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일대일로 해외아동 결연을 주선하는 단체에 가입해서
10년 가까이 3만원씩 매달 후원금을 보냈거든요.
가끔 크리스마스에 특별 후원금도 보내구요.
그러면 단체에서 1년에 1~2회 제가 후원하는 아동 사진하고
아동이 쓴 카드? 같은 걸 보내줘요.
근데 제가 처음 결연 신청했을 때는 아동이 6~7세였을 때라
글씨를 몰랐는지 그냥 사람을 그린 그림 하나가 달랑 왔어요.
그 뒤 해마다 단체를 통해 카드와 사진 한 장씩을 받았는데
그새 아이가 자라 학교도 다니고
사진 보면 이젠 아이가 아니라 처녀가 다 되었는데도
계속 집 하나 나무 하나 달랑 그린 그림(카드)이 와요.
그 그림도 거의 유치원 정도 다니는 아이가 대충 그린 수준이구요.
글씨라곤 얼마 전 봉쥬르~ 라고 적힌 한 문장 본 게 다예요.
전 사실 지역 개발이나 예방 접종, 식량 문제 등도 중요하지만
제가 보낸 돈이 아이 교육을 위해 쓰여지길 바랐는데
아이가 전혀 발전이 없는 것 같으니
후원을 계속 해야 하는지 회의도 들고
비용이 어떤 식으로 쓰여지는지 의심도 들더군요.
.
결국 작년에 그 단체를 통한 후원은 중단했는데요
지금도 그 아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개운치 못하네요.
당시엔 단체의 후원 방식이나 선명성 등에 대해 실망했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와서 생각하면 그 아이의 무성의함에 실망이 더 컸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은연중 그 아이가 제게 크게 감사하기를 바라고 있었나 싶기도 하고요.
저 아래 남에게 도움을 베풀 때는 절대 보답을 바라서는 안 된다는 글 보니
제가 너무 옹졸했나 하는 자책도 들어요.
다른 분들이라면 이런 경우 어떻게 받아들이셨을지 새삼 궁금하네요.
그리고 해외아동 결연 후원하시는 분들,
이렇게 3초만에 대충 그린 듯한 카드 보내는 게 일반적인가요?
아프리카 미술 교육 수준이 너무 뒤떨어져서
아이 딴에는 정성들여 그린 그림인데
제가 오해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뒤늦게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