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그 또래 딸을 키우고 있는 싱글맘입니다.
저와 비슷할 때 이혼을 하셨네요.
그리고 저도 조금 있다가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있었던 이혼남이라는 점만 다르네요.
이 사람은 아이를 좋아합니다.
비슷한 또래의 딸이 있었는데, 부잣집 사별남과 재혼하면서 그 집 아이로 키우고 싶다고 데려가서 안 보여준대요.
저는요.
아이를 데리고 재혼하시는 분들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저는 전남편 많이 사랑했고, 그의 외도로 이혼하는 과정에서
인간에 대한 남자에 대한 신뢰라는 것 자체가 완전히 사라졌어요.
연애 시작하면서도 그 부분 얘기했습니다. 나는 남자를 믿지 않는다. 그래서 많이 불안해 하거나 혹은 불신할 것이다. 잘 될 거라는 믿음 없다. 그래서 최소한 아이에게 또 한번 그런 일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아서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는 결혼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괜찮겠는가.
저와 그를 닮은 아이를 갖고 싶어했던 그 사람.
제 얘기에 아이 포기하고.
제 딸이 성인이 될 때까지 곁에서 함께만 하기로 했습니다.
그에게는 미안하지만 이 사람 또한 제 곁에 계속 머무를까, 확신이 없습니다.
몇년을 사랑한다고 하며 함께 동고동락하였지만 (같은 직장이고 사무실은 순환보직이라 계속 만나게 돼요) 항상 조금은 한발은 물러서 있습니다. 아이도 새 아빠 괜찮다고 할 정도이지만 제가 안한다고 딱 잘랐습니다.
아이에게는 일도 바쁜데 명절이네 시댁이네 귀찮다 이렇게만 했으니 좀 웃긴 엄마일지도.
가끔 생각해요. 전남편이 나에게 준 가장 큰 저주는
온전히 사랑을 하지 못하는 것이로구나...
용기내어 새로운 삶을 시작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로구나.
구구절절 제 얘기를 쓴 이유는...
이런 겁쟁이가 아닌, 용기와 결단으로 새 출발하신 분들에 대한 부러움과 격려랄까...
잘 사셨으면 하는 바람 때문입니다.
재혼하신 분들도, 순간 눈이 확 멀어서
그런 결정을 하신 것은 아니리라 봅니다.
지금은 그렇게 말하고 싶을지라도, 한번의 상처를 이 사람으로 치유하겠다고
법적인 관계를 갖기 위한 결심을 하기는 무척 어려웠을 거예요.
더구나 아이까지 있을 때는...
외도, 중독, 폭력이 아닐 때는 한번 더 물러나서 봐주시고
조금 더 양보하고 처음 사랑을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큰 용기 내어 하신 결심, 힘들게 이룬 가정
모든 결혼이 그렇겠지만 재혼가정들은 특히나 더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두서도 없고 요지도 없는 긴 글 죄송하고 민망합니다.
베스트글 재혼맘님, 조금 더 깊게 생각하시고 헤아리셔서 잘 극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