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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그냥 집에만 있고 싶다는 7세 외동딸아이... 육아가 어렵네요...

애엄마 조회수 : 4,465
작성일 : 2015-11-27 08:29:52
어제밤 잠자리에 들면서 문득 딸아이가 그러더군요.
자기는 나중에 학교도 가기 싫고, 직장도 가기 싫고, 그냥 집에서 엄마랑만 있겠다고...
엄마 늙어서 죽은 뒤엔 어쩌냐니까 그래도 자긴 집에서 혼자 살겠대요
그럼 먹는 거 입는 거는 무슨 돈으로 할 거냐니까 
엄마 지갑에 돈 많으니까 (저금통처럼 동전만 모아둔 묵직한 게 있습니다) 그거 물려받아서 살면 된대요 ^^;;

평소 딸아이가 집에서 노는 걸 더 좋아하기는 합니다.
밖에 나가 뛰어다니는 것보다 집에서 인형붙잡고 연극놀이하고, 좋아하는 캐릭터 그림그리고, 그리스로마신화같은 만화책보며 시간을 보내는 편이예요. 
이런 저런 학원들 (미술, 피아노, 태권도, 발레, 놀이체육...) 손잡고 다니면서 체험수업 받아봤지만, 한사코 거부해서 못했어요. 동네 친구라도 있으면 좀더 나을텐데 지금 다니는 회사어린이집이 집에서 차로 10분 거리라 이 동네 유치원으로 옮기기도 좀 그래서 그냥 여기서 졸업시키려 했거든요. 

그리고 '경쟁'하는 걸 극도로 싫어합니다. 심지어는 시간재면서 뭔가를 시간 내에 해보자 하는 것도 싫어해요.
또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 잠깐 집중해서 하지, 좀 '지식적'인 듯한 느낌이 들면 쳐다도 안봅니다. 
지금 7세반 한 반이 20명 좀 넘는데, 작품 활동한 거 벽에 붙여 있는 거 보면 제 아이 것이 없을 때가 종종 있어요
네 건 어딨니 하면 자기는 그거 안했대요. 그거 안하고 뭐했니 하면 독서코너에서 책 읽었다 해요. 
교사 주도로 테이블에 앉아서 뭔가 활동수업이 있으면 참여하는 게 반, 따로 노는 게 반인 듯 해요. 

3월에 7세반 새로 시작하면서 거의 두 달을 등원 거부로 아침마다 씨름했던 게 생각나네요.
7세반 담임선생님이 학년초라서 좀 군기를 잡았던 모양이예요.
남자아이가 장난치다 선생님한테 꾸중듣는 모습에 충격받아서 정작 걔는 괜찬은데 제 딸이 울고...
그리고 전체 아이들 한 자리에 앉혀놓고 10분, 20분씩 얘기나누는 '모이는 시간'이 너무너무 싫다면서, 자기는 그거 끝나면 등원하겠다고 아침마다 너무 힘들게 했네요...
(싫은 이유는 움직이지 못하는 게 너무 답답하대요. 맨바닥에 앉아서 다리 못 펴는 것도 넘 힘들고..)
등원거부로 저도 너무 힘들어서 1달을 결석하고, 시골에서 쉬다 왔어요  이후로는 계속 별 문제 없었고요. 

그런데 석 달 뒤면 초등 입학인데 어제밤에 아이가 던진 말에 다시 걱정 시작입니다. ㅠㅠ
교우관계는 별 문제없어서 일단 아이를 믿고 지켜보려 하는데, 지금이라도 상담센터 가서 기질검사 같은 거 하고 상담을 좀 받아야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육아가 참 어렵네요...

IP : 182.212.xxx.60
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사회생활이
    '15.11.27 8:35 AM (123.199.xxx.117)

    어른도 고달픈데 아이라고 재미난건 아니잖아요.
    시간이 지나면 더 단단해지고 야물어지니

    아이가 그런말을 하면
    우리@@이 힘들구나하고 마음을 위로해주시면
    아이가 힘을내서 세상에서 잘견디며 살아가게 된답니다.

