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정상회담이 예상대로 빈손으로 끝났다. 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해 협의를 가속화한다고 했지만 기약이 없다. 3년 반 만에 어렵게 열린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부가 고심 끝에 만들어낸 최대치가 그 정도다. 첫술에 배부르기를 기대한 건 아니지만 허망함은 어쩔 수 없다.
아베 정부는 처음부터 한국의 요구를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대신 우리가 한일 양자관계에 몰두하고 있을 때 글로벌 외교에 힘을 쏟았다.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동아시아 국가들과 유대를 쌓았다. 이런 외교 성과는 위안부문제 등 과거사에 대한 수정주의적 입장을 굽히지 않는 데 활용했다.
최근에는 외교 성과를 기반으로 되레 과거사와 영토 문제에서 한국을 압박해왔다. 아예 한국을 제쳐두고 가겠다는 식의 오만한 태도를 보였다. 이번 회담도 우리가 대화에 응하도록 미국의 옆구리를 찔러 성사시켰다. 결국 정상회담에 응하고도 일본으로부터 위안부 문제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받아내지 못한 것은 우리 정부의 외교 실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