이 허용된다. 현재와 다른 여건 속에서 이루어진 평가라는 점에서 현재 확대/발전하고 있는 학생부종합전형을 흔드는 결과가 나와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교사의 공모로 대필, 대리참가로 부정 수상>
검찰이 밝힌 대리 수상 혐의는 2010년 11월 ‘G20 국가들의 기후변화에 대한 청소년 발표대회’에 K고교 교사 권모씨가 같은 학교 ㄱ모군을 이씨의 아들 손모군인 것처럼 주최측을 속인 후 대회에 참가시켜 발표토록 한 것이다. 수상은 ㄱ모군이 아닌 손모군의 명의로 돌아갔다. 대회 주관사 측은 지난해 경찰수사 과정에서 ”참석하지도 않고 발표도 하지 않은 학생이 수상한 것은 부정 수상이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후 K고교 교사 권모씨는 2011년 6월 열린 ‘녹색성장을 위한 기후변화 대응 창의적 해결방안 토론대회’에도 손모군 대신 다른 학생을 참가시키고 상을 받도록 하기도 했다. 권씨는 “기후분석과 통계를 사용하며 훌륭히 발표해 수상할 만큼 충분한 표현능력을 갖춰 장래가 촉망되는 다재다능한 재원”이라는 추천서까지 써줬다.
지난해 경찰 수사에서는 2010년10월 ‘한글날 기념 전국 백일장 및 미술대회’에 손군의 누나가 다니던 J여고 민모씨의 도움으로 손군이 수상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손군 어머니 이모씨는 자신의 딸의 입시를 상담해줬던 민모씨에게 부탁해 손군이 참석해 제출할 시 4편을 미리 받은 후 대회당일 손군의 이름으로 시를 원고지에 적어 제출해 금상을 수상했다. 당시 경찰수사과정에서 대회 주관측이 “대필이 허용되지 않아 부정수상이다”고 밝힌 바 있다.
<체험활동과 봉사활동 허위 작성>
J여고 민모교사는 손군의 봉사활동 실적을 부풀려 2회의 봉사상을 받도록 했다. 민모 교사는 평소 알고 지내는 양천구 소재 한 병원의 관리이사에게 연락해 2009년 3월부터 2010년 5월까지 수십 회에 걸쳐 총 121시간의 봉사활동 확인서를 허위로 발급받도록 했다. 허위 봉사활동 확인서를 바탕으로 손 군은 2010년과 2011년 K고 교장 명의의 봉사상도 받았다.
손군과 손군 어머니는 고등학교 기간 동안 해외 체험학습을 다녀온 사실이 없었음에도 허위의 보고서를 제출해 생활기록부에 등재시켰다. 손군과 이모씨는 2010년 1월 중 10일 동안 영국 스코틀랜드 노르웨이 등을 다녀왔다며 ‘북유럽의 문화적 특성체험’ 보고서를 학교에 제출했다.
수사는 봉사활동기간과 해외활동 보고서 속의 기간이 겹치는 점에 착안돼 진행됐다. 수사당국은 “손군이 낸 입시자료를 보면 손군이 여행 간 기간은 국내 병원 등에서 봉사활동을 했다는 기간과 여러번 겹쳤다”고 밝혔다.
경찰 수사단계에서 물증을 잡지 못해 혐의사실에 포함시키지 못했지만 조작이 의심되는 점도 발견된 바 있다. 2010년 설 때 길에서 지갑을 주워 신고를 했는데 지갑의 주인이 지방에 거주하는 민 모 교사의 어머니였기 때문. 손 군은 분실물을 주워줘 경찰의 표창장까지 탔다.
<경찰이 제기한 전형간소화의 숙제>
흥미로운 사실은 지난해 경찰이 학생부종합전형의 서류 검증 절차 강화를 요구한 것이다. 지난해 경찰은 “손군이 2012학년 서울의 사립S대 입학사정관전형으로 생명과학계열에, 2013학년 서울 K대 입학사정관전형에서 한의예과 허위 사실이 기재된 서류로 합격했다. S대는 이미 자퇴를 해 수사 실익이 없어 수사범위에 포함시키지는 않아 해당전형 명칭을 확인하지 않았다” “그 동안의 수사사항과 확인된 문제점을 교육부와 해당 대학교에 통보해 조치를 요청했다. 대학 입학관련 비교과활동 제출 서류 및 경력에 대한 객관적 검증절차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경찰의 요구에 관심이 쏠렸던 이유는 ‘전형간소화’ 정책이 실시되기 전 벌어진 사건을 근거로 요구한 때문이다. 손군이 학생부종합의 전신인 입학사정관전형을 치르던 시기는 ‘전형간소화’가 실시되지 않아 면접 등의 검증장치와 진실성을 확인할 수 있는 추가적인 서류가 많았음에도 진실성 여부를 가려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교사와 학부모가 적극 공모해 추천서와 학생부를 조작했지만 봉사활동기간과 해외탐방 기간이 겹치는 점을 발견하지 못하고 면접에서 검증하지 못한 것이다.