    너무 많이 앞서가면 육아에서 지치십니다.
    오늘 즐겁고 행복하게
    그게 쌓여서 산을 이루실껍니다.

  • 2. ㅇㅇ
    '15.11.27 8:44 AM (220.73.xxx.248)

    소극적이고 활동량이 적고 비사교적인게
    왜 부정적인 것인지...?
    물론 아이는 밝고 활달하고 친구가 많으면 좋겠지만
    엄마 뱃속에 있으면서 이미 성향과 체질이 결정된다던데
    어쩌겠어요.
    감성이 풍부한 것이지 심각한 병적증증상이기보다 유명한 작가가 될 수 있는 성향인거 같은데요

  • 3. 비슷해요
    '15.11.27 8:55 AM (116.122.xxx.25)

    저희 아들이 비슷해요 얘도 유치원 안다니고 집에만 있고 싶대요 학교도 가기 싫다고
    유치원 선생님한테 물어보면 친구들하고 잘 놀고 잘 지낸다고 하는데
    꼭 이틀에 한번씩은 유치원가기싫다고 재미없다고 그래서 속이 아파요

    다른 집 애들이랑 비교하기 싫지만 유치원 재밌다고 잘 다니는 애들 영어가 좋아 영유 다닌다는 애들, 미술 좋아해서 학원다닌다는 애들 다 부러워요
    우리애는 뭐 배우고 싶냐고 해도 다 싫대요 태권도도 싫고 수영도 싫고 영어도 싫고

    얘도 경쟁에서 뒤쳐지는 걸 싫어하는 애같아요 하는거 보면 못하는 게 아니라 그 나이에 맞게 평균 정도인데
    자기보다 잘 하는 애들이 있으면 자기는 못한다고 생각하고 포기해버리는거 같더라구요 ㅜㅜ
    그래서 하기싫다그러고 저도 어디가서 상담받고 싶어요
    저희 애는 그래서 나중에 학원보다는 과외를 시켜야하나 생각하고 있어요
    내년에 초등학교 들어가는데 사립초가 나을지...입학설명회갔더니 경쟁을 지양하고 목표에 도달하면 다 상장준다고 하고 교육철학이 좋아보이더라구요 잘하는 상위 몇명만 주는게 아니라 학습목표에 충족된 애들 다 주고 하위애들도 잘 끌고 가신다는 학교 설명회믿고 원서 넣어놓기는 했네요
    원글님 글 읽고 저랑 비슷한 고민이신거 같아서 주절주절 길게 썼어요 ㅠㅠ

  • 4. ..........
    '15.11.27 8:55 AM (218.236.xxx.167) - 삭제된댓글

    우리딸이 그랬어요
    아이들과 어울려 놀로다닌 경험이 아마 없을것 같네요
    항상 집에서 혼자책보고 혼자놀고
    방학을 하면 보름간 심부름 안시키니 대문밖을 안나가더군요
    그래도 크니 잘어울리고 대학때 과대표도 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해외여행도 가고 남 할것 다하고 보냈어요
    지금은 직장생활 아주 잘하고 있구요

  • 5. 애가 아니라
    '15.11.27 9:00 AM (175.209.xxx.239)

    엄마가 문제.

    별거 아닌 기질적인 반응을

    마치 무슨 환자 대하듯...

    님의 그런 불안이 오히려

    애를 잡을 수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세요.

  • 6. --
    '15.11.27 9:00 AM (61.34.xxx.12)

    우리 애랑 완전 똑같애요
    유치원벽에 우리 애 작품만 없는 거랑..구석에서 책봤다고 하는거...집에서 엄마랑 영원히 살겠다는 거랑...선생님이 자기 혼낸 것도 아닌데 혼내는 분위기가 너무 무섭다고 하고...

