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와 사귀면서 힘든 쪽은 항상 저였어요.
갑을 관계, 딱 이 말이 맞네요
화가 나면 다 표현하고 퍼붓고 기분 풀릴 때까지 잠수타야 하는 남친
연락이 없는 며칠동안 속 끓이고 힘들어하는 제 생각은 1%도 하지 않았어요
전화, 카톡하면 빡치게 하지 말고 잠이나 자라는 문자.... 그럼 전 아무 말도 못하고 마냥 기다리죠
그는 하고싶은 말은 다 해야했어요. 자기 하고싶은 행동도 그대로 표현했구요
그 말과 행동에 상처 입으면서도, 제가 더 좋아하니 뒤로는 눈물을 흘려도 앞에서는 티를 못냈어요
그 사람이 떠날까봐서요..
둘 다 똑같은 직장인이고, 둘 다 하루 종일 바빴지만
어쩌다 한번 하는 카톡 전화 모두 그 사람의 일정에 맞춰야 했구요...
헤어지자는 말을 한 날도,
저녁 6시까지 전화를 주겠다고 약속한 그 사람이 6시가 넘어가도록 연락이 없자
제가 전화를 두 통 했어요.... 그랬더니 전화 거부를 하더군요
아.. 지금 일이 있나보구나, 조금 기다려봐야지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카톡이 폭풍같이 오네요
너 미쳤냐, 일하는데 왜 자꾸 전화질? 너 왜이렇게 배려가 없냐...
사장님 옆에 계신데 너땜에 혼날 뻔했다
너 때문에 너무 화가 난다... 하며 욕을 하더군요
욕을 듣고 이별을 결심했어요.. 아.. 이건 아니구나..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요?
제가 너무 모든걸 보듬으려 노력하고, 그 사람을 사랑했기 때문인걸까요?
제가 답답한 성격인건 알아요
하지만 좋으면 숨길 수 없고 눈물 많고 남에게 못된 소리 못하고 정이 많은 성격 탓에
이렇게 제멋대로인 남친을 만나면서도... 항상 져주고 이해해주고 참고 참았어요
어떤 말을 할때에도, 서운함을 표현할 때에도
나는 그 사람의 반응을 생각하며 한마디 한마디 신중하게 말을 했지만
그 사람은 그것을 고마워하기보단 당연하게 여기고 기고만장 하더군요..
경제적으로도, 제가 연봉이 더 높고 여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조금씩 더 배려해주고 모든 걸 다 맞춰주었었는데 (처음 만났을때 남친은 취준생이었어요)
제가 미련한 짓을 했던 거죠....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
하지만 사랑하니까 뭐든 해주고 싶었던 마음에 후회는 없어요..
남친은 항상 저에게 말했어요
자기한테 과분한 "좋은 여자"라고..
현명하고 인내심 많고 예쁘고 배려심 많은 여자라고
하지만 그 말이 곧 멋대로 만나기 좋은 "편한 여자" 였다는 걸 깨달았네요
상처가 너무 많고
더 끌고 갔다간 숨이 꼴딱 넘어갈 것만 같아
헤어지자고 제가 먼저 말했지만
남친은 잡지도 않고 바로 '니 맘대로 해라 꺼져줄게' 하며
제 전화와 카톡을 바로 차단했네요
그 사람은 날 사랑하지 않았다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데..
이 관계의 끝은 결국 저만 상처받고 저만 모든 걸 잃은 것이네요
다시 연락할 마음도 없고 그럴 기력도 없네요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괴로워할 제 모습이 선해서 너무 두려워요
언제쯤이면 괜찮아지나요..?
매일 혼자 덩그러니 집에서 그 사람 생각하며 우는데
아직도 바보같이 보고싶고 그립네요....
그 사람은 잘 먹고 잘 살고 있을텐데 제가 참 어리석어요
털어놓을 가족도 친구도 없어.. 언니들 많이 계신 82에라도 한풀이를 해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