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 회피형 인물로 물렁물렁한 ‘마시멜로’라는 별명을 얻었던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13일 밤의 파리 테러를 겪으며 ‘전쟁 지도자’로 변신하고 있다. 프랑스판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사회주의자 올랑드가 14년 전 미국 9·11 테러 당시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던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닮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아울러 프랑스 사회가 9·11 테러 뒤 미국처럼 안보 중심 감시사회로 향할 개연성도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은 2001년 9·11 테러 뒤 미국의 대응을 연상케 한다. 조지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은 테러 아흐레 뒤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에 대테러 작전을 총괄하는 국토안보부 신설 방침을 밝혔고, 미국의 반테러법인 ‘애국법’ 개정안을 6주 만에 통과시켜 10월26일 서명했다. 당시 개정된 애국법은 대규모 통신 감청 확대, 테러 혐의를 받는 외국인의 기소 전 구금기간을 최고 7일까지 확대하는 등 인권 침해 논란을 일으켰다. 락까 공습에 나선 프랑스처럼 미국은 그해 10월7일 9·11 테러의 배후인 알카에다와 탈레반의 근거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폭격을 시작했다. 미 본토에서는 대대적인 용의자 검거 작전을 펼쳤다.하지만 이듬해 ‘테러와 무관한 사람들을 투옥하고 혹독한 대우를 했다’는 미 법무부 내부 보고서가 공개됐다. 미 수사당국은 테러 뒤 수개월새 762명의 불법 체류 외국인을 테러용의자로 체포했는데, 대부분 테러와 연계가 없어 본국으로 송환됐다. 더불어 외국 국적을 가진 미국 거주 16~64살 남성은 모두 이민국(INS)에서 지문 날인을 하도록 하는 등 조처들도 도마에 올랐다.올랑드의 변신을 두고 <가디언>은 올랑드가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구하기 위해 나섰다고 분석했다. 20%대의 지지율로 ‘프랑스 역사상 가장 인기없는 대통령’으로 불리는 올랑드가 지방선거를 3주 남짓 남겨둔 상황에서 꺼내들 카드가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