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고 정신없는 주말이 지나갔습니다...
또 글을 올려봅니다... 다들 좀 지쳐가시나요?
다랭이 마을에서 이제 사량도로 들어가는 여정을 시작해야합니다
사량도는 제가 혼자 통영여행을 할 때 정말 묻지도따지지도 않고 배를 타고 들어갔던 곳입니다. 그 때 혼자서 돌아보았던 사량도의 여운은 아직도 제게 강하게 남아 그리워하고 했던 곳이죠..
어제의 폭풍검색의 결과 남해에서는 삼천포항이 더 가깝고 배시간을 맞추기도 수월하다는 결론이 났으므로 삼천포로 향합니다. 우리나라 선착장의 용어들은 알쏭달쏭... 낯설어서 한국말인데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더군요.. 준비해온 생필품 중에 떨어진 것들이 있어서 중간에 수퍼를 들렀습니다.. 생수, 우유, 달콤한 과자 이런것들을 사고 호박과 청양고추와 튀김가루도 좀 샀습니다... 어디선가 퍼지르고 앉아 부침개를 해먹겠다는 꿈을 꾸면서 ..
삼천포항에서 차를 가지고 배에 올랐습니다...바다와 배를 보니 어쩔 수 없이.. 떠오르는 슬픈 사건...
하지만 아직도 탑승객 신원파악도 잘 안하고. 자동차도 고정하는 건 생략하고, 그렇게 똑같은 습관이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우린 구명조끼가 어디쯤 있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배뒷편으로 가서 앉았습니다.
그리고 아들에게 엄마는 이번여행이 정말 소중하고 너를 사랑한다는 문자를 남겼습니다.
불과 40분 남짓의 여정이지만.... 그러고 싶어졌습니다.
그리고 이러고 앉았는 저 자신이 부끄럽고 미안했습니다..
사량도는 상도와 하도 두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상도는 지리산(육지의 지리산과 이름이 같습니다.)이 있어서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하도보다는 섬의 크기도 좀 큽니다.
하도는 매우 조용하고 아늑한 섬입니다. 마치 상도는 가족의 생계전면에 나선 중년의 어머니같고, 하도는 그 어머니뒤에서 고개만 갸웃 내밀고 세상을 보는 부끄러운 소녀같습니다. 저는 당연히 하도를 사랑합니다.
두 섬 사이에 교량공사가 완성되었다고 어제 통화한 민박집 사장님이 분명히,분명히 그러셨는데.. 11월에나 통행은 가능하다고 합니다..
민박집 사장님 나빠요... 잘못된 정보를 주시다니...
통영 가오치항에서 들어오는 배는 상도, 하도를 한번씩 정차하고
삼천포와 곡성에서 들어오는 배는 상도만 정차합니다. 저희는 삼천포에서 들어왔으니 하도로 가는 배를 한번 더 타야한답니다.
배시간이 40분정도 차이가 나서 선착장 근처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멍게비빔밥을 시켰는데... 냉동멍게를 쓰시더라는...
에잉.. 실망실망... 했습니다.
하도들어가는 배를 놓칠까봐 밥을 어찌가 급히 먹었는지...
친구들은 결국 활명수를 먹더군요...
오분정도 배를 타고 가면 하도예요... 바로 조기조기 보이는 저 섬이란말죠..
하도는 섬을 빙 둘러 도로를 만들어 놓으셔서 차를 타고 관람하기가 아주 좋답니다...
약간의 오르막을 지나서면 나타나는 수줍고 예쁜 풍경들... 산과 바다와 마을이 정말 한편의 그림같답니다... 우리나라의 남쪽바다는 깊은 산과 아련한 바다를 다 가진 절경중의 절경이라 생각합니다.
해안도로 반바퀴를 돌고.. 조용한 마을의 정자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습니다.
커피를 마시려고 하는데 마을에서 할머님 한 분이 걸어오시다 눈이 마주쳐 인사를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했더니 아주 정색을 하시며 “미안하지만 난 누군지 모르것는디...”
푸하하 여행다니며 인사하다가 이런 반응을 보여주신 어르신은 정말 처음입니다...