    저도 학교 보낼 생각하면 걱정이 태산이에요. 친구도 전혀 안 좋아하고.

    저 닮아서 그렇다고 생각하니 미안하기도 하고 ㅜㅜ
    어떡해요...위에서 댓글 써주신 분들 얘기에 같이 위로받고 가요.

  • 7. 제인에어
    '15.11.27 9:02 AM (175.223.xxx.144)

    제가 어려서 그랬어요. 집에 있는거 좋아하고 경쟁하라 그러면 질색하고 뒤로 빠지고. 학교 다니기도 싫고 직장 다니기도 싫었죠. 그래서 지금은 어떻게 살까요?

    집에서 과외해요. 수업하는 게 즐거워서 한번도 수업하는게 싫어본 적 없이 수업해요. 돌아다니는거 싫어서 학생들이 집으로 와요.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고. 남들 다 하는게 하기 싫으니 나만의 살아갈 방법을 찾게 되더라구요.

    지금도 나가는거 싫어해서 쇼핑도 안하고 살구요.
    친구들만 간신히 주1회 정도 만나요.

    근데 우리딸도 성향이 저랑 비슷하더라구요. 6살인데 유치원 가는것도 싫다. 엄마랑만 있겠다. 발레도 싫고 피아노도 싫고 태권도도 싫다. 집에서 책보고 그림그리고 인형놀이하고 그래요. 저는 성향이 같아서인지 이해가 잘 되구요.

    세상 사람들은 생긴 것도 다 다르고 취향도 성향도 다르지요. 모든 사람이 똑같거나 몇몇 부류로만 나뉘면 그것도 이상할거예요. 그냥 우리딸은 성향이 그러려니...하고 인정해주세요. 제 친정엄마는 저의 성향을 인정 못하셔서 성장기에 많이 싸웠고 지금도 엄마랑 풀지못한 감정이 남아있어요.

  • 8. sm1000
    '15.11.27 9:32 AM (182.225.xxx.118)

    우리딸으 문제 없이 큰 아이이긴 합니다만
    유치원에 방문했을때 놀이를 할때 꼭 주도를 하는 아이가 있더군요(선동하는? ).... 걔가 싫어하는 애는 당연히 못끼겠죠
    우리애는 모나지않고 머리도 잘돌아가는 편이긴 하지만 목소리 크게 선동은 안합니다. 그러니 그런애가 주동할때 껴서 같이 노는데 놀고싶어도 놀지 못하는애들이 아주 더 많죠.
    우리애도 좋아서 껴 놀진 않았을듯하구요...

    그런걸 보면서 애들이 유치원때부터(4-5살) 사회생활에 치이는구나 하며 가슴이 아프더라구요..
    애들때 부터 세상살이가 참 힘들다고 느꼈어요 ㅠㅠ

  • 9. 엄마가 문제22222
    '15.11.27 10:26 AM (211.219.xxx.240)

    자신을 이 헬조선에 적응해서 살아남은 적자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나봐요? 그러니 자기 세계관이 분명한 아이를 사회부적응자라 이미 판단하고 이리저리 평가하고 있네요. 헐

  • 10. 엄마가 문제22222
    '15.11.27 10:27 AM (211.219.xxx.240)

    육아가 어렵다기 보다 엄마 사고방식이 문제

  • 11. ㄴㄴㄴㄴ
    '15.11.27 10:55 AM (223.62.xxx.77)