손군이 치른 2013학년 K대 N전형은 1단계에서 정원의 3배수 내외를 서류평가로 선발한 후 2단계에서 면접을 실시한 전형이다. 한의예과는 당시 수능최저학력기준도 적용해 수리 가/나형, 외국어영역, 사탐/과탐 중 2개영역 이상이 1등급을 받아야 했다. 서류는 학생부 비교과영역, 자소서, 추천서, 활동자료 및 실적물요약서를 제출해야 했다. 면접은 서류를 재확인하는 1차 인성면접을 10분간 실시했다.
손군은 서울시내 사립 S대 입학사정관 전형에 2012학년 지원해 합격하기도 했다. 손군이 치렀을 만한 전형은 리더십전형과 자기추천자전형은 1단계에서 학생부교과와 학생부비교과, 자소서, 추천서를 종합 평가해 2배수 내외를 선발한 후 2단계에서 면접을 실시해 최종합격자를 결정했다. 수능최저학력기준은 없었다. 리더십전형의 경우 2010년 2월 이후 고교졸업자 및 졸업예정자 중 자치, 계발, 봉사활동 등에서 리더로서의 자질과 역량을 갖춰 학교장이나 지도교사의 추천을 받은 학생이 지원할 수 있었다. 자기추천전형은 어학, 문학, 창작, 논술, 수학, 과학, 정보, 출판, 특수재능, 무형문화 전통기능, 국가고시합격, 발명 및 특허, 리더십, 사회봉사, 연예활동, 예술활동, 특이경력, 각종 임명장 및 전문자격증 등 전 분야에서 뛰어난 자질 및 재능을 보유한 학생이 지원할 수 있었다.
학교생활우수자전형은 면접 없이 학생부교과70%와 학생부비교과, 자소서, 추천서 등을 사정관이 평가한 결과 30%와 합산한 후 수능최저를 적용해 최종합격자를 결정하는 방식이었다. 수능최저학력기준은 당시 언어영역, 수리가형, 외국어영역, 과탐 중 상위 3개영역 등급합 6이내였다.
만일 학교생활우수자전형으로 합격했다면 현재 교육부와 대교협이 제시하고 있는 ‘간소화’기조는 비난 받을 수밖에 없다. 면접조차 치르지 않아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허위사실 기재에 가담한 경우 입학사정관들이 제출서류의 기재내용을 허위의 사실임을 검증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면접대신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걸었지만 수능최저는 진실성을 검증하는 장치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서류가 진실했음을 가정했을 때 최종적으로 변별력을 가르는 수단일 뿐이다.
결국 전형간소화라는 명목으로 면접까지 실시하지 않는다면 허위의 사실을 기재한 학생들이 진실을 기재한 학생들에 비해 합격할 가능성이 클 수 있다는 점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제출서류 간소화, 전형 간소화로 대학들이 학생부와 자소서만 받거나 면접을 실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올해 2016 수시에서 면접 없이 서류평가만 실시했던 전형은 서강대 학생부종합 자기주도형과 일반형, 성균관대 성균인재전형과 글로벌인재전형, 한양대 학생부종합, 중앙대 학생부종합 탐구형, 경희대 학교활동우수자전형 등 7개 전형이 꼽힌다.
<학생부종합 판 흔들기는 경계해야.. 세심한 관리와 지침 필요>
현장에서는 수시 학생부전형의 틀이 바뀐 점을 근거로 학생부종합 폐지 등의 주장이 나오는 것을 염려했다. 서울시내 사립대 한 입학사정관은 “현행 학생부전형은 외부활동 기재가 학교장이 승인한 교육부/교육청 주관 활동으로 매우 제한적이다. 손군이 입학하던 당시 입학사정관전형은 외부활동 반영이 가능했다. 당시 입학사정관전형과 현행 학생부종합전형에서 평가할 수 있는 활동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입학사정관이 평가에 참여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을 무조건 비난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말했다.
손군이 입학한 K대 관계자도 “당시에는 대입전형 간소화 방안 발표전이었고 외부스펙 배제를 하지 않아 외부 스펙 반영이 불가한 지금과 다르다”며 “학부모와 교사가 외부스펙을 허위사실로 기재하는 과정에 적극 가담해 벌어진 일이다. 전형기간이 짧은데다 면접도 10분만 실시할 수 있어 고의적으로 허위사실을 기재한 것을 발견하기 쉽지 않았다. 고교 차원에서 허위 사실을 기재하지 않도록 자정하는 등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히려 면접 강화나 제출서류 다양화 등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나온다. 수도권 한 대학의 위촉사정관(교수)은 “전형간소화 이후 면접을 폐지하면서 학생들이 거짓을 말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한 상황이다. 면접을 실시해 진실성 검증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생부나 자소서 외에 허용되는 범위에서 증빙자료 등도 받아 심도 있는 서류제출도 받아야 학생을 더 정확히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