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교인 분들은 양해 부탁드릴게요.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셔요.
절박하고 힘들어서 고민 끝에 글 올립니다.)
저는 20대 중반의 여자입니다.
가톨릭을 믿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말로만 믿는다고 하는 것 같이
행동은 믿는 둥 마는 둥 비신자와 거의 비슷했지만
최근부터 정신 차리고 똑바로 믿고 있습니다.
기도하는게 익숙치 않고 서툴지만 열심히 하려 노력하고 있으며
고민거리가 있으면 응답이 없어도 하느님께 먼저 털어놓기 시작했습니다.
뉘우침이 큽니다.
다시 미사도 나가고 있으며 어제(주일)도 미사 보고 왔습니다.
어제 신부님이 하신 말씀들이
감정적이 아니라 이성적, 객관적으로 제 가슴에 와닿았고
특히 하느님이 저를 다시 부르신 것 같다고 느낀 부분이
며칠 전에 접한 자료에서 봤던 내용과 흡사한 이야기를
신부님이 설교에서 말씀으로 언급하셨던 겁니다..
그리고 오늘 10년 전에 읽었던 일본 소설의 제목을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그 책을 인상깊게 읽어서 제목을 알고 싶었지만
정확한 제목이 생각나지 않고 비슷하게밖에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렇다 보니까 어렴풋이 기억하는 비슷한 제목을 검색을 해도 나오지 않더라구요.
씌여진 지 오래된 소설이라 더더욱 그랬습니다.
그런데 그 소설 제목을 어떤 우연한 계기로 오늘 다시 알게 되었구요.
저는 단순히 이 소설 제목을 알게 되어서 놀란게 아닙니다.
굉장히 놀랐던 부분은
중학생 시절에 읽었을 때는 이 소설이 하느님에 대한 믿음과 인간에 대한 용서와 사랑을 다루고 있는
즉, 특정 종교에서 지향하는 가치들을 다룬 내용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그저 남녀간의 사랑과 암투 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했었지요.
이 소설이 그리스도의 용서와 사랑을 다룬 책이라는 사실을
줄글로 된 이 책을 재구성한 만화책을 다시 읽으면서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책의 제목도 '양치는 언덕' 입니다.
너무 놀랐지요.
읽으면서...
이 책에서의 주인공인 나오미 라는 여성이 저이고,
나오미의 친구의 오빠이자 남편이 되어버린 료이치라는 남성이 제가 만나오던 남자분인 것 같이 계속 생각되었어요.
료이치는 술을 좋아하고 매일같이 마시기 때문일까요?
그 분도 술을 자주 마십니다.
나오미의 부모님이 료이치와의 결혼을 반대했던 것에도
왜 제가 뜨끔하고 불안하고 그랬던 걸까요.. 정말 진지하게 읽었습니다.
제가 소설의 등장인물들에 대입시키려는 의도는 없었고
공통점만 있는 것도 아니고 차이점도 존재합니다.
나오미는 목사 부부의 외동딸입니다.
저희 부모님은 직장인이시고 근로자 이십니다. 이 부분에서도 나오미와 저는 다르지요.
게다가 저는 나오미처럼 부모님의 반대를 무릎쓰고 집을 뛰쳐나가서까지도 이 남자분과 함께 살지는 못 합니다.
하지만 읽어 내려가면서 저절로 그렇게 생각되더군요.
최근에 접하고 느꼈던 것들을 어제의 미사에서 거의 대부분 끼워맞혀지는 현상을 느끼면서
스스로 깜짝 놀란 부분이 많습니다.
다 좋은데 쓸쓸함, 허함을 너무 느낍니다.
예전에 스킨십 할 때는 적어도 종교적인 이유로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지만(그만큼 제 믿음이 얕았다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직설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자꾸 그 분이 생각나고 스킨십 하고 싶고 그럽니다.
포옹이며 손 잡고 어깨 감싸안고... 그런 것들을
아예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면
스킨십이 무슨 느낌인지도 도무지 모르겠지요.
제가 제대로 신앙생활을 하게 되면...
스킨십을 다 거절해야 할텐데..
그것도 너무 미안하고.. 저도 스킨십이 어떤 느낌인지 알게 되니까
그 느낌을 잊지 못하고.. 나를 감싸줄 때는 사랑받는 느낌 많이 들구요..
싫어서 그런게 아니지만
바쁘기도 하고 우리의 관계를 하느님의 뜻에 맡기는게 좋다고 생각되어서
연락하고 싶어도 참고 있습니다.
저와 그분과의 관계를 하느님이 뜻하신 대로 현명하게 이끌어 주세요. 라고
어디에 가든지, 책상에 앉아서나, 이불에 누워서나 기도를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진짜 이 분에게서도 연락이 없네요.
하하호호, 일단 표면적으로는 문제 없이 정말 잘 지냈는데..
신앙적인 측면에서 스킨십을 절제하려는걸 무교인 상대방에게는 충분히 이해받지 못할거라는건 각오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하느님을 따라야 한다는 걸..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 힘드네요....
어떤 일로 인해서 미워했던 적이 있지만 많이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하는 사람 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