“아! 그냥 인사드린 거예요..... ” 했더니 아주 시크하게 돌아서서 경로당으로 들어가시네요...
커피와 간식을 마시고 노닥노닥... 경로당에 있는 화장실도 쓰고... 화장실에 손소독제까지 갖추어 놓으셨더군요... 다시 남은 경치를 보러 출발합니다...
근데.. 저는 혼자 속으로 마음이 조급합니다... 혼자왔을 때 저를 헉 소리나게 했던 아름다운 절경을 아직 못만났거든요.. 제가 길을 잘 못 든건지... 친구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데...
그 때 정말 홀린 듯 돌아다녀서 구체적인 길이 생각 나지 않는단 말이죠... 아님 처음 봤을 때 콩깍지가 씌인걸까요..
하지만 다시 출발 후 얼마지나지 않아.. 가슴이 내려앉는 경치를 만났습니다...
아.. 사량도를 사랑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치명적 매력!
마음이 지치는 순간 달려오고싶어 지는 바로 그 이유...
이번엔 이정표를 찍어 두었습니다...
외인금마을로 들어서는 입구에 있는 곳입니다...
혹시 사량도를 가신다면 선착장에서 왼쪽길로 돌아 여정을 시작하시길 권해드립니다..
얌전하고 수줍은 섬이 난리가 났습니다... 제 친구들이 질러대는 환호성으로 말이죠..
저는 마음이 정말 뿌듯했습니다... 여길 찾아내서 정말 다행이야...하면서..
커피를 여기서 마셨어야 한다면서.. 속상해 하고... 정든님과 (아니 새로만난님과) 헤어지기 정말 아쉬워하며..다시 배를 타러 출발... 이제 통영 가오치항으로 나가서 친구 한 명은 헤어져야 합니다...
다행히 차 시간까지 여유도 있고... 계획했던 일정이 어긋남 없이 잘 소화되어서 마음이 느긋했습니다. 가오치항에서 터미널은 십분남짓 거리밖에 되지 않거든요...
그래도 통영항으로 오가는 배는 좀 커서 그런지.. 신분확인도 철저히 하고 바퀴에 벽돌도 고여주시더군요...
이궁 아! 대한민국입니다..
터미널에서 친구와 포옹도 하고 막상 헤어지려니 눈물도 날까말까하고...
너랑 계속 다니고 싶은데~~~~ 하면서 친구를 보냈습니다.
이제 남은 우리 둘은 이 근처에서 숙박을 하고... 낼 통영을 좀 보고 사천을 지나는 모든 해안도로를 지나 해남으로 가려구요...
한적한 곳에 주차를 하고 숙박을 어디서 할 것인지.. 의논하고 있는데.. 떠나보낸 그녀에게서
전화가 오네요...
사람은 직감이라는 것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냥 벨소리만 들렸을 뿐인데... 가슴이 쿵 내려앉는 이상한 불안감이 엄습하더군요...
아니나 다를까.. 광주가는 버스가 매진이랍니다...
이런~ 너 어제 예매안했어?
이친구가 광주서 일산가는 KTX만 예매하고 시외버스는 아주 쉽게 본거죠... 뭐
우짜냐?
어제에 이어 다시 머리에 쥐가 납니다...
“어쩌긴 뭘 어쩌냐... 광주까지 태워다 줘야지..”
터미널 미아가 되신 친구를 다시 주워담아 고속도로를 내달립니다...
친구는 죽을 죄인이 되어 눈치만 보고 있습니다... 차안은 세명의 여자가 타고 있으나 적막하구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그냥 약간의 차질이 생겼을 뿐입니다... 남쪽해안도로를 보며 달리는 찬스를 잃었을 뿐인 것을...
괜찮다고.. 어색한 대사로 친구를 위로하다보니 진짜 괜찮아져버렸습니다..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 덕분에 얼마지나지 않아 친구를 광주에 내려주고... 저희는 해남으로 차를 돌렸습니다.
밤이라... 그냥 열심히 달렸습니다... 이미 늦은 시간이고게 다가 유난히 잠자리를 고르는 친구도 빠진터라... 우리둘은 오늘은 찜질방에서 자볼까? 하고 의기투합(?)을 하였지요..
