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딸(10세)을 가만보니
기억력이 좋고 수학도 잘하고 책도 정독해요.
무슨무슨 날짜를 세세히 기억하고 학교에서 배운 수업 내용도 빠짐없이 기억하고
수학도 그닥 공부를 열심히 안해도 원리만 알아두면 반에서 제일 잘하는 편이에요.
물론 요즘 잘하는 애들 얼마든지 있고 교육열이 높은 곳에 살지도 않아요.
자랑질 하겠다는 게 아니라..
제가 집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는 터라 바쁜 엄마입니다.
그래서 전업엄마보다는 마음의 여유가 모자라
아이들도 정리정돈을 같이 하도록 잔소리도 하고 요구도 하고 그래요.
근데 첫째는 정말 백번쯤 말해도 여전히 점퍼나 속옷, 빨래거리, 학교가방을 아무렇게나 벗어두고
작은 과자 먹은 봉지며, 요거트 먹고 난 것.. 등등 그냥 먹은 그 자리에 그냥 둡니다..
가방 속, 책상 위는 항상 엉망진창이지요.
언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언제 어디 가서 뭘 먹고 누굴 만나고 뭘 사고 뭘 했고..
뭐 암튼 시시콜콜 날짜를 기억하는 애가, 작은 물건 하나는 방금 어디다 뒀는지 모른다는게..
자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기억을 잘하고 사소한 건 덤벙거리고..
이런 아이를 계속 잔소리하고 다그쳐서 정리 잘하는 아이로 굳이 만들어야 하는지.. 요새 고민이네요.
할 수 있으면 그런 사소한 일, 잡일은 엄마가 기꺼이 해주고
그냥 이렇게 머리가 초롱초롱할 때 책이나 수학같이 잘 할 수 있는 것에 푹 빠지게 도와주는 게 맞는 건 아닌지..
뭐가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천성이 과연 변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