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자라면서 아빠와 사이가 정말 안 좋았어요.
그래서 딸이 태어났을 때 남편과 딸이 알콩달콩하기를 정말 많이 바랬죠.
저희 딸이 지금 5살인데....
저희는 둘 다 프리랜서라 집안일을 남편도 많이 하고, 딸하고 시간도 정말 많이 보내거든요.
저나 남편이나 집 밖에 몰라요. 제가 일할 때는 남편이 항상 딸이랑 놀아주고 유치원 픽업도 해주구요.
딸한테 큰소리 한 번 안 내고.... 딸이 섭섭하게 해도 다 참고 받아주고....
제가 보기엔 90점 이상 되는 아빠 같은데...
근데 딸이... 아빠를 너무 편하게 느끼는 건지.... 싫을 때 싫다는 티를 너무 노골적으로 내요.
딸이 아빠를 거부하는 순간은.... 이럴 때예요.
저와 놀고 싶은데 제가 일을 하느라 못 놀아줄 때 아빠가 대신 놀아주면,
아빠가 놀아주니까 엄마랑 못 논다고 생각하나 봐요.
그래서 아빠는 가라고, 아빠 싫다고 엄마 오라고 막 떼를 쓰구요....
저랑 딸이랑 너무 재밌게 놀고 있을 때 아빠가 오면.... 아빠는 끼지 말라는 식으로 말해요.
아빠가 끼어들면 엄마를 뺏길 거 같은가 봐요.
아빠 오지마. 아빠 가. 이렇게 대놓고 말하는데.... 정말 제가 너무 남편 보기가 미안하네요.
물론 아이가 그럴 때마다 제가 그러지 말라고 야단치고 가르쳐주고 하지만...
이게 진심인 거 같거든요.
아이는 아빠가 다가오면, 엄마 아빠 함께 놀아서 좋다가 아니라, 아빠가 오면 엄마는 일하러 가겠지
하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그래서 아빠가 오는 걸 거부하고... 엄마하고 단둘이 있으려고 하구요.
엄마하고 단둘이 있는 시간을 너무 좋아해요.
마치.... 큰 오빠하고 사는 아이 같달까요. 큰오빠에게 엄마를 뺏기고 싶지 않은 둘째 딸 같은....
남편과 딸의 관계가.남매 같기도 하고
(딸이 아빠를 대하는 태도가... 너무 잘 해줘서 그런가 어려워하는 게 전혀 없구요
만만하게 생각하는 거 같아요. 아빠를. )
아이 훈육은 주로 제가 맡아서 하고.... 아빠는 아이를 달래주는 역할을 주로 하는데, 그래서 그런가....
아빠를 너무 편해하는 것도 같고.
어쨌거나.... 저는 고등학생이 되어도 아빠와 팔짱끼고 다니는 딸로 키우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그렇게 아빠와 편하고 서로 사랑하는 딸이 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