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소집 다녀왔는데 오늘은 마음이 영 그래서 공부도 잘 안 될 것 같아 잠시 시간 내서 글을 씁니다
저는 중학교 휴학했다가 다시 복학했다가 결국엔 끝까지 마치지 못하고 검정고시로 고등학교까지 학력을 마쳤어요.
처음 14살때 중학교 입학해서 한 학기동안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고, 부모님께 말씀드리자마자 조금 쉬어보자고
이야기를 하시더라구요. 그당시에는 그냥 무조건 피하려고만 했던 마음이었기 때문에 도피하는 방법을 선택하게 됐어요
지금같았으면 버텨보지 않았을까, 싶은데 그 당시에는 그냥 별다른 생각이 안 들더라구요.
조금 쉬어보면서 공부도 좀 하고(그 당시에 아예 학교 가는게 두려워서 공부하기가 힘겨웠습니다) 다른 방법도 생각해보자고.
쉬면서 또래 친구들이 학교 학원 다닐동안 정말 편하게 시간을 보냈었는데... 걱정을 하나도 안 하고 살었던 거 같아요
그런데 처음엔 마냥 좋다가도 점점 두려움이 좀 생기더라구.
교복 입고 다니는 또래 아이들이 부럽기도 하고, 다들 힘들어도 참고 견디는데 나는 학교조차도 못 참고 나와버리면
앞으로 내가 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부모님께서 대학진학이나 직업 같은 것도 걱정 안해도 된다고 해주시는 게 더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제 사촌들도 다들 본인 노력 없이 부모님 돈으로 살고 좋은 거 누리고 살고 하는데
그게 과연 좋은건가 싶은 생각도 들었구요. 제 노력은 하나도 없이 부모님 공을 받아먹는(?) 게 과연 정당할까 싶은 생각...
조금 늦긴 했지만 그래도 다시 차근차근 하면 저한테 더 도움도 될 수 있고, 학교생활에서 못해본 것들이 많아서
뭔가 그런 거에 대한 갈증도 있었어요.
그래서 검정고시를 치는 대신 학교로 도로 돌아갔어요. 나이도 좀 있었고 내 나이가 걔네보다 많은 걸 굳이 말할 이유가 없겠단 생각에
그냥 친구들에겐 나이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보면 그 아이들을 속인 게 됐지만...
정말 두 번째 학교생활은 행복했던 것 같아요.
지금 다시 돌이켜봐도 그 기간만큼은 후회가 없고, 공부는 열심히 안 했었지만.... 나름 잘 보냈다 싶었어요.
제가 예체능쪽을 진짜진짜 못해서 그 교과목마다 좀 스트레스였지만... ㅋㅋㅋ 당시엔 진짜 학교생활이 이렇게 소중하구나 하는걸
느꼈던 때였어요. 늦었지만...
그러다가 제가 뜻하지 않게 또 학교생활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일이 있었고,
어차피 나이도 많은데(...) 빨리 수능공부해서 대학교 가야겠다고 정신이 차려지더라구요..
그래서 어쩌다 보니 지금 이렇게 됐는데... 스무살이고 이번이 첫 수능이에요
동갑들이랑은 약간씩 빗겨난 라인을... 걸어왔다보니 조금 괴리가 있는 느낌이었는데
수능 접수하고서 보니 제가 그래도 좀 그 간극을 좁혔구나 하는 느낌도 좀 들더라구요.
그래도 학교생활을 하는 동안 나름의 꿈도 생겼고 그때는 그 꿈을 남한테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제가 준비가 안돼있어서
스스로 좀 위축이 돼있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두 번의 학교생활을 하고 실패도 겪으면서 더 정신도 차린 계기가 됐던 것 같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지 않고 그냥 집에서 생활했다면 지금 아마 어떻게 됐을진 모르겠어요.
아직까지 별 생각 없이 살고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더 일찍 정신차려서 더 빨리 대학에 갔을 수도...있겠지만 이쪽은 좀 희박한...? ^^;
1년 정도를 정말 열심히 공부했고, 아침부터 밤까지 학교 학원을 전진하며 미친 듯 노력하는 또래 친구들에게는 부끄럽지만
그래도 나름 또래 애들을 좇으려고 노력한 것 같아요. 사실 학교 다닐 때도 공부는 하는둥마는둥 했는데
한번 해보니까 나름 차차 배워간다는 생각에 성적이 오르는 게 계속 해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처음 고등학교 3학년 모의고사를 봤을 떄는 정말 아는 게 없었고, 국어는 문학(고전 현대 비문학 등등..)에서 소나기
수학은 그냥... 허리케인.... 영어도 단어랑 문법이 되게 약한 상태였는데
1년 조금 넘는 시간동안 어려운 것부터 하지 않고 쉬운 것부터 차근차근히 했어요.
6등급이 5등급이 되고, 5등급이 4등급으로 오르고,
지금은 언어랑 외국어는 2등급 정도 나올 수 있게 됐어요. 전부 인강으로만 공부했고 영어는 평소에 미국만화 같은 거 많이 봐놔서
듣기 연습을 나도 모르게 해오고 있었던 거 같아.. ㅋㅋ
내일 수능 친다고 하니 제대로 손에 잡히지가 않아서 싱숭생숭한데.. 워낙 시험때 실수 잦은 저라... (실수가 실력...이지만 ㅠㅠ..)
실수만 안 해도 만족일 거 같고... 일단은 이번 수시에 논술을 썼는데 몇 군데 최저등급만 만족해도 너무 좋을거 같아요
다른 친구들 12년 공부하는 걸 난 그만큼 못 채웠기 때문에 이번 수능 한 번으로 한 번만에 대학 붙기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절대 포기 안 하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지금도 이제 이 글 쓰고 요약노트 읽어봐야죠... 흐흐
내일 같이 수능 보는 분들 너무너무 잘해왔고 축하한다고 다들 한마디씩 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늦게 대학 진학을 고민하시는 분들도 꼭 도전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는 아직 결과를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정말 백지의 상태에서 어느정도 수험생의 모습을 갖추는 데까지 1년 걸렸네요.
저는 live forever를 리브 포에버로 읽는지 라이브 포에버로 읽는 건지도 몰랐었어요. ㅎㅎ
82쿡의 모든 자녀분들 다들 수능 잘 보시고 웃는 모습으로 집에 들어오길 바랄게요.
모두 파이팅. 저도 파이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