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놀기만 하던 아이 재수해도 될까요 - 우리 아이의 경우

@@ 조회수 : 1,302
작성일 : 2015-12-03 14:45:59
앞에 글을 보고 제 아이 경우를 대략 써 봅니다.

중2부터 고3까지 영어학원 수학학원 뜨문 뜨문 다닌 것 이외에 공부하고 담 쌓았던 놈입니다.

아이 프라이버시라 자세한 것은 생략하지만

제 바람이 그저 고등학교 졸업이나 제 때 해주렴 하는 것이었죠.

그럼에도 가족들하고 사이는 좋았어요.

저나 애 아빠가 도를 닦는 시간들이었죠.

고3 수능 보러갈 때 시험문제는 그래도 열심히 보고와, 시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도록 하자 하고

보냈는데, 그 최소한의 예의도 안 지킨 넘이었요. 당연 원서도 못썼죠.

그러더니 자기 재수학원 보내줘도 되겠냐고 하더군요. 오케이 했더니 12월에는 수학과외를 하면 안되겠냐고

- 제 친구들이 넌 그동안 사교육비 쓴게 별로 없으니 그 정도는 써도 된다고 저에게 푸쉬를 - 

그래서 12월에 대학원생에게 수학과외를 했죠 - 선생님이 보시더니 중학교 과정을 복습했어요.

그리고 아이 스스로 동네 가까운 재수학원 알아보고 1월부터 다니기 시작했지요.

학원 한 번도 빠진 적 없고 일요일에도 자습하러 갔어요. 빠짐 없이

처음 반배치 고사 보고 중간 반에 배정 받았는데 아이 수능 성적을 보고 담임샘이 너무 힘들지 않겠냐고

걱정하셨다는데 그 반에서 내내 일등하고 한 번은 학원비 면제받는 장학금도 받았습니다.

자습은 체력이 달려 더 하지 못하고 학원버스 타고 등원 하원, 집에 와서는 그냥 잤어요.

일요일 아침에는 제가 가끔 데려다 주고,

국어는 모의고사 때 거의 만점이었는데 어쩐 일인지 수능에서는 말아 잡숫고 - 본인 말이 국어 끝나고

그냥 집에 갈까 생각했대요, 근데 잘 추스러서 그 다음 시험에 집중 했더라고요

수학 사탐 일등급, 영어 두 개 틀려 이등급  

인서울 원하는 과에 갔어요. 남들이 모두 가야한다는 경영 경제 취직 잘 되는 과는 아니지만

하고 싶었던 공부하면서 뭘 하고 싶은지 모색하는 중입니다.

이런 경우도 있다고요, 제 남편 후배는 '이건 시사매거진에서 취재할 사건입니다. 형' 했다더군요.

저는 그래 네가 언젠가는 인간이 되겠지, 내가 널 믿어주지 않으면 누가 널 믿어주겠니 했어요

물론 항상 그런 것은 아니었지요. 아이들이 행복하기를 바랐는데, 행복은 개뿔 공부를 더 시켰어야 했나

회의 한 적도 많고요.

아이들의 일은 아직도 끝이 안난거고 제가 죽을 때까지도 아이들을 염려하겠지요.

그래도 너무 빨리 아이들을 단정짓지 말고 조금 더 기다려 줄 수도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IP : 175.125.xxx.170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ㅇ
    '15.12.3 2:55 PM (49.142.xxx.181)

    와우 정말 대박이네요.
    시사매거진에서 취재할일 맞아요.
    이런경우 정말 드물거든요. 대단합니다.

  • 2. 워니송
    '15.12.3 3:00 PM (211.36.xxx.39)

    아...너무 행복한 글입니다. 아드님 축하드려요~ 엄마가 더욱 대단하십니다.

  • 3. ㅇㅇㅇ
    '15.12.3 3:11 PM (121.144.xxx.16) - 삭제된댓글

    글에 답이있네요
    기다려주고 믿어주며 응원해주는 부모가 있었다는사실

  • 4. 희망기쁨사랑
    '15.12.3 3:22 PM (119.207.xxx.202)

    고마워요.막막한 터널에서 빛을 보는듯해요..
    그쵸......끝은 있죠????기다리다 보면......
    고마운 글 감사해요..^^*
    눈이 펑펑오는데 이 눈 만큼 복 많이 행복 많이 받으세요.

