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공부 잘 하다가 고2때 미끄러졌어요.
그래도 기본기가 있어서 그럭저럭한 곳에 들어갔습니다.
저는 대학때 벌어다느느라 알바만 주구장창 했어요.
그래도 기본기가 있어서 그럭저럭한 회사에 재수삼수해서(이직 2번만에) 들어갔습니다.
학교때 주구장창 공부만 하지 않았어요.
그냥 공무원처럼 했어요.
어른도 아닌 미성년이 무슨 공부를 어른들이 일하는 것보다 많이 하냐 싶어서,
고등학교때도 그만큼만 했어요.
회사 다닐때도 일만 주구장창 하지 않았어요.
그냥 공무원처럼 했어요. 공무원도 아닌데도요.
내 사업도 아닌 직원이 무슨 일을 밤낮으로 하냐 싶어서,
공무원 만큼만 했어요.
적당히.
나이 들고 보니, 너무 빡세게 살지 않은 것은 억울하지 않네요.
저는 주부인데, 너무 가정에 헌신하지 않아요.
헌신하면 헌신짝 된다는 우스개 말도 있는데, 또 사실이기도 하잖아요.
반복되는 가사일을 반짝반짝하니 군기 든 직장인처럼 하려면
지겹고 힘드네요.
점점 지저분한 것도 눈 뜨고 봐지고, 식사 한번 청소 한번 빨래한번 농땡이 치는 것도 되네요.
왜냐구요,
나중에 억울할까 봐서요.
남편이 바람 피면 엄청 억울할 거 같고,
늙어서 골병나면 억울할 거 같고..
그냥 늙어서 죽을 때가 가까워지면 인생을 너무 열심히 산 것도 억울 것 같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