해남에 24시간 영업하는 찜질방도 있더군요... 마침
열한시 좀 넘어서 찜질방에 도착하여 열심히 씻고.... 제가 먼저 찜질방으로 씩씩하게 올라갔습니다...
근데... 이런.... 우리동네 에서는 생각지 못한 문제가...
우리동네 찜질방은 남자분들이 별로 없거든요... 근데 여기는 터미널 옆이라... 주무시고 계신분 모두가 남자분이네요.. 그것도 방마다 구석마다 곳곳에 흩어져서...
어디서 자든 어느남자분의 옆이 되는 상황이 흑흑
다시 사우나로 내려가 친구에게 상황을 얘기하고... 그대로 우리는 밖으로 체크아웃하였습니다...
그날 제가 질문을 올렸었지요... 많은 분이 걱정의 답글도 달아주셨고...
제가 모텔서 잘 잤다고 답글을 달았으나... 사실은 다른 진실이..
모두 너무 걱정들을 해주셔서 혼날까봐.. 그랬어요 잉잉
일단 저희는 모텔로 들어갈 생각은 없었습니다..
결국 사람도 줄었으니 오늘은 차에서 한 번 자볼까나? 하는 결정이... 따당!
그래도 터미널근처는 좀.... 그래서 어디서 잘지 잠자리를 골라봤습니다.
경찰서옆? 소방서옆? 그러다가 모병원 응급실 주차장에 낙점하고 (적당히 환하고... 사람들도 간간히 왔다갔다 하고) 담요를 덮고 누웠습니다.
히휴... 근데 잠이 오질 않네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 뒤라 몸은 많이 피곤한데말이죠..
한 이십여분 뒤척이다가... 친구의 눈치를 보니 역시 잠들지 못하고...
이럴때는 안자는 게 최고의 해결책입니다..
“우리 그냥 땅끝마을로 이동할까?”
그래서 우리는 다시 밤길을 달립니다... 해남터미널에서 땅끝마을은 차로 2시간, 결코 가깝지 않은 거리죠? 오우.. 도로는 새로 나서 아주 좋았습니다... 하지만 지나가는 차가 정말 없어서... 백미러 룸미러 다 새카맣고... 군데군데 안개구간이 생겼다 없어졌다를 반복합니다.
저 앞에 안개구간이 다가오면... 풀어진 솜사탕 같은 안개가 마구마구 앞유리로 달려옵니다...
그리곤 뿌연 안개속에 갇히고... 다시 벨벳같은 까만 어둠속에 잠기고... 그러기를 여러번했습니다... 옆에 있는 친구가 이렇게 소중할 수가 없네요... 정말 좀 섬뜩하게 무서웠거든요..
그렇게 긴장해서 달리고 달려 땅끝마을에 도착했습니다.. 땅끝마을의 편의점 불빛이 그토록 반가울 수가 없더군요.. 편의점 총각한테도 막막 친한척을 하고 싶었다는...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사서 출출한 배를 채우고... 긴장도 풀고...
일출을 보기 좋은 바닷가 (여기도 선착장이네요... 보길도 들어가는) 에 차를 세웠습니다..
아침 일찍 들어가는 배가 있어서... 다행히 선착장은 아주 깊이 잠들어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때가 새벽4시무럽이었습니다... 알람을 맞춰놓고 차에서 자는 건지 마는 건지... 이상한 시간을 보내다가 마침내 떠오르는 태양을 맞았습니다...
제 평생 일출은 정말 보기 힘든 건데... 이번 여행에서 이걸 해내네요...
땅끝에서의 일출은... 정동진의 그것과는 좀 달랐습니다..
날씨탓이기도 하고 계절탓이기도 하겠지만...
어느해 새해첫날 보았던 정동진의 일출은 참으로 힘든 난산이었는데...
이 날 땅끝마을의 일출은 참으로 순한 순산이었습니다...
예쁜 해가 그냥 숨풍 떠올랐습니다...
일출 사진을 많이많이 찍고... 보길도행 배를 타러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할 때쯤
우리는 전방대쪽으로 올라갔습니다.
일단 여기까지 하고 일하러 다녀오겠습니다.