  • 5. 믿고 응원해주며 기다려주는 일
    '15.12.3 3:39 PM (175.114.xxx.185)

    ㅠㅠㅠㅠㅠ
    그거 아는데...진심 아는데...그게 잘 안돼요 ㅠㅠㅠㅠㅠ

    차라리 원글님 아이처럼 막 나가는 스타일? (죄송해요 ㅠㅠ)이라면 포기반 믿음 반 기다려줄 수 있을 거 같은데...공부도 찔끔, 노는 것도 찔끔, 뭐 하나 푹 빠지는 것 없이 조금씩 잘하거나 못하는 성실하지 않은 아이 ㅠㅠㅠㅠㅠ기다리다가 다 놓칠 것 같아서 힘드네요 ㅠㅠㅠㅠ

    좋을 글 읽고 우리 아이와 또 몹쓸 비교를 하고 있는 비루한 나를 발견하고 반성합니다 ㅠㅠㅠㅠ

  • 6. 세아이맘
    '15.12.3 3:48 PM (1.232.xxx.16)

    재수를 결심했는데 학원을 어디를 보내야하는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강동구인데 이과 에서 2,등급 3등급받는 수준입니다

  • 7. @@
    '15.12.3 4:04 PM (175.125.xxx.170)

    아이를 키우는 일이 언제부터인가 제가 인간이 되는 ^^;;; 일이 더라구요, 지금도 그렇고요.
    그냥 난 저 나이 때 다 잘했나 우리 엄마 마음에 드는 딸이었나 생각해 보고요, 그리고 내가 낳고 키운 애이긴 해도 전혀 별개의 독립된 인간이기에 나와 다른 인간이라고 생각도 했어요. 그리고 내가 엄마니까 모두들 포기해도 나는 포기해선 안된다는 생각도 많이 했고요, 지금도 순간 순간 도 닦아요 ^^;;; 전 애 둘다 재수시켰는데 학원 고르는 것 까지 모두 아이들이 하게 했어요. 저는 돈만 내는 걸로. 잔소리도 해요, 엄마니까 잔소리도 해 준다 유세까지 하면서요.. 모두둘 홧팅하세요.. 우리는 부모니까요 ..

  • 8. 축하드려요.
    '15.12.3 7:43 PM (123.139.xxx.11) - 삭제된댓글

    말은 쉬워도 도 닦으시느라 사리가 많이 생겼을것 같아요...
    정말 대단하셔요~^^

  • 9. ..
    '15.12.3 10:11 PM (210.179.xxx.76)

    너무 멋진 반전이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09973 랍스타 맛이 어떤가요? 49 랍스타 2015/12/18 7,057
509972 성추행 전병욱 목사 사건... 골치 아프네요 49 으이그 2015/12/18 5,361
509971 상습적 카드빚 고치는 방법? 49 2015/12/18 6,507
509970 처음같지않게 자랑질만 하는 모임ᆢ 4 2015/12/18 3,076
509969 경동? 린나이?? 6 보일러추천 2015/12/18 1,948
509968 78년생이고 금융권인데 이제 부서에 사람이 별로 안남았습니다.... 12 우댕 2015/12/18 10,387
509967 미용실에서 상했다고 영양 하라는거 믿을수 있을까요?? 4 찰랑찰랑 2015/12/18 4,489
509966 두산, 희망퇴직 논란에 임원자녀 계열사 이동설까지 外 3 세우실 2015/12/18 2,600
509965 홈쇼핑 손정완 패딩 6 모모 2015/12/18 8,772
509964 가누다 배게 써보신 분 후기 좀 나눠주세요.... 8 건강 2015/12/18 3,849
509963 44사이즈, 어디서 사야 하나요? 10 40초 2015/12/18 2,149
509962 1000,5000 비타민d 2015/12/18 573
509961 절였는데 살아난 배추들.. 6 김장김치 2015/12/18 2,091
509960 제주여행시 챙겨야 할게 있을까요 8 제주 여행 2015/12/18 2,308
509959 연수가 다른 고추장 된장이요 1 장류 전문가.. 2015/12/18 482
509958 분당 어깨병원 알려주세요 1 병원 2015/12/18 1,281
509957 티비 장식장 아래 유리문 에 붙일안한것없나? 4 보이지 않게.. 2015/12/18 884
509956 이혼 후 너무 힘들어요...연말이라 외롭구요.. 6 잏ㅎㄴ 2015/12/18 6,489
509955 어제 정리 관련 ebs 링크 어디였나요? 9 82 2015/12/18 2,613
509954 자녀양육 질문 드려요 49 2015/12/18 4,311
509953 예술의 전당 공연 티켓 보여주면 주차료 얼마 내나요? 2 주차 2015/12/18 778
509952 쌍가풀 수술 할려고합니다. 강남쪽에 성형외과 추천 해주세요~ 2 40대중반 2015/12/18 2,160
509951 예비고3 미대 겨울특강 꼭 들어야 하나요? 9 미대 2015/12/18 1,540
509950 안철수 지금의 야당을 와해한 책임을 져야 한다 48 이너공주님 2015/12/18 2,016
509949 동물병원에서 수술후 사망한 강아지 11 미안해 2015/12/18 7,9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