    아이의 기질적 성향인것같아요
    발도로프 학교로 알아보시길 권해봅니다

  • 12. .....
    '15.11.27 11:09 AM (211.203.xxx.40) - 삭제된댓글

    제 딸도 외동 딸아이 원글님 따님이랑 비슷한, 기질이 예민하고 완벽주의자에--실수나 지는 걸 싫어하죠. 그래서 애초에 시도조차 안 하려는ㅠ--겁 많고 소심해요. 지금은 많이 무뎌?졌는데요, 안 해도 괜찮다고, 하고 싶은 거만 하라고 하시고 뭐든 하면 결과가 어떻든 진심으로 칭찬해주고 그러세요. 애가 엄마 표정, 말투 귀신 같이 알아요. 맘 편히 가지세요. 좀 다른 거뿐이에요.
    어제 얘기는 학교에 대해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기 때문에 한 거예요. 자기만 걱정하는 게 아니라 엄마가 걱정하는 것도 알아서요. 애가 엄마가 괜찮다고 해주는구나 하고 엄마를 든든한 백이라고 생각하게 되면 저절로 조금씩 나아져요. 시간이 걸리는 일이니 조바심내지 마시고요, 당장 학교가 걱정이시겠지만 학교에서 지금처럼 하더라도 닥달하시거나 왜 그랬니 같은 질문하지 마시고요. 제 딸도 초등학교 때 그 흔한 상 받아온 적 한번도 없고 지금도 발표라면 질색하고 그러는데 한번도 그거에 대해 애한테 아쉽다거나 하는 티 내지 않았어요. 요즘은 스스로 느긋해요. 애 맘 편하게 해주는 게 첫쨉니다.

  • 13. .....
    '15.11.27 11:10 AM (211.203.xxx.40) - 삭제된댓글

    제 딸도 외동에 원글님 따님이랑 비슷한, 기질이 예민하고 완벽주의자에--실수나 지는 걸 싫어하죠. 그래서 애초에 시도조차 안 하려는ㅠ--겁 많고 소심해요. 지금은 많이 무뎌?졌는데요, 안 해도 괜찮다고, 하고 싶은 거만 하라고 하시고 뭐든 하면 결과가 어떻든 진심으로 칭찬해주고 그러세요. 애가 엄마 표정, 말투 귀신 같이 알아요. 맘 편히 가지세요. 좀 다른 거뿐이에요.
    어제 얘기는 학교에 대해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기 때문에 한 거예요. 자기만 걱정하는 게 아니라 엄마가 걱정하는 것도 알아서요. 애가 엄마가 괜찮다고 해주는구나 하고 엄마를 든든한 백이라고 생각하게 되면 저절로 조금씩 나아져요. 시간이 걸리는 일이니 조바심내지 마시고요, 당장 학교가 걱정이시겠지만 학교에서 지금처럼 하더라도 닥달하시거나 왜 그랬니 같은 질문하지 마시고요. 제 딸도 초등학교 때 그 흔한 상 받아온 적 한번도 없고 지금도 발표라면 질색하고 그러는데 한번도 그거에 대해 애한테 아쉽다거나 하는 티 내지 않았어요. 요즘은 스스로 느긋해요. 애 맘 편하게 해주는 게 첫쨉니다.

  • 14. 이면
    '15.11.27 11:51 AM (125.140.xxx.87)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보니
    혹시나 아이가 몸이 좀 비만에 속하진 않나 싶은데 어떠세요?
    어른이나 아이나 가벼운 몸이 아닐때 모든 게 귀찮아지잖아요.
    의외로 단순한 이유일 수도 있겠다 싶어서요.

  • 15.
    '15.11.27 1:32 PM (119.194.xxx.13)

    첫 댓글님글 너무 좋네요..

    오늘 즐겁고 행복하게, 그게 쌓여서 산을 이루실껍니다..

    반성하고 갑니다.

  • 16. 저도
    '15.11.27 10:48 PM (114.206.xxx.40)

    첫댓글님 너무 좋네요. 우리 엄마였음 좋겠어요...
    이런분 자녀는 어떤 사람일지....

    두돌 우리딸 많이 예민하고 낯을 가려서 전 그 모습이 짠하기도 하고 안쓰러운데 저희 엄마는 복장터진다고 하시더라구요ㅎㅎ 우리 엄마가 아마 나를 그런 마음으로 키우셔서 그렇게 화내고 때리고 그러셨나봐요.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움마 가진 분들 참 부럽습니다. 전 그런 엄마가 될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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