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제 교육과정을 신설해 간호인력을 배출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의료법 일부개정안’을 폐지하라며 전국의 간호대학생들과 간호사들이 서울역 광장에 모였다. 이들은 삭발까지 감행하며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간호대학생연합’과 ‘2년제 간호학제 신설 반대를 위한 협의체’가 주축이 된 간호대학생·간호사 5000여 명(경찰 추산 3000명)이 30일 오후 5시 30분께부터 서울역 광장에서 ‘2년제 간호인력 신설 반대 총력 투쟁 선포식’을 개최했다.
이들이 2년제 간호학제 신설에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국민의 안전’과 ‘간호사들의 사회적 지위’를 지키기 위함이다.
▲ 김성재 학장이 삭발을 마친후 동료를 껴안고 있다.전국간호대학생연합 오완택 의장은 “간호사 32만여 명 중 약 17만 명만이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상황에서 매년 2만 5천 명의 간호사가 배출되고 있다”며 2년제 간호학제를 통해 간호사 인력부족현상을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주장이 어불성설임을 꼬집으며 “(2년제 신설은)결국 저임금 간호인력을 양산하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오 의장은 “간호사는 병원에서 허드렛일이나 하는 사람이 아니라 생명을 좌우할 수도 있는 전문직업인”이라며 “(업무에 필요한 지식 등을)2년 만에 공부하는 것은 불가능해 저질 간호서비스를 양산하고 의료체계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또한 협의체 송명은 공동대표는 “정부가 현장 간호사들의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조차 열지 않고 국민건강을 망치게 될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이 법안의 입법예고 기간에 10만 6천여 명이 반대서명을 했지만 보건복지부는 11월 입법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어 그는 “의료법 일부개정안은 ‘개악’이며, 따라서 법안이 폐기되는 날까지 투쟁하겠다”고 결의했다.
퇴근 후 동료들과 함께 집회현장을 찾았다는 새내기 간호사 심근우(26, 서울아산병원 근무) 씨는 “간호사 교육 연한을 3년에서 4년으로 늘려가는 추세였는데 2년제를 신설하겠다는 의료법 개정안은 시대에 역행하는 법안인거 같다”며 “2년제 간호학제 신설은 환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현장에 모인 학생들과 간호사들은 현재 우리나라가 OECD 평균의 2배가 넘는 신규간호사를 배출하고 있지만 취업률은 대졸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인 64%에 훨씬 못 미치는 40%수준에 머물고 있음을 상기하며, 이에 대한 해결책 마련 없이 2년제 간호인력을 신설한다면 간호사 대량 실업 사태를 유발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한편 이날 선포식은 서울대 간호대학 김성재 학장의 삭발식으로 절정에 이르렀다.
김성재 학장은 삭발에 앞서 “현대사회에서 ‘삭발’은 혐오감을 유발하고 창피함이 따르는 행위지만 (2년제 간호학제 신설을 반대하는 것이)국민의 건강권을 위한 것이라는 신념과 확신을 가지고 이 자리에 서게 됐다”며 “삭발이 내부적으로는 결연한 의지를 갖게 되는 계기가, 밖으로는 우리들의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는 소감을 밝혔다.
한편 이날 집회현장에서는 ‘간호사들 의견 듣지 않는 간호협회’, ‘3단계 개편안 지지하는 임원 이름 공개하라’, ‘간호협회는 누구의 사조직인가’ 등 간호사들이 자신들의 협회(대한간호협회)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광경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 서울역 광장을 가득 메운 집회 참가자들.이에 대해 보건복지자원연구원 최경숙 상임이사는 “협회가 전체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않고 소수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지금의 간호협회는 정치적 집단”이라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그는 또 이날 집회에 대해서는 “간호대학생들이 처음 참여하는 집회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의약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